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학
  • ‘검정고무신’ 사태 막을 수 있을까…문체부 만화 웹툰 표준계약서 제개정

    ‘검정고무신’ 사태 막을 수 있을까…문체부 만화 웹툰 표준계약서 제개정

    앞으로 만화·웹툰을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등 2차 저작물로 만들 때 사업자가 작가에게 반드시 사전 고지해야 한다. 작가는 자신의 만화를 2차 저작물로 만들 때 사업자와 별도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3월 만화 ‘검정고무신’ 이우영 작가가 저작권 분쟁 중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한 후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댄 결과물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만화·웹툰 분야 표준계약서 2종과 기존 6종에 대해 제·개정안을 마련한다고 7일 밝혔다. 우선 ‘2차적 저작물작성권 이용 허락 계약서’와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양도 계약서’를 새로 만든다. ‘2차적 저작물 작성권 관련 계약 시 제3자와의 계약에 대한 사전 고지 의무’에 대한 조항이 포함됐다. 기존에는 2차적 저작물에 관한 내용이 본계약서 조항 중 하나로 포함됐지만, 앞으로 2차 저작물 작성과 이용에 관한 별도 계약서를 써야 한다. 2종의 계약서는 본계약 부속계약서 또는 별도 계약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6종 개정안에는 수익분배 비율 등을 창작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재하고, 관련 주요 사항을 상호 합의해 작성하도록 한 내용이 담긴다. 정산 근거가 되는 관련 정보를 받
  • ‘중남미 문학의 별’ 마르케스, 전 세계에 전하는 마지막 인사

    ‘중남미 문학의 별’ 마르케스, 전 세계에 전하는 마지막 인사

    ‘중남미 문학의 별’로 불리는 콜롬비아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1927~2014)의 유고작 ‘8월에 만나요’가 6일 전 세계 동시 출간됐다. 올해는 마르케스 사후 10주기로 3월 6일은 작가의 생일이기도 하다. 한국어판은 민음사에서 펴냈다. 주인공 아나 막달레나 바흐는 해마다 어머니의 기일인 8월 16일 카리브해의 섬으로 여행을 떠난다. 결혼 27년차 평범한 주부인 아나에게 이날은 모든 구속에서 벗어나 욕망을 긍정하는 시간이다. 소설은 이 반복되는 하루에 대한 이야기다. 작품은 총 6장으로 구성됐다. 1999년 월간지 ‘캄비오’에 1장이 발표됐으나 마르케스 생전에 완성작은 나오지 못했다. 하마터면 영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편집자 크리스토발 페라가 여러 번 작품을 읽으며 완성도가 뛰어나다고 밝혔고, 마르케스의 두 아들이 심사숙고 끝에 출판을 결정했다. 중남미 문학의 대표적인 경향 ‘마술적 사실주의’의 선구자이기도 한 마르케스는 1982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신문사에서 저널리스트로도 활약한 마르케스는 미국, 유럽 특파원으로 모국인 콜롬비아의 어지러운 정치 상황을 비판하는 칼럼도 여럿 썼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마르케
  • 방대한 ‘듄’ 세계관의 기원… 허버트 단편집서 찾아볼까

    방대한 ‘듄’ 세계관의 기원… 허버트 단편집서 찾아볼까

    최근 속편이 개봉하며 화제를 몰고 있는 영화 시리즈 ‘듄’의 원작자 프랭크 허버트(1920~1986)의 단편소설집이 국내 최초로 번역됐다. 민음사의 장르문학 계열사인 황금가지는 작가가 활동했던 1952년부터 1985년까지 각종 매체를 통해 발표된 SF 단편 32편을 두 권으로 엮어서 출간했다. 허버트가 최초로 발표한 작품인 ‘뭔가 찾고 계신가요?’부터 1961년작까지를 묶은 ‘오래된 방랑하는 집’과 1962~1985년에 쓴 작품이 담긴 ‘생명의 씨앗’이다. 영화계 불문율을 깨고 ‘속편이 더 낫다’고 평가되는 ‘듄’의 원작은 작가가 구상한 방대한 세계관으로 인해 오랫동안 분석과 연구의 대상이 됐다. ‘듄’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분석한 사전이나 해설집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이유다. 황금가지는 앞서 올해 초에도 영국의 저널리스트 톰 허들스턴이 쓴 듄 세계관 해설집 ‘듄의 세계’를 내놓기도 했다. 이번 단편집에는 ‘듄’ 세계관의 원형이 되는 설정들이 담겨 있다는 게 출판사의 설명이다. 1959년에 발표된 ‘건초 더미 작전’은 ‘사이의 사제’와 이어지는 허버트의 연작 우주 첩보물 중 하나다. 이 연작 단편에서는 ‘듄’에서 권력의 흐름을 조종하는 조직인 베네 게세리트의
  • 새 학기 시작과 함께 걱정되는 ‘수학’…이것들로 재미 붙여볼까

