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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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치 악몽’ 겪은 뇌과학자의 기억 여행

    ‘나치 악몽’ 겪은 뇌과학자의 기억 여행

    기억을 찾아서/에릭 캔들 지음/전대호 옮김/알에이치코리아/556쪽/2만원 2000년 한림원이 발표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에게는 각별한 관심이 쏠렸었다. 바다달팽이를 실험 동물로 삼아 뇌에 기억이 저장되는 신경학 메커니즘을 규명한 에릭 캔들. 치매와 기억상실 치료의 길을 열었다는 대중적 관심에 더해 ‘분석 불가’로 여겨져 온 기억 메커니즘을 밝혀낸 수상자인 유대인 과학자의 개인사가 회자됐었다. ‘기억을 찾아서’는 14년 전 노벨상 발표 때의 관심과 충격을 그대로 모아 대중에게 다시 전하는 듯한 책이다. 어릴 적 나치 치하 오스트리아에서 겪은 공포 기억으로부터 시작된 과학 여정과 정신과학 발전사를 씨줄날줄로 엮어 자전적 형식으로 쓴 뇌과학 입문서라 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 빈 태생인 저자는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과학자다. 하버드대에서 역사와 문학을 공부하던 중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빠져 뉴욕대 의대에서 의사의 길을 걷다가 사람 정신과 기억의 근원을 파헤치기 위해 과학자로 돌아선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기억’을 화두로 삼아 평생 그 풀이에 매진해 온 그의 지론은 ‘기억은 인간의 정체성과 뿌리 깊게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어릴
  • 끝없는 이야기 샘, 삼국지

    끝없는 이야기 샘, 삼국지

    [삼국지 역사를 가다/남덕현 지음/현자의마을/392쪽/2만원] [삼국지 장군·군사 34선/와타나베 요시히로 지음 /조영렬 옮김/서책/272쪽/1만 2000원] [제갈공명의 병법서/제갈공명 지음/ 모리야 히로시 해설/조영렬·김학경 옮김/서책/1만 2000원]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어도 한국, 중국, 일본 등 극동 3국에서 소설 ‘삼국지’에 대한 인기와 관심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특히 중국에서는 ‘삼국지’가 문학적 인기를 넘어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한국과 일본에서도 삼국지를 여러 각도에서 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간행된 삼국지 관련 책들이 이를 방증한다. ‘삼국지 역사를 가다’는 삼국지 문화가 중국인들의 삶 속에서 어떻게 이어져 오고 있으며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10여년에 걸쳐 연구한 저자가 중국 내 삼국지 현장을 둘러본 뒤 쓴 역사답사기다. 저자는 2000년부터 중국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의 후샤오웨이(胡小偉) 교수 등과 함께 삼국지 문화유적들을 빠짐없이 짚었다. 문화유적들의 실측 자료도 변화된 지역 사정을 감안해 다양한 방식으로 재점검했다. 책은 도원결의에서부터 황건적의 난과 동탁의 전횡,
  • 우리와 함께 숨 쉬는 공존의 파트너, 식물

    우리와 함께 숨 쉬는 공존의 파트너, 식물

    희망의 씨앗/제인 구달·게일 허드슨 지음/홍승효·장현주 옮김/사이언스북스/578쪽/1만 9500원 평생 침팬지를 연구하며 살아 ‘침팬지들의 대모’로 널리 알려진 제인 구달 박사. 그가 침팬지에 천착하기 시작한 계기는 놀랍게도 식물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의 어두운 그늘이 짙게 드리운 어린 시절 정원에 활짝 핀 꽃과 나무를 보며 평안을 얻곤 했다는 제인 구달이다. ‘희망의 씨앗’은 그가 매달린 숙명의 영역인 침팬지에서 벗어나 식물을 이야기한 책으로 눈길을 끈다. 침팬지 세상에서 벗어났다지만 언제나처럼 ‘평화 사랑과 환경운동 전도사’로서의 생각을 식물로 옮겨 놓은 듯하다. 인간의 공감 영역을 다른 생명체의 정서적인 삶 속으로까지 확장시켰다는 그에 대한 평가가 무색하지 않다. 인간들에겐 그저 단순하고 동질감 느끼기 어려운 동물이었던 침팬지. 제인 구달은 그 침팬지를 인간 사회와 많이 닮은 친숙한 영장류로 인식하게 만든 것처럼 식물도 훨씬 더 복잡하고 흥미로운 생명체로 전환시킨다. 단순한 보호와 애호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역사와 사회에서 함께 숨 쉬는 공존의 파트너이자 미래의 희망으로 식물을 보게 한다. 이야기의 축은 어린 시절
  • 자본주의의 위기, 그 이후를 논하다

