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것 아니라 진정 지쳤기 때문… 일이 자아실현에 도움 준다는 미몽에서 깨어나야
과부하시대
로라 판 더누트 립스키 지음/문희경 옮김/더퀘스트/272쪽/1만 6000원
번아웃의 종말
조너선 말레식 지음/송섬별 옮김/메디치미디어/352쪽/2만 3000원
번아웃은 신체적, 감정적으로 지치고 무기력해져 삶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는 상태다. 번아웃은 기계나 전자장비에 정상값을 넘어서는 에너지가 가해지는 과부하와 똑같다. 과부하가 발생하면 기계, 전자장비는 고장 나게 된다. 번아웃은 사람을 망가뜨린다. 저자들은 번아웃의 책임은 노동자 개인이 아닌 기업과 사회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번아웃은 신체적, 감정적으로 지치고 무기력해져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런 상황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날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증상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정신건강 전문가들도 난감해한다.
문제는 모두가 번아웃을 이야기하지만 번아웃이 무엇인지 그리고 원인이나 영향에 대해서 명확히 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번아웃을 정밀 분석한 이 책들이 주목된다.
말레식은 과학, 문학, 철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번아웃을 해부한다. 반면 립스키는 사건의 지평선처럼 번아웃이라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기 직전에 놓인 사람이 탈출할 수 있는 방법에 더 집중한다.
그렇지만 두 저자 모두 번아웃은 결코 개인의 나약함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말레식은 한발 더 나간다. 그가 가장 비판하는 것은 최근 미디어를 통해 나오는 번아웃 관련 글이다. 번아웃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그저 ‘하루하루 견디는 법을 배우라’든가 ‘주인의식을 갖고 삶의 개척자가 되라’는 등의 자기계발서를 재포장한 말들만 가득하기 때문이다. 말레식은 그런 쓸모없는 조언은 번아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기업, 사회, 국가를 숨기고 오롯이 노동자 개인에게 모든 문제를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사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들이 한국의 사례를 보고 쓴 것이 아닌가 착각하게 된다.
‘노오력’과 ‘몰입’을 강조하면서 노동자를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는 노동 현장, 같은 노동자이면서 ‘라테는 말이야’를 외치며 마름 짓을 하는 현실에서는 번아웃이라는 보이지 않는 총탄에 맞아 쓰러지는 사람들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밤낮없이 울리는 업무 지시 메일과 메신저는 노동자를 인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회사라는 맷돌에 몸과 마음을 갈아 넣어야 마땅한 불린 콩으로 보는 것이다.
저자들은 분명히 얘기하고 있다.
“번아웃은 당신이 게으르기 때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지쳤기 때문이다. 일이 자기를 발전시키고 자아실현에 도움을 준다는 미몽에서 깨어 일의 굴레에서 벗어나라.”
2023-02-03 1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