    새 학기 시작과 함께 걱정되는 ‘수학’…이것들로 재미 붙여볼까

    새 학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새 학년이 시작되면서 많은 학생이 공부를 잘하고 싶다는 바램과 함께 잘 못하는 과목에 대한 두려움을 함께 느낀다. 그 정점에는 다름 아닌 ‘수학’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수포자(수학 포기자)마저도 수학을 다시 시작할 용기를 주는 책들이 신학기를 맞아 잇따라 출간됐다. 일상 속 수학 개념과 원리를 다룬 ‘이상한 수학책’, 인간사 전반의 변화를 수학으로 풀어 미적분 원리를 이해할 수 있게 한 ‘더 이상한 수학책’의 저자 벤 올린의 신간 ‘아주 이상한 수학책’(북라이프)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저자는 수학은 처음 유치한 놀이와 상상력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다고 강조하면서 수학을 가지고 놀면서 수학에 대한 공포감을 떨칠 수 있게 돕는다. 누구나 한 번쯤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이 과연 나중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올리버 존스 영국 브리스톨대 교수가 쓴 ‘수학의 힘’(더퀘스트)은 그런 질문에 답을 준다. 존스 교수는 학교에서 배웠던 그래프, 지수 로그, 확률 같은 친숙한 수학 개념으로 주식 차트를 읽을 수 있으며 베이즈정리나 큰 수의 법칙으로 내기에서 본전을 지키는 법 등을 알려준다. 저자는 수학
  • “죽음과 가깝게 지내니 생명, 당연한 게 아니었더라”…‘나는 캐나다의 한국인 응급구조사’ 저자 김준일씨

    “죽음과 가깝게 지내니 생명, 당연한 게 아니었더라”…‘나는 캐나다의 한국인 응급구조사’ 저자 김준일씨

    “생명은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고 온전히 내 것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이 일을 하다 보니 다르게 보이더군요.” 전공의가 단체로 파업하고 정부는 사법 처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응급구조사인 ‘패러메딕’으로 일하는 김준일(49) 씨가 바라보는 고국의 의료대란은 그저 씁쓸하기만 하다. 최근 ‘나는 캐나다의 한국인 응급구조사’(한겨레출판)를 출간한 김씨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환자의 죽음을 거울삼아 제가 잘살고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본다”고 했다. 의사가 옳으냐 정부냐 옳으냐를 따지기 전, 우리가 되돌아볼 부분이다. 대기업에서 군사용 IT 솔루션 해외개발사업 업무를 담당했던 그는 회사원으로 사는 것에 지쳤고, 다른 나라로 눈을 돌렸다. 그렇게 2014년 4월 캐나다 땅을 밟았다. 그러나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햄버거 가게 계산원, 식료품점 창고 정리, 경기장 내 매점, 학교 버스 운전, 우편배달, 전화 통역 등 1년 6개월 동안 12곳을 전전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던 찰나, 지나가는 앰뷸런스를 보고 가슴이 설렜다. 패러메딕이 되기 위해 마흔 살이 되던 해 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65명 중 35명만 졸업하는 힘든 과정을 거쳐,
  •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수상…佛서 두번째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수상…佛서 두번째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프랑스어판 제목 Impossibles adieux)가 29일(현지시간) 제7회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단은 소설 부문 최종 후보 세 작품 가운데 ‘작별하지 않는다’를 수상작으로 선정하고 이날 시상했다. 작가는 일정상 시상식에 참석하지는 못했다. 한국 문학 작품이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받은 것은 번역가 최미경, 장노엘 주떼가 함께 번역한 황석영 작가의 ‘해질 무렵’이 2018년 수상한 이후 두 번째이다. 한강 작가는 이 작품으로 지난해 11월 프랑스 4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메디치상의 외국문학상을 수상한 데 이어 다시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 심사위원단은 작품에 대해 “우정에 대한 찬가이자 상상력에 대한 찬가이며, 무엇보다도 망각에 대한 강력한 고발”이라며 “이 아름다운 페이지는 소설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며, 수십 년 동안 묻혀 있던 충격적인 기억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심사위원단은 한강 작가에 대해선 “한국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로 여겨진다”며 “작가의 책이 출판되는 것은 한국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하나의 사건이 된다”고 상찬했다. 출판사를 통해 감
  • ‘흰머리 샘’과 아이들이 만든… 행복한 학교, 신나는 교실[어린이 책]