    자본주의의 위기, 그 이후를 논하다

    자본주의는 미래가 있는가/이매뉴얼 월러스틴 외 지음/성백용 옮김/창비/408쪽/2만원 ‘자본주의 체제는 없어질 것인가, 지금 위기를 딛고 영속할 것인가.’ 500년 지속된 자본주의의 위기가 거론되고 불안한 미래의 예증이 다발함은 새삼스럽지 않다. ‘자본주의의 미래는 있는가’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사회학자 5명이 위기의 자본주의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한 책이다. 화자는 이매뉴얼 월러스틴과 랜들 콜린스, 마이클 맨, 게오르기 데를루기얀, 크레이그 캘훈. 주로 자본주의 체제의 비판적 성찰로 눈길을 끌어 온 이들이다. 이들은 일단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데 동감한다. 5명 모두 세계가 수십 년간 계속될 험난하고 어두운 시기에 들어섰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최후의 위기, 즉 자본주의의 종말 여부를 놓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하나는 지금의 체제가 필연적 위기 국면이고 2050년을 전후해 ‘자본주의 이후’로의 이행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른 측은 그와 달리 지금의 불안정·불평등이 자본주의 붕괴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주장이다. 엇갈린 주장과 달리 석학들의 현재 진단은 한결같이 어둡다. 그 진단에 따른 인류의 선택지도 두 갈래로 나뉜다. (
  • [이주일의 어린이 책] 동화 속 상상의 세계 눈앞에 펼쳐진다면…

    [이주일의 어린이 책] 동화 속 상상의 세계 눈앞에 펼쳐진다면…

    탄탄동 사거리 만복전파사/김려령 지음/조승연 그림/문학동네/128쪽/1만원 열 살 ‘순주’는 할아버지 때부터 살던 탄탄동을 떠나 산속 별장으로 이사해야 했다. 건물 주인이 낡은 건물을 허물고 다시 짓겠다며 집을 비우라고 해서다. 사전 답사차 온 별장은 주위에 온통 밭뿐이었다. 넓은 정원과 멋진 수영장도 없었다. 풀밭에 덩그러니 서 있는 허름한 별장일 뿐이었다. 순주는 실망했다. 짜증이 나고 가슴도 답답했다. 그나마 벽난로가 있어 위안이 됐다. 이튿날 순주는 동생 ‘진주’와 함께 별장 거실에 있는 벽난로 속으로 들어갔다. 굴뚝 벽에 붙어 있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굴뚝을 다 빠져나오니 새로운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감자가 자동차를 운전하고 병정 인형이 말을 하고…. 없다고 믿었던 산타 할아버지까지 등장했다. 이삿짐을 싸러 탄탄동으로 돌아온 순주는 친구 유동이를 찾아가 산타 마을에 대해 얘기했지만 유동이는 믿지 않았다. 둘은 이사하고 텅 빈 어린이집에 놀러 갔다. 벽에 걸린 괘종시계에서 ‘댕’ 하고 소리가 났다. 시계를 갖고 장난치다 시계 소리가 멈추지 않고 점점 커져 복도로 빠져나왔다. 둘 앞엔 탄탄동이 아닌 자린고비 영감이 사는 옛날 얘기 속 마
  • [책꽂이]

    [책꽂이]

    위로였으면 좋겠다 (최갑수 지음, 꿈의지도 펴냄) 여행작가 최갑수가 고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여행 이야기. 낯선 풍경을 담은 사진 한 장과 담백한 문장 한 줄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2008년 출간한 저자의 여행 에세이 ‘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를 새롭게 꾸민 개정판. 240쪽. 1만 3000원. 내가 정상에서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앨리슨 레빈 지음, 장정인 옮김, 처음북스 펴냄) 미국 최초의 에베레스트 여성 등반대장이자 7대륙 최고봉을 등반한 산악인이 체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삶을 이끄는 법’. 해발 8000m가 넘는 고지와 극지에서 실제 느꼈던 충고들이 의미 깊다. 324쪽. 1만 6000원. 나의 미술기자 시절 (이구열 지음, 돌베개 펴냄) 한국 최초의 미술 전문기자가 펴낸 자전적 기록. 1959∼1973년 문화·미술 기자로 활약하면서 보고 만난 미술계의 일과 사람을 10여년에 걸친 정리 작업 끝에 세상에 내놓았다. 300쪽. 1만 4000원.
  • 인류사 속 神 발자취… 삶에 녹아든 종교

