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학
  • 고은 “블랙리스트 한마디로 슬프다…촛불집회는 하나의 예술”

    고은 “블랙리스트 한마디로 슬프다…촛불집회는 하나의 예술”

    고은(84) 시인이 3일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것에 대해 “한마디로 슬프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고 시인은 국제시인상 시상식에 앞서 연합뉴스와 만나 “내 나라 정부가 예술가를 지원금 몇 푼으로 길들인다는 발상을 한다는 게 참 슬프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주변 지인들로부터 요즘 너무 현실과 타협하는 게 아니냐는 농담 섞인 비판도 종종 받았는데, 나도 리스트에 들어있다고 하니 의아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작년 마지막 날 아내와 함께 딱 한 번 가봤는데, 팔이 데일 정도로 뜨거웠다”고 표현했다. 고 시인은 “시민들이 자신의 삶을 바꿔야겠다는 순수한 개혁 의지가 느껴졌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하나의 예술”이라면서 “뜻밖의 스캔들이 우리 역사에 각성의 계기로 작용했고, 세계사에서 없던 일을 살아있는 동안 목격한 것은 커다란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연작시집인 대표작 ‘만인보’에 고영태 씨의 가족사가 들어있어 화제가 된 것과 관련해서는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사망한 희생자들의 유족들을 취재해서 쓴 시들이 몇 편 있는데, 이 시들 중의 한편이 고영태 씨 가족 이야기라고 해 나도 깜짝 놀랐다”고 답했다. 그는 “아직도 할 일이 너무 많고, 써야
  • 아프리카는 열등한가 세계인의 양심에 묻다

    아프리카는 열등한가 세계인의 양심에 묻다

    오브 아프리카/월레 소잉카 지음/왕은철 옮김/삼천리/272쪽/1만 6000원 지난해 미국 대선 기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 영주권을 찢어버리고 출국하겠다”고 선언했던 월레 소잉카(83). 지난해 12월 초 그는 약속대로 20년 넘게 살던 미국을 떠나 고국 나이지리아로 돌아갔다. 극작가이자 시인, 소설가인 소잉카는 아프리카의 자유, 인권, 평화를 위해 분투하며 이를 작품에 녹여내 1986년 아프리카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세속적인 의미에서 성인(聖人)의 지위에 오를 만한 아프리카인’, ‘호랑이’(나딘 고디머) 등의 수식어를 단 이유다. 그가 자신의 요람이자 토양인 ‘극단적인 것들의 대륙’, 아프리카의 실체를 벗기고 가치를 드러내는 열정적인 에세이를 내놨다. 2012년 예일대 출판부에서 출간한 ‘아웃 아프리카’다. 제목은 소설이자 영화로도 옮겨진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연상시킨다. 이를 가리켜 왕은철 번역가는 책을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되받아 쓴 탈식민 담론”이라고 말한다. 아프리카에 대한 숱한 편견과 차별 등을 걷어내고 진정한 탐색에 나서려는 작가의 의도를 담은 제목인 셈이다. “아프리카인들은 선천적으로 열등하다”고 생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커트 보니것 지음, 김용욱 옮김, 문학동네 펴냄) ‘제5도살장’이라는 대표작을 남긴 미국 작가 커트 보니것(1922∼2007)의 대학 졸업식 연설문을 모은 책이다. 1960년대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청년 반(反)문화의 영웅이자 대변인이었던 보니것 특유의 풍자와 블랙 유머로 젊은이들을 격려하고 제도권과 기성세대를 꼬집고 있다. 책에 실린 연설을 한 시기는 1972년부터 2004년까지이지만, 작가는 청년들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유지한다. 1994년 5월 시러큐스대에서는 나이와 경험을 들먹이며 청년들을 어린애 취급하는 기성세대를 대신해 사과하기도 했다. 보니것의 조언과 격려는 이달 졸업시즌을 맞은 대학가에서 들려올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류와 반대지점에 있다. 216쪽. 1만 3800원. 자본주의에 희망은 있는가 (슬라보예 지젝 지음, 박준형 옮김, 문학사상 펴냄) ‘종말의 시대를 살아가기’, ‘처음에는 비극으로, 그다음에는 웃음거리로’, ‘위험한 꿈의 시대’ 등의 책으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고 탁월한 철학자’로 불리는 저자가 날카로운 메스를 가해 분석한 자본주의 얘기다. 현재 자본주의의 골칫
  • 힉스 입자 발견, 그 생생한 모험 속으로

