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학
  • 20여년의 발품 ‘진실’이라 믿고 책으로 펴냈다

    20여년의 발품 ‘진실’이라 믿고 책으로 펴냈다

    “상업적인 소설을 쓰면서 역사 자체를 소설로 만드는 사람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아요.”(고대사 연구학자) “그 사람은 소설가니까, 주장도 소설로 봐야죠. 학자는 절대 그런 글을 못 씁니다.”(근대사 연구학자) ●“소설가 나부랭이의 주장이라니…”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싸드’, ‘고구려’ 등의 소설가 김진명이 펴낸 책 ‘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새움) 내용과 관련한 질문에 내로라하는 역사학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 책은 김 작가가 지난 20여년 동안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발품을 팔며 조사한 내용을 만화로 엮어낸 일종의 ‘취재 비망록’이다. 김 작가는 26일 “소설가 나부랭이의 주장이라고 무시하는데 직접 취재한 내용들이기 때문에 나는 진실이라고 믿고 책으로 펴냈다”며 “이왕이면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자는 뜻으로 만화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2015년 ‘한국사의 비밀을 공개한다’는 취지의 스토리펀딩을 통해 모금된 1억원으로 책이 만들어졌다. 전국 도서관에도 무료로 배포됐다. ●광개토비 사라진 세 글자, 임나일본부설은 틀렸다 그의 취재 메모 중 광개토대왕비의 사라진 세 글자를 추적하는 내용은 현재까지도 다양한 설이 분분한 대왕비의 역사적
  • 아모레퍼시픽 교양서 시리즈 제5권 ‘노년은 아름다워’ 출간

    아모레퍼시픽 교양서 시리즈 제5권 ‘노년은 아름다워’ 출간

    아모레퍼시픽재단이 ‘아시아의 미’ 시리즈 제5권 ‘노년은 아름다워’를 출간했다고 25일 밝혔다. ‘아시아의 미’ 총서는 아모레퍼시픽재단이 기획, 발간 중인 인문교양 시리즈다. 아모레퍼시픽재단의 ‘아시아의 미’ 연구를 기반으로 ‘아시아의 미’를 역사적, 예술사적, 문화인류학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2014년 1권 발간을 시작으로 앞으로 총 20여권을 낼 계획이다. ‘노년은 아름다워’는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의 김영옥 대표가 연구와 집필을 맡았다. 아모레퍼시픽재단은 2012년부터 ‘아시아 미의 개념’, ‘아시아 미와 신체’ 등에 대한 연구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선정된 연구자에게는 편당 2000만원의 연구비가 지원되고 그 결과물은 ‘아시아의 미’ 총서 시리즈로 대중에게 공개된다.
  • 적진서 맨손으로 폭탄 투하 6·25 영웅의 ‘항공 징비록’

    적진서 맨손으로 폭탄 투하 6·25 영웅의 ‘항공 징비록’

    11대 참모총장 공군사·근현대사 생생하게 기록 공군의 전설이자 11대 공군참모총장을 지낸 김두만 예비역 대장의 평전 ‘항공 징비록’ 출판기념회가 25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공군회관에서 열렸다. ‘항공 징비록’은 6·25전쟁 100회 출격, 맨손 폭탄 투하 등 살아 있는 전쟁 영웅 김 장군의 삶을 기록했다.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와 공군사를 풍부한 자료와 함께 입체적으로 담아냈다. 김 장군은 6·25전쟁 발발 당시 우리 공군에 단 한 대의 전투기도 없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 T6 훈련기로 출격, 적진에 맨손으로 폭탄을 투하하며 북한군과 맞서 싸웠다. 이후 1950년 10월 여의도기지 작전, 1951년 8월 지리산 공비토벌 작전, 1951년 10월 대한민국 공군 단독 출격작전, 1952년 1월 승호리 철교 차단작전 등에 참가해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양반들은 공부만 했다?… 살림살이도 신경 썼다