    ‘흰머리 샘’과 아이들이 만든… 행복한 학교, 신나는 교실[어린이 책]

    “만약 저 할아버지가 1학년 2반 담임이라면 우리는 쫄딱 망한 거예요.” “우리 아이들이 망하는 거죠.” 설렘으로만 가득해야 할 초등학교 입학식, 지율이는 엄마들 대화에 마음이 어수선하다. 지율이 반 앞에 선 머리카락이 온통 하얀 선생님은 ‘이상한 할아버지’로 보이기 시작한다. 지레 마음이 쪼그라들었던 지율이는 교실에서 ‘흰머리 샘’과 교감할 때마다 부모님들의 단정과 우려가 섣부른 것이었음을 실감한다. 저마다의 개성으로 빛나는 지율이네 반 아이들은 날마다 만발한 소동만큼, 서로 간의 연대를 도탑게 키워 나간다. 그 중심에는 ‘흰머리 샘’이 있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엉뚱한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정말 중요한 가치가 뭔지 가르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의 행동을 무심한 듯 살피며 잘못도 너른 품으로 품어 준다. 특히 명랑하고 때로는 맹랑하기까지 한 지율이와 선생님 간의 지지 않는 ‘티키타카’(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뜻하는 말로 잘 맞는 사람들 사이 빠르게 주고받는 대화)는 에피소드마다 이번엔 어떤 차진 호흡을 보일지 궁금하게 한다. 이렇게 흰머리 샘은 지율이에게 어느새 양념치킨을 먹을 때면 전화를 걸고 싶고, 6학년이 돼서도 계속 편지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시베리아의 숲에서(실뱅 테송 지음, 비르질 뒤뢰이 그림, 박효은 옮김, BH) “시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그저 흘러가게 내버려두는 것이다.” 베스트셀러 여행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실뱅 테송이 도시라는 현실을 떠나 바이칼 호수 인근 삼나무 숲에 있는 작은 오두막에서 6개월을 보내며 기록한 이야기다. 겨울에는 기온이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며 여름에는 곰들이 어슬렁거리는 대자연 그 자체다. 야생이라는 완전한 고독과 마주한 테송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내면의 깊은 평화를 경험한다. 112쪽. 1만 7000원. 그리되, 그리지 않은 것 같은,(채호기 지음, 난다) “모든 화가에게 그린다는 행위는 가장 근본적인 삶의 형태다. 하지만 이상남에게 그린다는 행위는 지금까지 살아왔던 자신의 삶을 허무는 절망을 딛고, 절박하게 새로운 뭔가를 삶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경험과 맞닿아 있다.” 채호기 시인이 화가 이상남 작품의 절묘한 표면을 ‘시인의 눈’으로 들여다보며 그의 작품세계와 그 너머를 포착한 기록. 1부에서는 이상남의 예술을 해독하고, 2부에서는 서울과 뉴욕 사이 서면과 대면으로 이뤄진 두 예술가의 세밀한 대담을 담았다. 40년 시력의 시인은 문학과
  • 미래의 트램을 타고 이상한 현실을 읊는다 ‘그냥’

    미래의 트램을 타고 이상한 현실을 읊는다 ‘그냥’

    내년에야 다시 달릴 트램 끌어와 사랑마저 포기해야 하는 청년 등 이상한 서울의 이상한 사람 풀어내 “현실의 삶 앞지르는 가상의 언어로 과감하게 지른 첫 문장 수습하는 중” 김이강(42)은 시를 쓸 때면 서울의 거리를 걷는다. 정처 없이 걷다 보면 ‘이상한 서울’이 눈에 들어온단다. 우락부락한 빌딩들의 품에 안온하게 안긴 고궁. ‘해방촌’은 또 어떤가. 해방된 지가 몇 년인데 아직도 그 이름이다. 김이강의 시는 이런 ‘이상함’에서 시작한다. 새 시집 ‘트램을 타고’로 돌아온 그를 29일 서울 합정동 문학과지성사 사옥에서 만났다. ‘타이피스트’ 이후 6년 만이다. 제목이 좀 이상하다. 왜 ‘트램’일까. 서울을 걸으면서 시를 구상한다지 않았나. 1968년 이후로 서울에서 자취를 감춘 트램은 내년에야 다시 개통된다. 시집은 그러면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이야기인가. “참 이상한 교통수단이다. 도시 한가운데에 사람 바로 옆을 달리는 열차라니.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다. 언젠가 외국에서 트램을 타고 종점엘 가본 적이 있다. 유적과 관광지가 즐비한 도심과는 시간이 완전히 다르게 흐르는 공간이었다. 그런 이상한 걸 타고 다니는, 이상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 [책꽂이]