    힉스 입자 발견, 그 생생한 모험 속으로

    신의 입자/리언 레더먼·딕 테레시 지음/박병철 옮김/휴머니스트/736쪽/3만원 대담한 가설로만 여겨졌던 책이 놀라운 예언서가 되었다. 전 세계 과학 독자들의 오랜 사랑을 받은 책 ‘신의 입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물리학자들은 우주 탄생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표준모형’이라는 이론을 만들었으나 결함이 있음을 깨닫는다. 이 결함을 해결하기 위한 구원투수가 바로 힉스입자다. 힉스입자는 물질의 기본을 이루는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존재로 질량의 근원과 우주 생성 비밀을 밝힐 수 있는 결정적 단서라는 평가를 받았다. 힉스입자의 별칭인 ‘신의 입자’라는 말은 1988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물리학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리언 레더먼이 1993년 과학저널리스트 딕 테레시와 함께 이 책을 내면서 붙여졌다. 레더먼이 원래 원했던 제목은 ‘빌어먹을 입자’(Goddamn Particle)였다. 그만큼 감지하기가 극도로 어려운 탓에 붙인 제목이지만 편집자가 언어 순화를 위해 ‘damn’을 빼면서 새로운 별칭을 얻게 되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1993년 당시 레더먼은 우주의 작동 원리와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단위가 곧 밝혀질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더욱이 미국 페르미 연구
  • 감칠맛 찾는 당신, 진화하고 있군요

    감칠맛 찾는 당신, 진화하고 있군요

    미각의 비밀/존 매퀘이드 지음/이충호 옮김/문학동네/380쪽/1만 6000원 맛의 시대다. 레시피부터 맛집 소개까지, 미식과 관련된 수많은 출판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견줘 새 책 ‘미각의 비밀’은 맛을 다루는 일반적인 책들과 전혀 다른 궤적을 따라간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신화와 철학, 문학 등을 뒤섞어 미각의 유래와 미래, 그리고 변화 과정 등을 풀어내고 있다. 맛의 전기이자 미각의 크로니클이라 해도 틀리지 않겠다. 책은 맛의 진화를 생명의 진화와 연계해 파악하고 있다. 미각의 탄생 과정을 지구상에 생물이 등장해 먹이를 잡기 시작한 단계부터 불을 사용해 미각과 후각, 시각, 청각, 촉각이 향미 단계로 합쳐지는 단계까지 다섯 단계로 나눠 따라간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맛을 여러 감각 중에서 가장 저속한 것으로 평가했다. 플라톤은 “배는 이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며 우상과 욕망의 힘에 지배를 받는다”며 미각의 가치를 낮춰 봤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를 정의하는 핵심요소로서 미각은 시각이나 청각 등 다른 감각보다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삼엽충 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채집과 사냥, 음식섭취는 생명의 끝없는 자동 갱신을 촉진했고, 결국
  • [그 책속 이미지] 南北 양쪽에서 지워진 ‘천재 화가’ 변월룡의 예술혼

    [그 책속 이미지] 南北 양쪽에서 지워진 ‘천재 화가’ 변월룡의 예술혼

    안목(眼目)/유홍준 지음/눌와/320쪽/2만원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지난해 탄생 100주년이었던 고려인 화가 변월룡(1916~1990)의 그림을 보고 벅찬 감동과 그의 존재를 알지 못했던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꼈다고 고백했다. 변월룡은 러시아의 걸출한 화가이자 “해방 이후 (분단으로) 단절된 한국미술사의 공백기를 채운 작가”(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로 평가받는다. 유 전 청장은 남과 북 양쪽에서 지워져 버린 변월룡을 한국 현대미술사에 대서특필해야 할 존재로 지목했다. 그림은 변월룡이 그린 월북작가 근원 김용준 초상(1953년, 캔버스에 유채)으로, 유 전 청장은 김용준의 내면적 리얼리티가 드러난 희대의 명작으로 꼽았다. 눌와 제공
  • 그날, 히틀러를 살린 건 안개였다