    인류사 속 神 발자취… 삶에 녹아든 종교

    신의 탄생/프레데릭 르누아르·마리 드뤼케르 지음/양영란 옮김/김영사/340쪽/1만 6000원 인류 역사에서 최초의 남녀 신(神)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의심 없는 믿음이 존재할 수 있을까. 신은 왜 거의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 프랑스의 종교학자이자 역사학자인 프레데릭 르누아르가 프랑스 저널리스트 마리 드뤼케르와 대담 형식으로 인류사 속 신의 역사를 되짚었다. 신이 어떤 모습으로 변천해 왔으며, 오늘날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앞으로 종교는 어떤 방향으로 변모해 갈 것인지 등을 살폈다. 철학, 역사, 종교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해박한 논리가 성찰의 깊이를 보장하는 책이다. 책의 미덕은 다양한 종교의 연원과 역사까지 돌아볼 수 있게 한다는 대목에도 있다.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이슬람교뿐만 아니라 다신교인 힌두교와 불교 등의 탄생 비밀을 세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러나 대담 형식을 통해 드러나는 종교의 역사는 그 자체를 환기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성경의 관점에서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의 차이를 짚되 그리스도교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식이다. 오늘날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영성의 문제와 사이비 종교 문제, 동양 종
  • 위협 받는 美 경제주도권… 속살 파보면 여전히 견고

    위협 받는 美 경제주도권… 속살 파보면 여전히 견고

    달러 이야기, 환율전쟁 이야기, 월가 이야기/홍익희 지음/ 한스미디어/각 576쪽, 492쪽, 580쪽/각 권 2만 5000원, 2만 3000원, 2만 5000원 2020년 이후 세계경제 최강대국의 권좌가 바뀐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렇게 미국은 중국에 경제 주도권을 내주게 되는 것일까. 비록 240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나라지만, 또 경제 최강자의 위치를 점한 것이 불과 100년도 안 되는 세월이지만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만은 않는다. 경제와 외교 등 여러 측면에서 중국과 미국의 틈바구니에 있는 애꿎은 나라들로서는 쉼 없이 중국과 미국을 분석하고 연구해야만 하는 배경이다.‘달러 이야기’ ‘환율전쟁 이야기’ ‘월가 이야기’는 미국 경제 종합보고서다. 현재 미국의 촘촘한 금융산업 지배시스템이 만들어진 배경 및 환율을 둘러싼 금융 강대국들의 물밑 암투, 월가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집대성했다. 달러의 역사는 흥미진진하다. 초기 화폐의 형태 변경부터 시작해 금본위제를 벗어나 기축통화의 위치를 확고히 구축한 경위를 보면 단순한 시대의 총아가 아니라 치열한 힘의 대결에서 이긴 최종 승자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1907년 금융공황의 위기 속에서 궁여지책으
  • 박형준 ‘공진국가 구상’ 책 출간

    박형준 ‘공진국가 구상’ 책 출간

    그는 진보와 보수의 극단에서 국민을 현혹하는 정치인을 ‘치어리더’로 묘사했다. 새로운 국가 모델을 모색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정치인들이라고 평가했다. 좌파 이론가 출신으로 집권 여당에 몸담고 있는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이 3일 ‘한국 사회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박형준의 공진국가 구상’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정무수석을 거친 박 사무총장은 이 책에서 자신의 정치적 경험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 과제, 미래의 고민을 담았다. 박 사무총장이 제시하는 국가 모델은 공진국가(共進國家)다. 그는 “적대적 경쟁보다 협력적 경쟁을 장려하고 경쟁 요소의 진화를 촉진하도록 정부가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갈등·대립의 우리사회 화두로  다시 주목받는 ‘미시민주주의’

    갈등·대립의 우리사회 화두로 다시 주목받는 ‘미시민주주의’