    양반들은 공부만 했다?… 살림살이도 신경 썼다

    “살림살이 등의 일도 사람으로서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네 아비인 나도 평생 그 일을 비록 서툴게는 했지만 그렇다고 전혀 하지 않을 수야 있었겠느냐.”(퇴계 이황이 아들 준에게 쓴 편지 중) 조선의 사대부 하면 글공부(때때로 풍류)에만 빠져 ‘집안 살림살이’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라는 통념이 적지 않다. 지금도 가사 노동이 주로 여성에게 전가되는 게 현실인데 남녀 내외가 엄격한 조선 시대에는 더 심하지 않았을까. 이민주 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이 24일 펴낸 ‘조선 사대부가의 살림살이’는 이런 통념을 깬다. 이 연구원은 조선의 사대부들이 글공부를 중시하긴 했지만 살림살이 역시 ‘예’(禮)의 실천으로 여겨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다. 바르게 ‘의관’을 정제하는 게 학문의 기본이라고 여긴 조선 선비들은 손수 의복을 마련하고 돈을 벌었다. 멋지게 보이기 위해 집안 살림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선비들은 아침에 일어나 상투를 틀 때면 여인들처럼 빗·빗솔·빗치개 세트를 구비해 놓고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빗질해 면도된 지점 위로 단단히 묶었다. 당시 이상적인 상투의 높이는 5~8㎝, 직경 2.5㎝로 여겨졌다. 일부 선비들은 상투에 두르는
  • 韓 여심 훔친 日 女작가들 유쾌한 독설

    韓 여심 훔친 日 女작가들 유쾌한 독설

    앞서 살아간 일본 언니들의 유쾌한 독설이 국내 여성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들은 책에서 나이의 많고 적음, 결혼과 비혼, 아이 있음과 없음으로 여자 인생의 명암을 가르려는 사회의 잣대를 걷어차고 “자유로워지라”고, “내 멋대로 즐겁게 살라”고 20~40대 여성들에게 힘을 실어준다. ‘일본에서 가장 무서운 여자’, ‘맷집 좋은 사회학자’, ‘싸움닭’ 등으로 불리는 우에노 지즈코 도쿄대 명예교수, 가부장적인 사회를 통렬하게 뒤엎는 저작들로 잘 알려진 사카이 준코, 밀리언셀러 그림책 작가인 사노 요코 등이 그 주인공이다. 최근 국내 출판계에서는 이들의 에세이가 활발히 출간되고 있다. 사카이 준코의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 사노 요코의 ‘문제가 있습니다’, 우에노 지즈코와 미나시타 기류의 대담집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 등이 잇달아 나왔다. 2015년에 나온 사노 요코의 ‘사는 게 뭐라고’는 6만부, 뒤이어 나온 ‘죽는 게 뭐라고’, ‘자식이 뭐라고’는 1만부씩, 최근 출간된 사카이 준코의 ‘저도 중년은 처음입니다’는 한 달 새 7000부가 팔려나가는 등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으면서 출판사들이 앞다퉈 책을 펴내는 모습이다. 송현주
  • 노래하듯 다듬은 치열한 자기 성찰

    노래하듯 다듬은 치열한 자기 성찰

    오정국 시집 ‘눈먼 자의 동쪽’ 내설악의 청렴결백한 강골부터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의 적빈까지 오정국(60) 시인이 간절히 다듬은 언어의 풍광이 새 시집 ‘눈먼 자의 동쪽’(민음사)에 펼쳐진다. 조강석 문학평론가는 그의 시편을 두고 “그의 독백이 주는 울림이 큰 것은 불과 얼음, 그리고 맹목과 적빈의 편력을 거쳐 온 이의 고해이기 때문”이라고 평한다. 특히 시집의 끝자락에 실린 ‘철문을 닫아 걸 이유가 없다’는 시 쓰는 자로서의 치열한 자기 성찰이 밴 시편으로 꼽힌다. ‘절름발이 흉내를 내면서 방죽의 꽃을 손바닥으로 훑고 가는/이 발걸음을/내 시의 리듬이라고 말해 두자//철문을 닫아 걸 이유가 없다/눈 앞의 풍경은 저렇듯 완성됐고 여기서 내 한 마음이 살고 있으니//(중략) 진흙을 밟아서 진물이 흐를 때까지/내 목청 불태우듯 흩날리는/ 노래 몇 줄’(철문을 닫아 걸 이유가 없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제조 강국 꿈꾸는 中의 야심과 전략