    그날, 히틀러를 살린 건 안개였다

    날씨가 만든 그날의 세계사/로날트 D 게르슈테 지음/강희진 옮김/제3의공간/344쪽/1만 5000원 인류 최초의 낙원은 ‘에덴동산’이다. 과학자들은 혹독했던 빙하기가 끝나고 기원전 5000년 온난 다습했던 ‘최고의 기후’를 경험한 인류의 기억이 에덴동산이라는 ‘낙원 신화’로 남게 됐다고 추정한다. 날씨와 기후는 인류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주요 요인이다. 궂은 날씨 때문에 일정을 바꾸는 사소한 변화부터 기근, 가뭄, 장마와 혹한 등 대규모 변화는 인류사의 전환점이 되기도 했다. ‘날씨가 만든 그날의 세계사’는 기원전 200년 로마 제국부터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 가뭄까지 지난 2000년 이상 주요 국가적·문명사적 사건마다 작동해 온 ‘그날’의 날씨를 역사에 대입해 풀어낸 책이다. 독일의 의사이자 역사 저술가인 저자는 장기적 현상 변화인 ‘기후’를 통해 문명의 흥망성쇠를 고찰하고, 단기적 기상 조건인 ‘날씨’의 변화무쌍함을 통해 전쟁의 승패와 역사 속 인물의 부침을 읽어 낸다. 저자의 시선을 좇다 보면 오늘의 날씨가 내일의 역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실감하게 된다. 로마제국의 역사가 타키투스는 제국의 번영 이유를 “비옥한 토지와 하늘”이라고 기술했
  • 대한민국 대통령 ‘비극사’ 끝내는 방법은

    대한민국 대통령 ‘비극사’ 끝내는 방법은

    대한민국의 대통령들/강준식 지음/무선/544쪽/1만 9800원 탄핵으로 앞당겨 치르게 된 20대 대선을 앞두고 올바른 정치 지도자상이 사회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 책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내각책임제하의 장면 총리까지 해방 후 우리가 겪은 12명의 권력자를 통해 바람직한 정치지도자의 자질을 모색한다. 미국 한인 언론에서 활동했던 저자는 권력이 탄생한 과정에서부터 정치적 상황, 일화, 업적, 평가 등을 통해 역대 대통령들의 공(功)과 과(過)를 살펴본다. 저자는 역대 권력자들에게 부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그 나름의 시대적 역할이 있었다고 말한다. 장면 내각제는 역설적으로 대통령제가 확립되는 계기를 마련했고, 노태우 대통령은 민간정부 등장에 대한 군부의 거부감을 누그러뜨리는 일종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권력자의 자녀로 자란 정치인은 선대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고치기 어렵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청와대는 늘 자신이 돌아가야 할 집이었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공과 사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 비선에 의지하게 됐다”면서 “당초부터 권력욕은 강했으나 그 권력욕을 성취하고 나서 무엇을 해야 할
  • [책꽂이]

    [책꽂이]

    건축왕, 경성을 만들다 (김경민 지음, 이마 펴냄) 1920년대 가회동, 삼청동 등에 북촌 한옥마을을 만드는 등 경성의 부동산 지도를 재편한 조선 최초의 부동산 개발업자 정세권의 시대를 비춘다. 220쪽. 1만 5000원. 수치심의 힘 (제니퍼 자케 지음, 박아람 옮김, 책읽는수요일 펴냄) 인류 공동체의 가장 오래된 감정 가운데 하나인 수치심의 기원과 진화, 사회적 속성을 따라가며 수치심을 이용한 정치적, 사회적 개혁을 탐구한다. 288쪽. 1만 4000원.윤이상 평전-거장의 귀환(박선욱 지음, 삼인 펴냄) 올해는 남북한, 동서양 두 세계에 걸친 음악 거장 윤이상 탄생 100주년이다. 정권의 성향에 따라 파란만장한 부침을 겪은 그의 삶과 음악을 따라가 본다. 608쪽. 3만원. 염소가 된 인간 (토머스 트웨이츠 지음, 황성원 옮김, 책세상 펴냄) 근심, 걱정, 후회, 스트레스 등 인간의 존재론적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염소가 되어 염소의 삶으로 뛰어든 영국 디자이너 토머스 트웨이츠의 분투기. 312쪽. 1만 4800원. 미처 하지 못한 말 (류은숙 지음, 낮은산 펴냄) 용산 참사, 쌍용차 정리해고, 밀양 송전탑 등 대한민국의 아픈 사건들을 뉘우치고 애도
  • 글로 만나는 헤비메탈의 전설 ‘메탈리카’

    글로 만나는 헤비메탈의 전설 ‘메탈리카’