    화두는 다시 민주주의다. 법과 제도로서 절차적·형식적 민주주의는 갖춰졌지만, 실제 법과 제도를 운영하는 정부와 사회 전반은 민주주의를 부정하기 일쑤다. “선거 때 무슨 약속을 못하느냐”고 공공연히 말하며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위정자들이 속출한다. 민간 기업은 유능한 반면, 공공 영역은 비효율적일뿐더러 무능하다는 신자유주의가 유포시킨 관념은 철칙처럼 굳었다. 일각에서는 “국가 운영에 노골적으로 자본의 입김을 개입시키는 행태가 ‘정부 혁신’으로 둔갑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뿐 아니다. 최근 중국, 뉴질랜드 등과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소식이 불쑥불쑥 터져나오고 있다. 국민적 공감대, 사회경제적 준비 정도와 별개로 시장의 확장이라는 점에서 찬사와 기대가 우려의 목소리를 압도한다. 국가의 위축과 시장의 팽창 과정은 의도 여부를 떠나 공공성의 기능과 역할을 재구성하도록 한다. 공적 질서 해체 과정의 물밑에는 시장의 전 세계적 확대를 통해 개별 국가와 시민사회라는 근대적 질서를 재편하겠다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의 적극적 의지가 개입돼 있다. 그동안 꾸준히 ‘미시(微視)민주주의’ 개념을 통해 민주주의 진화를 촉진해야 한다는 이론을 내놓은
  • ‘무크지’의 귀환, 실험은 성공할까

    ‘무크지’의 귀환, 실험은 성공할까

    무크(mook). 매거진(magazine)과 북(book)의 합성어다. ‘잡지 같은 책, 혹은 책 같은 잡지’다. 1980년대 군사독재정권 시절 잡지를 무더기로 폐간시키며 언론통제에 나서자 출판계는 무크지 발행으로 맞섰다. 사상 담론을 던지고 나누는 게릴라전을 펼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무크지가 30여년 만에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담론 생산의 역할을 하는 인문사회 무크지는 물론, 분야별 전문성을 담보하는 전문 무크지까지 더해지고 있다. 특히 과거의 무크지가 정치권력의 권위주의와 폭압에 맞서기 위한 방편이었다면 지금은 신자유주의가 휩쓰는 전지구적 자본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무크지 형식이 호출되는 양상이다. 자음과모음은 최근 무크지 ‘모멘툼’을 창간했다. 격변하는 정세 속 한국사회 ‘지금, 여기’의 문제를 더욱 기동력 있으면서도, 유연한 방식으로 심도 있게 다루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창간호는 인터넷 공간을 벗어나 거리로 나온 ‘일베’로 상징되는 극우의 시대에 관한 종합진단서, ‘지금 여기의 극우주의’(사진 왼쪽)다. 단순히 이론만의 확대재생산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과 행동, 사회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다리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아낸
  • “직업은 꿈이 아냐… ‘스몰’ 보이들이여 큰 꿈을 좇아가렴”

    “직업은 꿈이 아냐… ‘스몰’ 보이들이여 큰 꿈을 좇아가렴”

    “남들이 정해 놓은 꿈과 직업을 향해 달릴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길을 열고 자신만의 꿈과 직업을 찾아야 한다.” 작가 고정욱(54)이 10대 청소년들에게 화두를 던졌다. ‘꿈’이다. 신작 ‘빅 보이’(책담)에서다. 작가는 “청소년들이 주인공들을 통해 꿈과 진로, 사랑,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봤으면 한다”고 했다. 작품 속 주인공 ‘현준’이는 다른 사람이 짜놓은 프로그램대로 움직이는 ‘스몰’ 보이다. 꿈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취직해 돈을 많이 버는 거다. 스포츠, 만화에 빠져 남들이 간 길만 좇던 현준이가 ‘김청강’ 작가의 인문학 수업을 듣게 되면서 ‘빅’ 보이로 커 나간다. 대기업 취업이 아니라 진정 자기가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꿈도 찾게 된다. 현준이는 작가가 몇 년 전 직접 인문학 수업을 지도했던 학생 중 한 명을 모델로 했다. ‘빅 보이’는 작가가 일선 학교에서 강연을 하며 직접 겪은 경험담을 토대로 했다. 작가는 강연 때면 학생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 그럴 때면 대다수 학생들이 어김없이 의사, 판사, 변호사 같은 고전적인 직업부터 요리사, 파티시에 같은 신종 인기직업을 말한다. 그는 “직업은 꿈이 아니다”고
  • 문화 빚은 예술가… 그를 빚은 후원자