    제조 강국 꿈꾸는 中의 야심과 전략

    중국 굴기의 핵심을 다룬 ‘중국제조 2025’(진베이 지음, 한국정책재단 펴냄)가 번역 출간됐다. 중국 국무원은 2015년 5월 ‘중국제조 2025’를 선포하고, 공업혁명을 통한 중국 굴기 프로젝트를 세상에 알렸다. 중국 경제의 체질을 바꿔 2025년에 중국을 경제 강국 대열에 합류시키고 2045년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제조 강국으로 자리잡게 한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임태희 한국정책재단 이사장은 “중국산업의 미래와 핵심 전략을 담은 이 책이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과 제조업 강국의 실현에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 책을  사랑하고 만들고 사라진 영원한 출판인

    책을 사랑하고 만들고 사라진 영원한 출판인

    한국 출판계의 거목인 박맹호 민음사 회장이 22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84세. 1933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1966년 서울 청진동 옥탑방 한 칸에서 ‘올곧은 백성의 소리를 담는다’는 뜻을 담은 민음사를 연 ‘출판 1세대’다. 그가 1973년 처음 펴낸 ‘세계시인선’은 원문 번역을 시도하고 최초의 가로쓰기를 도입했다. 고인이 개발한 ‘국판 30절’ 판형은 국내 시집의 표준형으로 자리잡았다. 1974년에는 ‘오늘의 시인 총서’를 펴내 김수영, 김춘수, 고은, 박재삼, 황동규를 소개하며 시의 대중화에 기여했고, 1981년에는 ‘김수영 문학상’을 제정했다. 1976년 계간 문학지 ‘세계의 문학’을 창간한 데 이어 이듬해 소설가 한수산을 제1회로 수상자로 제정한 ‘오늘의 작가상’을 통해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수상작을 단행본으로 펴내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이 상은 신인 작가들의 산실로 통하며 이문열, 한수산, 조성기, 최승호 등 우리 문학의 굵직한 인물들을 키워낸 자양분이 됐다. 고인은 문학뿐 아니라 문예이론 사상과 학술 출판에도 관심을 기울여 기초 학문의 발전에 이바지했다. 1977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발간했던 ‘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나의 형, 체 게바라 (후안 마르틴 게바라·아르멜 뱅상 지음, 민혜련 옮김, 홍익출판사 펴냄) 아르헨티나 좌파 운동의 중심 인물이자 체 게바라의 막냇동생으로 형을 꼭 빼닮은 저자가 언론인 아르멜 뱅상과의 대담을 통해 전하는 형에 대한 이야기. 1967년 10월에 숨진 체 게바라의 50주기를 맞아 국내에 출간됐다. 이 책은 사상가이자 사회개혁가인 그의 생애를 복원한다. 특히 체 게바라의 혁명이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사회를 꿈꾸는 수단이었다는 점을 드러낸다. 저자는 비영리단체 ‘체 게바라의 발자취 안에서’를 설립해 형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376쪽. 1만 4800원. 미식의 역사 (질리언 라일리 지음, 박성은 옮김, 푸른지식 펴냄) 인류의 미식의 역사를 화려한 도판과 함께 담아냈다. 인류가 즐겨온 고기와 채소, 과일, 디저트와 요리법을 살펴보는 미각의 여행을 선사한다. 저자는 다양한 예술 작품에 묘사된 부엌과 식사 장면, 요리 과정 등을 추적해 나가며 오늘날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의 유래와 다양한 사연도 세밀하게 밝혀낸다. 구석기 시대 동굴벽화부터 메소포타미아 석판, 중세 프레스코, 르네상스 정물화 등 책에 실린 180여개의 미술 작품들은 읽는 이의 눈
  • [그 책속 이미지] “인간은 왜 읽고 쓰는가”…日 ‘知의 거인’ 다치바나 서가