    메탈리카: 백 투 더 프런트/매트 테일러 지음/정영은 옮김/북피엔스/276쪽/5만원 굳이 전 세계 앨범 판매량이나 수상 기록, 차트 기록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메탈리카는 대단한 밴드다. 어지간한 밴드가 명함을 내밀어도 그 이름값이 무색할 정도로 쇠락해진 한국 공연 시장에서 오랫동안 건재함을 뽐내고 있다. 이들이 한국에 오기만 하면 어딘가 숨어 있던 헤비메탈 팬들이 모여든다. 1996년 첫 내한 당시 3만 5000명을 시작으로, 2006년 4만명, 2013년 2만 5000명을 거쳐 지난달 11일 서울 고척돔에서의 네 번째 공연에는 1만 8000명이 모여 열광했다. 줄잡아 12만명가량이 본 것인데, 국내 내한 공연 역사에서 단연 최고 기록이다. 공연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그들을 본격 탐구한 책이 국내 출간됐다. ‘메탈리카: 백 투 더 프런트’다. 메탈리카를 세계적인 밴드로 끌어올린 정규 3집 앨범 ‘마스터 오브 퍼페츠’ 발매 30주년에 맞춰 지난해 미국에서 선보인 따끈따끈한 책이다. 메탈리카 팬이면 무척 반가운 일인데, 팬이 아니더라도 20대 초반 청년들이 뭉쳐 세계적 밴드로 성장해 나가는 순간을 지켜보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3집은 메탈리카에게
  • 20세기 조선 밀항자들은 전후 일본 - 해방 한국 두 주권 사이 잉여자였다

    20세기 조선 밀항자들은 전후 일본 - 해방 한국 두 주권 사이 잉여자였다

    “너! 오무라에서 나간다니까 그렇게 좋아?” “예, 일본이 좋습니다. 일본에 살고 싶어요.” “오무라에서 있었던 일, (떠들지 않는 거) 알고 있지?”(1960년대 일본 나가사키현 오무라 입국관리소 직원과 체류가 허가된 조선인 밀항자 간 대화) “(김일성 사진을) 안 봤다고 해도 매 맞고, 봤다고 해도 매 맞고, 이거는 맞는 거야. 이거 말해도 되나? 괴정 수용소는 죽음의 장소야.”(1970년대 일본에서 추방된 강제 송환자들을 수용한 부산 괴정 수용소에 대한 증언) 태평양전쟁 패전으로 식민지 제국이 붕괴된 ‘전후 일본’, 그리고 혼돈과 폭력이 횡행했던 ‘해방 한국’, 그 양 극단의 국경선에 균열을 낸 20세기 조선 밀항자들은 냉전과 국민 국가로 이행하던 두 주권 권력 모두로부터 폭력과 배제를 경험했다. 오무라 수용소는 1970년대까지 조선인 밀항자를 억류하며, ‘일본의 아우슈비츠’로 불린 악명 높은 곳이다. 이곳에서 한국으로 강제 송환된 밀항자들은 괴정 수용소에 머물며 혹독한 취조를 당했다. 공식 기록 없이 단편적 문헌과 구술로만 존재했던 20세기 조선인들의 탈국경 역사를 복원한 책 ‘주권의 야만-밀항, 수용소, 재일조선인’(한울)이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 문학과 삶이 일치했던 시인, 그를 잊지 못합니다

    문학과 삶이 일치했던 시인, 그를 잊지 못합니다

    “선생님은 시에 관해서만큼은 엄격하셨지만 제자들이 각자 자기 길을 갈 수 있게 길을 놓아주셨어요. 모더니스트 시인이지만 장석남, 함민복 같은 서정 시인들을 길러내신 것도 엄격함 안에 자유로움과 자애로움이 있었기 때문이죠.”(시인 박형준) “대학 시절 학교 신문사 문학상을 받게 됐는데 선생님께서 당선작을 읽으시고 ‘인물들이 땅에 닿아 있지 않다’는 쓰디쓴 코멘트를 해주셨어요. 그 말씀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지금은 자연스레 와닿아요. 늘 그 말을 새기며 소설을 씁니다.”(소설가 하성란) 후배, 제자 문인들에게 문학과 삶, 말과 행동이 일치했던 스승으로 기억되는 오규원(1941~2007) 시인. 2일은 그가 세상을 뜬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다. “끝없이 투명해지고자 하는 어떤 욕망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생전의 말처럼 그는 사물을 극도의 정밀성과 객관성으로 투영하는 ‘날이미지 시’를 주창한 작품과 이론으로 현대시 역사에 또렷한 인장을 남겼다. 그의 10주기를 맞아 동료 문인들과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제자들이 함께 모여 전시, 시 낭독회, 추모시집집 출간, 심포지엄 등 다양한 추모 행사를 연다. 기일인 2일에는 강화도 전등사에서 시목 참배(오후 1
  • 호텔 ‘소설가의 방’ 머물렀던 그들, 작품을 잉태하다