    문화 빚은 예술가… 그를 빚은 후원자

    새로 쓰는 예술사/송지원 등 지음/글항아리/ 436쪽/2만 6000원 문화예술을 후원하는 예술 지원 활동을 뜻하는 메세나는 로마제국의 귀족 마에케나스에서 유래했다. 정치가이자 외교관이었던 마에케나스는 호라티우스, 베르길리우스 같은 시인들의 예술 활동을 적극 지원해 로마 예술의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수세기 후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은 미켈란젤로, 도나텔로, 보티첼리, 라파엘로 등을 후원해 르네상스 문화를 꽃피워 예술 후원사의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땠을까. 송지원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 박남수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 역사문화학자 정병삼 교수 등이 함께 만든 ‘새로 쓰는 예술사’는 고대 신라에서 고려, 조선, 근대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2000년의 한국 예술사를 후원자를 중심으로 풀어 나간다. 신라왕실은 한국 메세나의 원조로 꼽을 수 있다. 신라 진흥왕은 가야국에서 망명한 우륵이 작곡한 가야금 12곡을 5곡으로 줄여 궁중의례에 쓰이는 대악으로 삼았다. 그뿐 아니라 낭성 인근에 거처를 마련해 주고 가야금을 가르치게 했다. “옛 백성과 새로운 백성을 기르며 이들을 한데 아우른 정책”의 소산이기도 하지만 진흥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협동조합 비즈니스 전략 (장종익 지음, 동하 펴냄) ‘오래된 대안적 경제조직’인 협동조합을 정색하고 다룬 연구서다. 협동조합은 현재 지구상에서 70여만개가 운영 중이고 이 땅에도 2012년 이후 1년 반 새 4000개가 넘게 설립됐지만 여전히 널리 익숙해지지 않은 영역. 빈부 격차와 실업 등 만연한 경제 그늘 속에서 폭발적으로 관심이 늘고 있는 협동조합의 알파와 오메가를 소개해 눈길을 끈다. 저자는 2003년 한국협동조합연구소를 설립한 한신대 사회혁신경영대학원 교수. 현장과 이론에 모두 밝은 전문가답게 협동조합을 세밀하게 해부해 알기 쉽게 정리했다. . 324쪽. 2만원. 명화남녀 (이혜정·한기일 지음, 생각정원 펴냄) ‘미술은 어렵고 영화는 만만하다’. 일반인이 미술과 영화에 대해 흔히 갖는 보편적인 인식이다. ‘명화남녀’는 미술과 영화의 간극을 좁혀 소통하게 만드는 흥미로운 책이다. 각각 미술과 영화 마니아인 남녀가 의기투합해 일궈 낸 보기 드문 작업. 두 사람이 지난 한 해 진행한 같은 이름의 팟캐스트 방송을 모아 재구성했다. 영화의 역사는 100년 남짓, 미술의 역사는 2만 5000여년이라 한다. 두 장르는 시각적 언어를 쓴다는 공통점을 가져 다양
  • [지구촌 책세상] 미래의 일본에서 현재의 일본을 보다

    [지구촌 책세상] 미래의 일본에서 현재의 일본을 보다

    미래의 어느 날. 동일본대지진 같은 엄청난 자연재해가 발생한 뒤 얼마 지난 시점의 일본. 일본은 에도시대처럼 쇄국으로 돌아가 있다. 에도시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초고령화 사회가 됐고 이상기후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노인들은 100세를 넘어도 건강하지만 아이들은 환경오염 때문에 이가 쉽게 빠지는 등 시름시름 앓는다. 노인은 영원히 일하고, 아이들은 모두 환자다. 쇄국 상태이므로 외국어 사용이나 영어교육은 금지돼 있다. 예술 활동도 규제를 받고, 정부는 걸핏하면 제멋대로 법률을 바꾼다. 독일에 거주하는 일본 작가 다와다 요코가 지난달 펴낸 신작 소설집 ‘겐토시’가 그리고 있는 디스토피아다. 모두 5편으로 이뤄진 소설집의 대표작인 ‘겐토시’의 주인공은 곧 180세를 맞이하는 작가 요시로다. 증손자 ‘무명’과 도쿄 서쪽에서 단둘이 살고 있다. 도쿄는 “오래 살다 보면 복합적인 위험에 노출되는 곳”이 돼 버린 지 오래다. 딸 부부는 오키나와로 이민을 가 농원에서 일한다. 손자는 행방이 묘연해졌고, 아내는 무명을 낳다가 죽었다. 그래도 무명은 행복하다. 증조할아버지에게 사랑을 받고 교육이나 의료 면에서도 부족함이 없다. 비록 재해의 여파로 전력이 부족해 물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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