    [책꽂이]

    과학의 눈(잭 챌로너 지음, 변정현 옮김, 초사흘달) 과학은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지식을 탐구하는 학문 영역이다. 너무 작아서, 또는 너무 멀고 광대해서 볼 수 없는 세계까지 관찰할 수 있게 되면서 과학은 빠르게 발전했다. 이 책에는 갈릴레오가 직접 만든 망원경으로 달을 관측해 그린 그림, 크림 전쟁에서의 병사 사망률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나이팅게일의 원그래프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주사전자현미경까지 150점 이상의 과학 이미지를 담고 있다. 어려운 글 대신 그림으로 과학 발전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272쪽. 3만 5000원. 독일인의 전쟁 1935-1945(니콜라스 스타가르트 지음, 김학이 옮김, 교유서가)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인들은 전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을까. 저자는 슈투트가르트 현대사도서관, 역사박물관, 연방문서보관소 등에 보관된 일반인들의 일기와 편지를 샅샅이 뒤져 평범한 독일인의 내면을 파헤쳤다. 2차대전 당시 독일인들은 공적인 충성이나 도덕적 책임감을 요구하지 않는 ‘알지 못하는 앎’에 세뇌돼 자기도 모르게 전쟁 범죄의 공모자가 됐다고 강조한다. 책을 읽다 보면 또 다른 2차대전 전범국인 이웃 일본은 어땠을지 궁
  • ‘독한 이웃들’ 독일 vs ‘일단 미국 편’ 일본… 평판 바꾸다

    ‘독한 이웃들’ 독일 vs ‘일단 미국 편’ 일본… 평판 바꾸다

    2018년 11월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프랑스 북부 콩피에뉴 숲을 방문했다. 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사실상 항복을 선언한 휴전협정을 체결한 곳이었다. 메르켈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살갑게 포옹하고 “독일은 세계가 더 평화로울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고 했다. 바로 전달에 있었던 일본과 중국의 정상회담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거대한 양국의 국기 앞에서 굳은 얼굴로 어색하게 손을 잡았다. “중일 관계 발전의 새로운 역사적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양국은 밝혔지만, 지금까지 두 나라 사이는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독일은 과거에서 상당히 벗어났지만, 같은 전범국인 일본은 아시아 국가들에 여전히 발목 잡혀 있다. 이를 두고 “독일은 피해국들에 진심으로 사과했고, 일본은 뻔뻔하게도 과거를 뉘우치지 않아서”라고 지적한다.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 게토 위령비 앞에서 무릎을 꿇은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와 주요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서 참배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의 이미지가 떠오를 터다. 누군가는 독일과 일본의 문화적인 차이나 정치 지도자들의 공과를 거론한다. 심지
  • ‘법치 방망이’ 든 신자유주의, 대항마 없으면 계속 이어진다

    ‘법치 방망이’ 든 신자유주의, 대항마 없으면 계속 이어진다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포틀랜드와 오클랜드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과 인종주의 반대자들이 충돌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남북전쟁 이후 미국의 제2차 내전이 발생했다고 했다. 이듬해 1월 워싱턴DC에서 벌어진 의회 난입 폭력 사태도 미국 사회 내 두 세력 간의 극명한 대립 양상으로 해석됐다. 프랑스 사회철학자 4인이 공저한 이 책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 같은 폭력적 충돌을 신자유주의 체제의 작동 방식으로 이해한다. 우파는 ‘자유’의 이름으로 평등에 대항해 내전을 벌였고, 사민주의 좌파는 그 과정에서 인민계급을 대변하지도, 공공서비스를 보호하지도 못했다고 저자들은 비판한다. 1970년대부터 세계를 지배해 온 신자유주의 체제는 그 체제 내 ‘자유의 적’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제압한다. 대표적인 전략은 지배 세력이 국민 일부의 적극적 지지를 등에 업고 다른 국민 일부를 상대로 벌이는 내전이다. 신자유주의는 시장 질서에 반하는 적을 제압하기 위해 ‘법치’를 내세우고, 반민주주의적인 ‘대중 혐오’ 정서를 토대로 득세했다. 책의 제목은 저자들이 고찰한 신자유주의 지배를 공고히 하는 주요 수단들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 엘리트 ‘야구 사랑’ 국민 스포츠 탄생