    [그 책속 이미지] “인간은 왜 읽고 쓰는가”…日 ‘知의 거인’ 다치바나 서가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다치바나 다카시 지음/‘박성관 옮김/문학동네/648쪽/3만 3000원 일본 저널리스트로, ‘지(知)의 거인’으로 불리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개인 서가에는 경계를 넘어 끝없이 뻗어가는 책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하 2층부터 4층 옥상 계단까지 평생 모은 20만여권의 장서들로 빼곡한 도쿄 고라쿠엔의 개인 도서관 ‘고양이 빌딩’은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그는 이 책들을 통해 ‘인간은 왜 읽고 쓰는가’를 질문하며, 자신이 다양한 방식으로 접속해 온 책들과의 경험을 전한다. 다치바나는 집필 작업에 인터넷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진은 서양 문명과 연관된 장서들이 꼽혀 있는 3층 동쪽과 남쪽 서가. 사진 와이다 준이치
  • 여섯 인생선배가 들려주는 노년의 삶

    여섯 인생선배가 들려주는 노년의 삶

    선배 수업/김찬호·전호근·황현산·박경미·김융희·심보선 지음/서해문집/272쪽/1만 4500원 한국 사회의 가장 두꺼운 인구층인 베이비붐 세대가 나이 들어가면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이 때, 우리는 어떤 노년을 준비해야 할까. 청년 세대는 어른다운 어른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하지만 이는 뒤집어보면 도움을 요청하는 절규일 수도 있다. 이 책은 선배 시민을 키워드로 개인을 넘어서 공동체에 기여하는 나이듦이 무엇인지 모색해 본다. 지난해 10월 안양문화예술재단에서 ‘선배가 돌아왔다’는 제목으로 개최된 세대 문화 대중 강좌에 나선 여섯 연사의 강연 내용을 책으로 묶었다. 선배란 나이가 많으면 무조건 부여되는 자격이 아니라 스스로를 닦고 내적인 성장을 기하면서 형성해 가는 품성이다. 6명의 지식인들은 상처와 얼룩투성이의 생애도 다음 세대를 위한 밑거름이자 선물이 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노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문화인류학자 김찬호는 세대 단절 혹은 세대 갈등에 주목하면서 새로운 유대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그는 “창조성의 방향이 아래 세대로 향하는 것이 생성성 또는 생산성의 핵심”이라면서 “내가 아래 세대를 보살핌으로써 나를 돌보는 것, 후대에 봉사하는
  • ‘종의 기원’  다윈도 놀란  월리스의  위대한 탐사

    ‘종의 기원’ 다윈도 놀란 월리스의 위대한 탐사

    말레이 제도/앨프리드 러셀 월리스 지음/노승영 옮김/지오북/848쪽 “땅에 발을 내딛기만 하면, 내가 다시는 배를 타나 봐라.” 1848년 밑창이 뚫린 배에서 그는 50번도 더 다짐했다. 당시까지 그만큼 아마존 깊숙한 곳까지 가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눈에 보이는 대로 채집했다. 영국에 내리기만 하면 한몫 단단히 챙길 수 있었다. 아뿔싸, 귀국선엔 화재가 발생했고 구조선은 구멍이 났다. 그는 모든 것을 잃었다. 이렇게 끝났다면 우리는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1823~1913)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어디로 갈까?” 1852년 월리스는 서른이 되었다. 전형적인 영국 흙수저인 월리스는 다시 돈이 될 만한 것을 채집해야 했다. 일단 아마존은 제외했다. 거기는 이제 옛 동료 헨리 월터 베이츠의 영역이었다. 말레이 제도가 떠올랐다. 동서로 6400㎞, 남북으로 2900㎞ 너비에 흩어진 2만여 개의 크고 작은 섬이다. 모두 합하면 남아메리카 대륙 면적과 비슷한 넓이로 대부분 열대우림으로 덮인 화산지대다. 각 섬의 차이를 연구하면 명성을 얻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1854년 4월 말레이제도에 도착한 월리스는 곧장 탐험을 시작했다. 새벽 5시 30분에
  • 해외 주둔 미군기지의 불편한 진실