    호텔 ‘소설가의 방’ 머물렀던 그들, 작품을 잉태하다

    16년 전 한 작가 지망생은 신춘문예를 준비한다며 선배들과 호텔방을 잡았다. 밤새 소설 합평을 하겠다는 포부를 품고 시작된 투숙은 서로 알고 있는 귀신 얘기를 풀어놓는 것으로 끝난다. 명동 호텔에서의 하룻밤과 그해 신춘문예는 그렇게 소득 없이 막을 내렸다. 윤고은 소설가가 3년 전 한 격주간지에 실은 ‘호텔 프린스의 추억’이다. 당시 치과 진료를 기다리던 호텔 관계자는 우연히 이 글을 읽고 재기 어린 아이디어를 냈다. 소설가들이 한 달가량 호텔에 묵으며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소설가의 방’을 만들자는 것. 2014년 서울 명동 프린스 호텔에 레지던스 프로그램인 ‘소설가의 방’이 생긴 계기다. ‘소설가의 방’에 머물렀던 8명의 작가가 ‘호텔’이란 공간에서의 개인적 경험, 단상들에서 잉태한 작품들이 소설집으로 묶여 나왔다. 안보윤, 서진, 전석순, 김경희, 김혜나, 이은선, 황현진, 정지향 등이 참여한 ‘호텔 프린스’(은행나무)다. 젊은 소설가들은 ‘떠도는 자들의 쉼터’라는 의미를 품고 있는 호텔을 무대로 한, 다채롭고 내밀한 삶의 무늬들을 그려 낸다. 이은선 작가는 괴생명체가 사는 호수 옆 호텔에 묵게 된 한국 관광객들의 소동극을 유쾌하게 펼쳐 낸다(유리
  • 남과 다른 그의 시선… 새콤 달콤 그의 시 맛

    남과 다른 그의 시선… 새콤 달콤 그의 시 맛

    그의 시는 해독하려 들자면 외려 허우적대게 된다. 사물과 동물, 인물들이 느닷없이 등장해 예측 불가한 행동과 사건, 감정으로 튀고 또 튀어간다. 이 종잡을 수없는 개성과 낯섦, 이미지와 리듬에는 그저 몸을 맡길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자꾸 눈에 밟히는 시구들이, 마음 안쪽에 들어와 오도카니 자리를 잡는다. 1991년 등단해 시적 전통을 간단히 뒤집는 시들로 신선한 충격을 안긴 박상순(54) 시인 얘기다. 그가 ‘러브 아다지오’(2004) 이후 13년 만에 네 번째 시집 ‘슬픈 감자 200그램’(난다)를 냈다. 오랜 시간의 간극을 두고 엮은 시집인 만큼 감회가 남다를 것 같지만 지순한 목소리의 소감은 담백했다. “스스로 시에 대해 부족함을 느꼈던 것도 있고 쓸 만한 여유도 없었다”는 것. 시 짓기뿐 아니라 책 만들기가 그의 삶을 관통해온 업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1989년 북디자이너로 민음사에 입사, 편집자를 거친 그는 17년 만에 월급쟁이 편집자에서 대표 자리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보르헤스 전집을 비롯해 1990년대 민음사 중흥기의 책 표지는 대부분 그의 손길을 거쳤다. 이번 시집도 표지와 본문 디자인을 직접 도맡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 특검 “훈민정음 해례본 청와대에서 보관” 진술 확보

    특검 “훈민정음 해례본 청와대에서 보관” 진술 확보

    훈민정음 해례본이 청와대에 보관 중이라는 진술이 나왔다.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뜻밖에도 이같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특검은 모 IT업체의 대표인 한모씨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훈민정음 해례본’을 보내 청와대에서 보관 중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한씨는 안 전 수석에게 이 ‘해례본’을 직접 전달하려 했으나, 안 전 수석이 사양하자 택배로 청와대에 해례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씨는 안 전 수석을 통해 대기업 납품 등을 부탁하려고 이 책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수석은 이렇게 받은 해례본을 보관하라고 보좌관에게 지시했다. 이후에는 청와대에서 보관중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 보관 중인 해례본의 문화재적 가치는 알려지지 않았다. 해례본은 존재가 알려진 진본이 ‘간송본’과 ‘상주본’ 등 단 2권뿐이고, 그나마도 상주본은 행방이 오리무중이어서 확인할 수 있는 진본은 간송본(간송미술관 소장) 1권이 유일하다. 한씨가 ‘상주본’을 찾아내 안 전 수석에게 보냈다거나 지금까지 공개된 적이 없는 새로운 3번째 해례본을 찾아냈다면 이는 문화·학술적 초대형 사건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이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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