    엘리트 ‘야구 사랑’ 국민 스포츠 탄생

    2023년 현재 방송사와 포털 등이 내는 프로야구 중계권료는 연간 760억원 정도다. 축구, 농구, 배구 등 다른 프로스포츠의 한 시즌 중계권료를 모두 합쳐도 프로야구에는 미치지 못한다. 한국의 야구는 어떻게 ‘민족 스포츠’로 여겨지는 축구를 제치고 대한민국 최고의 흥행 스포츠 자리를 꿰차게 됐을까. ‘야구의 나라’는 야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이면을 톺아보는 사회문화 비평서다. 일제강점기부터 2000년대까지 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떠오른 과정을 추적했다. 야구가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엘리트들의 학연이 절대적이었다. 일제강점기에 명문교의 교기(校技)였던 야구는 선망과 질시의 대상이었다. 공 하나만 있으면 되는 축구와 달리 비싼 장비가 필요한 야구는 귀족 스포츠였다. 엘리트와 귀족을 상징하던 야구는 해방 이후에도 지역 명문교를 상징하는 스포츠가 됐다. 각 지역 명문교들은 야구를 교기로 삼아 경쟁했다. 학창 시절 야구에 열광했던 엘리트들은 모교의 야구를 지원했고, 엘리트들이 장악한 언론계 역시 야구 대회를 열어 신문 판촉에 열을 올렸다. 지역을 대표하는 명문교의 경쟁은 당시 최고의 볼거리였다.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올라온 이주민들에겐 향수를 달래 주는 장치로
  • ‘혈의 누’ 1908년 판 2억 5000만원…국내 근현대문학 서적 최고가

    ‘혈의 누’ 1908년 판 2억 5000만원…국내 근현대문학 서적 최고가

    우리나라 최초의 신소설로 꼽히는 ‘혈의 누’ 1908년 판이 국내 근현대문학 서적 경매에서 최고가 낙찰 기록을 세웠다. 경매사 코베이옥션은 28일 열린 온라인 경매에서 1908년 광학서포에서 발행한 ‘혈의 누’ 재판본이 2억 5000만원에 낙찰됐다고 밝혔다. 기존 국내 근현대문학 경매 최고가는 지난해 9월 케이옥션 경매에서 팔린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초판본(1925)으로, 당시 낙찰가는 1억 6500만원이었다. 이인직(1862∼1916)이 쓴 ‘혈의 누’는 1894년 청일전쟁 발발 때 피란길에서 부모를 잃은 7살 여주인공 ‘옥련’의 삶을 통해 개화기 시대상을 그렸다. 코베이옥션 측은 “초판 발행 1년 만에 재판을 찍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한일병합 직후 발행 불허 처분을 받아 현존하는 수량이 극히 드물다”고 설명했다.
  • “탈고까지 25년… 모든 힘 쏟아부은 필생의 역작”

    “탈고까지 25년… 모든 힘 쏟아부은 필생의 역작”

    일제강점기 한 가족의 고민·열정 고향 그리는 귀소본능 연결지어 농익은 전라도 사투리로 담아내 “판소리 율조처럼 표현하기 위해 과감하게 어순 바꾸고 토씨 생략” 질펀한 전라도 사투리에 한민족의 고민과 열정이 농밀하게 담겼다. 등단 56년차, 한국문학의 거목 윤흥길(82) 작가는 이 작품을 “필생의 역작”이라고 칭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집필부터 탈고까지 무려 25년이 걸렸다는 장편소설 ‘문신’(사진·문학동네) 이야기다. 작품 완간을 계기로 27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윤 작가는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소설의 서두를 시작한 것까지 치면 30년이 넘는데, 너무 길면 부끄러우니 25년 정도로 이야기하게 됐다.” 노작가는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쓰는 동안 독자에게 불친절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문장의 어순을 바꾸고 토씨를 생략했어요. 판소리 율조의 흉내를 내기 위해서였죠. 어느 독자는 문장이 왜 이렇게 안 읽히냐고 불평하기도 했는데, 또 어떤 이는 재밌게 잘 읽었다고 하기도 하고요.” 유장했던 세월만큼 질곡도 많았다. 작품을 연재하던 지면이 두 차례나 폐간됐고 이에 따라 제목도 두 번 바뀌었다. 원래 제목인 ‘밟아도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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