    해외 주둔 미군기지의 불편한 진실

    오버 데어/문승숙·마리아 혼 엮음/이현숙 옮김/그린비/688쪽/3만 7000원 미국은 지난 60년간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군사제국으로 군림해 왔다. 150여개국에 설치된 미군 기지만 700여개, 주둔 미군은 14만여명이다. 미국 언론들이 해외 파견된 미군에 대해 강조하는 이야기들은 세계 평화를 지키는 이들의 영웅담이나 희생 의지 등이 대부분이다. 이런 눈가림을 치밀한 관찰과 비판으로 발가벗기는 책이 나왔다. 미국이 미군 기지를 통해 얼마나 현지 국가에 불평등한 사회적 비용을 전가시키는지, 치외법권적인 오버 데어(군사기지와 미군, 지역 주민들이 교류하는 곳으로 국가 간 경계와 주권이 흐려지는 혼성 공간)에서 어떤 양상의 폭력과 무질서를 야기하는지에 대한 진술이다. 미국 바사대 사회학과 문승숙 교수와 역사학과 마리아 혼 교수가 엮은 미국 교수 8명의 논문은 미 본토 외부 미군의 90%를 수용하는 한국, 일본, 서독의 기지들을 중심으로 주둔국 정부의 형태, 주둔하는 미군의 종류, 미군 기지 위치, 미국과 주둔국 사이에 발생하는 문화적 차이 등에 따라 미군과 주둔국 사회 간 맺고 있는 권력관계가 다름을 보여 준다. 가장 평등한 형태가 서독, 가장 불평등한 형태가
  • ‘입에 풀칠’도 힘든 삶은 왜 안 바뀔까

    ‘입에 풀칠’도 힘든 삶은 왜 안 바뀔까

    ‘빈곤층은 무절제·무계획’ 편견 맞서 가난이 가난을 부르는 현실 항변 가난한 자의 잘못된 결정 이유 조명도 핸드 투 마우스/ 린다 티라도 지음/김민수 옮김/클/256쪽/1만 3000원 옛말에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어쩔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게으르고, 머리가 나쁘거나 혹은 의지가 약해 가난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의미다. 가난은 머릿속에서부터 작동되는 강력한 편견을 동원한다. 빈곤층은 부주의하고 비도덕적이며, 무절제하고 무책임한 것으로 여겨지고 남의 소유물에 손댈 잠재적 용의자로 종종 취급된다. 이 책의 저자 린다 티라도는 그런 편견에 맞서 ‘가난이 가난하게 만드는’ 현실을 솔직하게 풀어 나간다. 두 딸을 양육하면서, 두세 개의 파트타임을 뛰고 담배로 스트레스를 달래며 종일 일하고도 가난한 미국 저임금 노동자가 저자 자신이기 때문이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입에 풀칠하기’ 정도인 ‘핸드 투 마우스’(Hand to Mouth)라는 책 제목이 암시하듯 이 책은 가난한 저자의 고군분투기이자 “이미 가난하기에, 가난하지 않을 일이 절대 없을 것임이 확실한” 사람들을 위한 변론문이다. 패스트푸드 종업원과 바텐더 등 임시직으로 입에 풀칠이나
  • 3000년 전 지중해 문명 흥망성쇠와 오늘

    3000년 전 지중해 문명 흥망성쇠와 오늘

    고대 지중해 세계사/에릭 클라인 지음/류형식 옮김/소와당/388쪽/2만 5000원 미국의 저명한 고고학자인 저자는 기원전 15세기부터 지중해 지역에서 형성됐던 청동기 문명을 인류 역사상 최초의 글로벌 체제라고 이야기한다. 이집트, 그리스 미케네, 시리아 지역의 히타이트 등이 국제 교류를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네트워크를 뒷받침하는 예로 크레타 섬의 그 유명한 크노소스 궁전에서 발굴된 벽화를 꼽기도 한다. 소를 타고 넘는 역동적인 모습을, 물감을 벽에 집어넣어 함께 말리는 프레스코 양식으로 표현한 이 벽화와 유사한 벽화들이 이집트 델에드다바, 이스라엘 델카브리, 터키 알랄라크, 시리아 콰트나 등에서도 발굴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약 300년간 번성했던 지중해 청동기 네트워크는 기원전 12세기 들어 갑자기 몰락하고 만다. 저자는 지중해 청동기 문명의 흥망성쇠를 지중해 각지에서 발굴된 점토판 외교 문서, 3000년간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던 무역선에서 건져 올린 유물 등을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소설처럼 흥미지진하게 들려준다. 그러면서 “자연재해, 대규모 이주, 이주민과 정착민의 전쟁, 질병 등 다양한 원인이 한꺼번에 닥쳐와 지중해 청동기 문명이 막을 내리고 그 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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