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학
  • 삶은 한판의 사투… 그 속에서 찾아낸 한 떨기 꽃

    삶은 한판의 사투… 그 속에서 찾아낸 한 떨기 꽃

    생살이 붉게 찢어진 절개지에서 시인이 보는 것은 한 움큼의 야생화다. 참혹한 환부에서도 살려는 의지는 계속되는 것. 쉽게 망가지고 다치는 보통의 삶이 눈부신 이유는 여기에 있다. 김승희(64) 시인(서강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시선은 그곳에 오래 머무른다. 그의 열 번째 시집 ‘도미는 도마 위에서’(난다)에서다. ‘그러니까 나의 전망은 신의 절개지다/생살이 찢어진 붉은 절개지에도 사계절이 오고/나무뿌리가 지하수를 끌어올리고/새순이 돋아나고 꽃도 피고 열매도 열린다/절개지는 절개의 상처를 치료하려고 사계절 내내/저렇게 노력하고 있다/(중략)/지금도 펄펄 살아 있는 저 붉은 아픔은/절개지의 절벽 위에 피어난/한 움큼의 야생화로 스스로 치료하려는 듯/갈 봄 여름 없이 조촐한 꽃들이 피었다 진다.’(전망) 올해로 등단 44년을 맞는 시인의 감각은 여전히 ‘삶이란 결국 끝없는 보병전’이라는 냉철한 현실 인식으로 예리하게 벼려져 있다. 하지만 시집에 담긴 87편의 시편들은 환상과 전복, 해체의 언어로 ‘시대의 여전사’, ‘시의 테러리스트’라 불렸던 그의 수식어가 다시 쓰여져야 함을 보여 준다. 해설을 쓴 나민애 문학평론가가 “고통의 분출이 그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이
  • ‘아시아의 연인’ 덩리쥔, 미성에 실렸던 소신

    ‘아시아의 연인’ 덩리쥔, 미성에 실렸던 소신

    등려군: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하죠/장제 지음/강초아 옮김/글항아리/564쪽/2만 5000원 가희 덩리쥔:아시아의 밤을 노래하다/최창근 지음/한길사/440쪽/1만 8000원 “노인들이 들으면 웃음꽃이 피고, 중년이 들으면 고민을 잊게 되며, 젊은이가 들으면 달콤한 기분이 되고, 어린아이가 들으면 춤을 추게 만든다.” 얼마나 노래를 잘했으면 이토록 뜨거운 찬사를 받을 수 있을까. 목소리 하나로 남녀노소 모든 사람들을 사로잡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터다. 풍부한 성량과 기교도 중요하겠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은 아무나 지닐 수 없으니 말이다. 영화 ‘첨밀밀’의 삽입곡 ‘첨밀밀’, ‘월량대표아적심’을 부른 대만의 국민 가수 덩리쥔(鄧麗君·등려군)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의 노래는 이처럼 여전히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중국어를 잘 몰라도 한 번쯤 듣고 흥얼거려 봤을 정도로 유명한 노래에 비해 그녀의 삶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녀는 1995년 타계한 이후 20년이 넘도록 아시아에서 널리 사랑받는 슈퍼스타로, 일찍이 중화권은 물론 일본에서도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마침 ‘아시아의 영원한 여인’으로 불리던 덩리쥔의 인생을 기리는 책 두 권
  • 금융 모세 vs 탐욕 화신… 모건의 美경제 유산

    금융 모세 vs 탐욕 화신… 모건의 美경제 유산

    금융황제 J.P. 모건/진 스트라우스 지음/강남규 옮김/이상/1200쪽/4만 8000원 존 피어폰트 모건(1837~1913)은 자본주의가 미국에 정착할 무렵인 19세기 후반 막강한 금융권력을 구축했다. 중앙은행이 존재하지 않고 은행시스템 자체도 낙후된 상황에서 1895년 금이 국외로 대거 누출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모건은 6500만 달러어치의 금을 마련해 재무부 금고에 예치함으로써 금융위기를 수습했다. 1907년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뉴욕 거물 은행가들을 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이 사건은 그를 국가적인 영웅으로 떠오르게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한 금융인의 엄청난 위력에 두려움을 표하기 시작한다. 모건의 거대한 영향력은 정치적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미국인들은 1907년 공황을 계기로 시민의 경제복지를 한 사람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독점적 금융자본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금융위원회가 조직됐고 이는 훗날 연방준비제도로 발전한다. ‘금융황제 J.P.모건’은 J P 모건의 일대기를 통해 슈퍼파워 미국의 현대 경제가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시스템으로 작동하는지를 보여 준다. 책은 거대 금융권력이 형성되는 과정과 작동 메커니
  • 책 읽으며 자아 정체성 찾는 여성

