‘나, 버지니아 울프’, ‘안네의 일기’ 등 기존 작품 ‘만화소설’로 펴내
울프가 일생 겪었던 희로애락과 작가로서의 천재성을 뛰어난 수채화풍 일러스트로 구현한 매 장면이 따뜻하고 아름답다.
‘안네프랑크재단이 공인한 그래픽노블’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안네의 일기’(흐름출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원작을 만화로 그렸다. 최초 발간 때 삭제됐던 분량을 복원한 1991년 무삭제 완전판을 토대로 당시 안네 프랑크의 삶과 희망을 담았다.
단순히 원작 줄거리에만 집중하지 않고, 안네가 제2차 세계대전 시기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은신처에서 기록한 일기 내용도 자세하게 담았다. 컷을 자유롭게 활용한 기법을 비롯해 곳곳에 원본 일기를 글로 실어 이해를 돕는다.
극작가 아리 폴만이 각색하고 일러스트레이터인 데이비드 폴론스키가 그림을 그렸다. 폴만은 골든글로브 수상작인 애니메이션 ‘바시르와 왈츠를’(2008)의 감독이기도 하다. 폴론스키는 이 영화에서 수석아티스트로 활동했다.
프랑스 삽화가인 시릴 리에롱, 브누아 다앙이 셜록 홈즈의 사건 조사 과정을 각색한 ‘셜록 홈즈의 머릿속’은 조금 독특한 책이다. 홈즈가 등장하는 소설 내용이 아닌 ‘다락방’으로 상징되는 홈즈의 뇌속을 주목했다.
런던 이스트 엔드의 거리에서 왓슨의 지인인 파울러 박사가 헐벗은 채 거리를 배회하다 한 경관에게 체포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홈즈는 파울러의 자택에서 발견된 공연 관람권으로 그가 전날 한 공연에 초대됐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리고 런던 한 계류장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이번 공연과 무관하지 않다는 걸 추리해 낸다.
거대한 장면을 정교하게 묘사한 독특한 그림들은 물론이거니와 컷 구성 역시 놀랍다. 책을 거꾸로 돌려 보기, 종이를 말아 점선을 따라가기, 빛 비춰 보기 등 각종 창의적인 방법을 활용했다.
2020년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 구엘랑 마스키 페스티벌, 2021년 파르티에 앙 리베 페스티벌 등 각종 만화상에서 인정받았다.
2023-02-0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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