    책 읽으며 자아 정체성 찾는 여성

    여자의 독서(완벽히 홀로 서는 시간)/김진애 지음/다산북스/384쪽/1만 6000원 1남 6녀 딸부잣집 셋째 딸로 태어난 저자는 ‘여자라는 존재’에 대한 깊은 회의를 불러일으키는 환경에서 자라면서 ‘칼을 갈고 닦는’ 심정으로 책을 읽었다고 고백한다. 박경리, 한나 아렌트, 버지니아 울프, 제인 제이콥스, 빨강머리 앤,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 제인 구달, 프리다 칼로, 그리고 신화 속 여인들과 삼신할미까지 저자가 이끄는 대로 여성들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스스로 묻게 된다. 여자는 무엇으로 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왜 흔들리고 왜 다시 일어서게 되는지. 여자를 위한, 여자에 대한, 여자에 의한 책이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이야기론으로 읽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미야자키 하야오 (오쓰카 에이지 지음, 선정우 옮김, 북바이북 펴냄) 서브컬처 평론가인 저자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분석했다. 312쪽. 1만 6000원. 폴 크루그먼의 지리경제학 (폴 크루그먼 지음, 이윤 옮김, 창해 펴냄)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저자가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론적 업적인 지리경제학에 대해 강연한 내용을 엮었다. 244쪽. 1만 6000원. 스무 살 아들에게 (김별아 지음, 해냄 펴냄) 소설가 김별아가 스무 살 아들이 입대한 날부터 훈련소 수료식까지 38일 동안 매일 써 내려간 편지와 아들의 백일과 첫돌에 쓴 편지까지 총 40편의 글을 담았다. 228쪽. 1만 4500원. 어린이 대학 시리즈 (이은희 외 3명 지음, 김소희 외 3명 그림, 창비 펴냄) 최재천(생물), 이만열(역사), 오세정(물리), 이정전(경제) 등 평생 해당 학문을 연구한 석학들이 어린이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각 128~132쪽. 각 1만 2000원. 블룸 앤 구떼 스타일 (조정희·이진숙 지음, 비타북스 펴냄) 파티시에 조
  • 트럼프 당선으로 본 포퓰리즘 확산

    트럼프 당선으로 본 포퓰리즘 확산

    포퓰리즘의 세계화/존 주디스 지음/오공훈 옮김/메디치/284쪽/1만 5000원 지금은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적으로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유럽 쪽의 양상이 도드라졌다. 브렉시트를 결행한 영국을 비롯해 프랑스, 스페인 등 상당수 유럽국가에서 포퓰리스트 정당이 득세했거나 정부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비슷한 시기에 포퓰리즘이 부상하는 이유는 뭘까. 책은 정치·사회분야 저술가인 저자가 이런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논지를 펴고 있다. 가장 극적인 곳은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미국이다. 책은 트럼프의 사례를 통해 포퓰리즘의 세계화를 집중 분석하고 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사진실 교수의 보물창고, 저작집 ‘전통연희시리즈’ 발간

    사진실 교수의 보물창고, 저작집 ‘전통연희시리즈’ 발간

    ‘전통은 케케묵은 것이 아니라, 켜켜이 쌓인 보물창고’라는 말로 한국고전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던 고(故) 사진실 교수의 저작집 전통연희시리즈(총 9권)가 발간됐다. 중앙대학교 전통예술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사진실 교수는 인문학의 바탕 아래 전통연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던 학자다.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 ‘왕의 남자’ 원작 사료 제공자로 유명한 인문학자로, 이번에 발간된 전통연희 시리즈는 학자 사진실이 생을 바쳐 완성한 저작집이다. 학계가 사진실 교수의 전통연희 시리즈에 주목하는 이유는 고작 50세의 나이에 그녀의 학문적 성과를 완성했다는 점이다. 사 교수는 공연문화의 지속과 변화를 밝힌 저서들과 전통연희에 대한 치밀한 연구 논문, 또 그것을 현대적으로 어떻게 재현하고 창조할 것인가에 대한 각종 평론과 아이디어로 이미 50세 이전에 확고하게 자신의 학문적 천명을 제시했고, 이를 실천했다. 그녀의 이러한 노력은 후학들을 통해 인문학의 꽃을 피우고 있다. 사 교수가 그토록 복원하길 염원하던 산대(山臺)는 2017년 국립국악원의 ‘산대희(山臺戱), 만화방창(萬化方暢)’ 공연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안타깝게도 살아 생전에 산대 공연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그
  • [서울포토] ’천경자 코드’ 출간 기자회견

    [서울포토] ’천경자 코드’ 출간 기자회견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 관련 전모를 담은 신간 도서 ’천경자 코드’ 출간 기자회견에서 저자이자 천 화백의 차녀인 김정희 미국 메릴랜드주 몽고메리대 교수가 위작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그림 속 다섯가지 코드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소설, 흑백 역사관·단편적 사고 맞서는 존재”

    “소설, 흑백 역사관·단편적 사고 맞서는 존재”

    “역사에서 ‘순수한 흑백’을 가리는 판단은 있을 수 없습니다. 소설은 그런 단편적인 사고에 대항하고자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를 출간한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68)가 역사 문제를 바라보는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출판사 문학동네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서다. 국내에서도 식지 않는 인기를 누리는 하루키는 한 번도 한국을 방문하거나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7년 만의 신작은 여름철 서점가를 강타, 이번에도 단숨에 베스트셀러 1위를 석권했다. 문학동네는 지금까지 4쇄, 40만부를 찍었다. 하루키는 이번 신작에서 난징대학살을 다뤄 일본 우익의 공격을 받았다. 한국은 최근 역사교과서를 둘러싸고 좌우 갈등을 겪었다. 양국에서 역사관의 대립은 늘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소설은 단편적인 사고에 대항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지금이야말로 소설이 일종의 (좋은 의미의) 전투력을 갖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현재의 인터넷 사회에서는 ‘순수한 흑이냐 백이냐’ 하는 원리로 판단이 이루어지기 일쑤입니다. 그렇게 되면 말이 딱딱하게 굳어 죽어버리죠. 사람들은 말을 마치 돌멩이처럼 다루며 상대에게 던져대고요
  • [책꽂이]

    [책꽂이]

    헌법을 쓰는 시간 (김진한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헌법재판소에서 12년간 헌법연구관으로 일한 저자가 시민들이 꼭 알아야 할 헌법의 원칙을 제시하고 알기 쉽게 설명한다. 416쪽. 1만 8000원. 호모 사피엔스와 과학적 사고의 역사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조현욱 옮김, 까치 펴냄) 인류 최초의 도구 발명부터 양자물리학 이론에 이르기까지 과학 발전의 바탕이 된 지적 호기심의 역사를 좇는다. 440쪽. 2만원. 예언 (김진명 지음, 새움 펴냄) 1983년 대한항공(KAL) 007기 피격사건으로 여동생을 잃은 주인공이 뉴욕, 베를린, 평양 등을 종횡무진하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사건을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376쪽. 1만 4800원. 애거사 크리스티 완전 공략 (시모쓰키 아오이 지음, 김은모 옮김, 한겨레출판 펴냄) 수십년간 추리소설 평론가로 활동한 저자가 ‘추리 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 99권을 분석했다. 564쪽. 1만 8000원. 서울, 뉴욕, 킬리만자로 그리고 서울 (현경·김수진 지음, 샨티 펴냄) 60대 페미니스트 신학자 현경과 30대 여성 김수진이 4년에 걸쳐 평화, 여성성, 옷, 먹을거리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해 나눈 대화
  • 블랙리스트, 그들이 꽃피운 독일 예술

    블랙리스트, 그들이 꽃피운 독일 예술

    독일 미술가와 걷다/이현애 지음/마로니에북스/320쪽/1만 6000원 독일의 나치 정권은 “독일적인 예술의 순수성을 더럽힌다”는 명목으로 ‘퇴폐미술가’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20세기 독일 전위 예술가들을 감시하고 문화 예술 활동을 금지시켰다. 1937년엔 국공립미술관에서 그들의 작품을 철거한 뒤 독일 전역을 돌며 전시했다. 그 유명한 ‘퇴폐미술전’이다. 나치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미술가들은 어떤 이들이었고, 나치는 어떤 이유로 그들의 작품을 혐오했을까. 신간 ‘독일 미술가와 걷다’는 나치에 의해 ‘퇴폐 미술가’로 낙인찍힌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에 주목한다. 저자가 서문에 밝힌 것처럼 책은 박근혜 정권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사건이 터진 것에 맞춰 급조한 책이 아니다. 미술사가인 저자는 “좋은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을 정리하다 보니 대부분이 나치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작가들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왜 그런지는 책을 읽으며 작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면 자연스레 이해가 간다. 하나의 이름표를 붙였지만 다양했던 그들의 삶과 예술을 역사의 굴레 속에서 조망하기 위해 작가들을 사망연도 순으로 소개한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이는 파울라 모더존 베커(1876~1907
  • 글로벌 금융위기 월가와 다른 한 축 英 시티 파헤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월가와 다른 한 축 英 시티 파헤치다

    상어와 헤엄치기/요리스 라위언데이크 지음/김홍식 옮김/열린책들/416쪽/1만7000원 서양에 대한 우리의 시선이 미국 편향적이 되어 버린 지 오래여서인지 글로벌 금융 위기를 이야기할 때 자연스레 시선이 뉴욕 월스트리트(월가)로 향하게 된다. 위기의 단초가 된 리먼 브러더스 파산 등은 익히 들어봤을 터이다. 관련해서 월가를 다룬 책들이나 영화도 엄청나게 쏟아졌다. 그런데 이 책은 월가가 아니라 금융 위기의 다른 한 축이었던 영국 런던 금융가 ‘시티 오브 런던’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눈길이 간다. 만든 사람조차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복잡한 파생 상품들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금융 위기를 불러왔는지 애써 분석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도 신선하다. 저자는 2년 반에 걸쳐 ‘시티’의 내부자 200여명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금융인을 무책임, 무관심하고 비윤리적이며 통제도 불가능하고 원시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시스템에서 재앙의 원인을 찾는다. 2008년 시티와 월가가 합작해 세계 경제를 붕괴 일보 직전까지 몰고 갔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달라졌을까. 저자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한다. 비행기 날개 엔진에 불이 붙은 것을 보고 승무원에게 이야기해도 안전하니까 자리에 앉아
  • 인류역사를 바꾼 과학적 발견들은 우연서 탄생하다

    인류역사를 바꾼 과학적 발견들은 우연서 탄생하다

    우연의 설계/마크 뷰캐넌 외 지음/마이클 브룩스 엮음/김성훈 옮김/반니/312쪽/1만 6000원 세계에 별의별 협회가 다 있다. 1918년에 창립된 세계가위바위보협회는 전 세계 가위바위보 애호가들을 모아 챔피언 리그를 열며 가위바위보 놀이 문화를 발전, 계승하고 있다. 가위바위보의 승부는 우연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 같지만 그레이엄 워커는 행운이 아니라 기술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이 제시하는 한 가지 요령은 첫 게임에서 바위를 내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대가 바위를 낼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의 수학자 요시자와 미쓰오가 연구한 결과 첫 게임에서 바위를 내는 사람이 35%로 가장 높았다. 보는 33%, 가위는 31%였다. 영국의 과학주간지 ‘뉴사이언티스트’와 23명의 학자들이 모여 새로 펴낸 ‘우연의 설계’는 일상생활 속 우연의 사건들을 과학적 통찰로 풀어낸다. 이 책을 엮은 마이클 브룩스는 가위바위보처럼 무작위로 일어나는 일들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데 능숙하지 못하다면 그저 우연에 몸을 맡기라고 조언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역시 어지럽게 날아다니던 바윗덩어리 가운데 하나가 우연히 달라붙고 그 옆에 달이 생기면서 사람이 살 수 있는
  • 中 제왕 통해 익히는 ‘리더 자질’

    中 제왕 통해 익히는 ‘리더 자질’

    장단경/곽성문 지음/인간사랑/818쪽/3만 9000원 당나라 현종 때 활동했던 학자 조유가 쓴 제왕학의 고전 ‘장단경’이 꼼꼼한 고증을 통해 다시 출간됐다. 책은 하은주 삼대에서부터 전국 시대를 거쳐 진시황의 위업과 병사, 수와 당의 천하통일 등 역대 왕조와 제왕들의 흥망성쇠를 통해 통치의 도리, 리더의 자질이 무엇인지 길어올린다. 곽성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이 원문을 일일이 대조하고 문장의 출전을 세심히 밝혀 오류를 최대한 배제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소설-현실 소통 위한 작가들의 분투

    소설-현실 소통 위한 작가들의 분투

    재현의 현재/이경재 지음/창비/356쪽/2만원 ‘한국소설은 비교 대상이 없을 만큼 현실과의 접촉 면이 넓고도 뜨거운 민족문학의 대표적 사례였다. 이러한 현실과의 긴장, 혹은 접촉의 단면을 새롭게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시대 문학이 잊어서는 안 될 핵심요소다.’ 200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경재 문학평론가(숭실대 교수)가 김사과, 황정은, 김영하, 김이설, 편혜영, 김애란 등 우리 시대 작가들이 어떻게 현실과 맞부딪히고 교감하고 있는지 조망하는 평론집을 펴냈다. 한국 문학이 영향력을 잃은 건 현실과 소통할 새로운 문법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을 품고 소설과 세계 양쪽의 미래를 찾기 위해 고투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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