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학
  • 불안은 운명의 길을 들여다보는 거울

    불안은 운명의 길을 들여다보는 거울

    다리를 건너다/요시다 슈이치/이영미 옮김/은행나무/548쪽/1만 5000원 파랑새의 밤/마루야마 겐지/송태욱 옮김/바다출판사/528쪽/1만 6500원 인간은 불안한 존재다. 지극히 평범한 인물들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불안의 씨앗은 자란다. 우리를 암울한 현실의 끝자락까지 내몰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미처 깨닫지 못한 삶의 방향을 일러 주기도 하는 그것. 인간 내면에 자리잡은 불안은 그래서 운명의 길을 들여다보는 거울 같다. 일본 문학계를 대표하는 두 작가 역시 존재의 불안감과 불확실한 삶에서 비롯된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에 주목했다. 올해로 데뷔 20년을 맞은 요시다 슈이치(왼쪽)의 ‘다리를 건너다’와 기성세대와 기득권에 저항하는 에세이로 유명한 마루야마 겐지(오른쪽)의 ‘파랑새의 밤’이다. 작가들은 작품 속에서 일상이 뒤흔들린 보통의 사람들이 삶의 한복판에서 길을 헤매는 순간을 포착하고, 온갖 우연과 작은 결단들이 모여 이루는 반전들을 펼쳐냈다. 요시다의 ‘다리를 건너다’는 아키라, 아쓰코, 겐이치로 세 인물을 통해 오늘의 선택이 어떤 미래로 이어지는지 그린다. 맥주회사 영업과장 아키라는 미술관 큐레이터인 아내 아유미, 고등학생 처조카와 함께 살며 평탄한 듯
  • 정신과 의사와 심리학자는 왜 나치 전범을 다르게 볼까

    정신과 의사와 심리학자는 왜 나치 전범을 다르게 볼까

    악의 해부/조엘 딤스데일 지음/박경선 옮김/에이도스/324쪽/1만 7000원 유대인 600만명과 비전투원 수백만명, 집시 20만명, 정신질환자 및 장애아동 7만명…. 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이다. 인류 최악의 전쟁범죄라는 홀로코스트 주모자들은 태생이 악마 같은 사이코패스였을까, 주변 환경에 이끌린 또 다른 사회적 피해자였을까. 뉘른베르크 재판은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나치 전범들을 처벌하기 위해 열린 재판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재판에 앞서 연합군 측이 나치 전범들의 심리연구차 정신과 의사와 심리학자를 뉘른베르크에 파견한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연합군 측은 이들이 전범들을 ‘악마 같은 사이코패스’로 결론짓기를 바랐고 일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UC샌디에이고 정신의학과 석좌교수인 저자가 나치 전범들의 심리분석 기록을 분석한 이 책에 따르면 연합군 측과 일반 인식은 빗나갔다. 뉘른베르크에 파견된 미국 심리학자 구스타브 길버트와 정신과 의사 더글러스 켈리는 전범 22명의 심리 파악을 위해 각종 심리검사와 대면조사, 감방 속 심리 관찰을 진행하며 다양한 기록을 남겼다. 저자는 그중 유형이 다른 4명의
  • 책은 꼭 눈으로만 읽어야 하나

    책은 꼭 눈으로만 읽어야 하나

    리본/아드리앵 파를랑주 지음/박선주 옮김/아티비티/46쪽/1만 4000원 종이인간/후스크밋나운 지음/북레시피/160쪽/2만 5000원 첫 장을 펼쳤다. 파란색의 둥그런 형태가 노란 바탕을 꽉 채우고 있다. 다음 장을 넘기니 한 명의 곡예사가 기다란 균형봉을 잡고 서 있다. 하지만 무언가 빠졌다. 가만 보니 책 밑으로 노란색 갈피끈이 꼬리처럼 달려 있다. 끈을 손으로 잡아당기자 파란 원은 풍선이 되어 하늘로 떠오르고, 곡예사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시작된다. 책은 글 없이도 새로운 상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프랑스의 신예 작가 아드리앵 파를랑주는 그림책 ‘리본’을 통해 책을 읽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독자에게 읽던 부분을 표시하는 것 외에 별다른 기능을 하지 못했던 갈피끈은 저자의 그림과 독자의 상상력이 만나 다양한 모습을 연출해 낸다. 종이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면 종이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덴마크 예술가 후스크밋나운은 A4용지 한 장과 펜만 있으면 종이에 납작하게 누워 있던 캐릭터들을 벌떡 일으켜 세운다. ‘종이인간’에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통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그의 종이작품 150여점이 실려 있다. 그의 작품은 복잡하거나 화
  • [책꽂이]

    [책꽂이]

    한국 현대문학의 공간과 장소 (이경재 지음, 소명출판 펴냄) 1917년 이광수의 ‘무정’부터 2015년 해이수의 ‘눈의 경전’까지 한국 현대문학 속에 자리한 인천, 서울, 베이징, 만주 등 특정 공간과 장소가 한국문학과 관계 맺는 양식을 살핀다. 438쪽. 2만 6000원. 들소에게 노래를 불러준 소녀 (켄트 너번 지음, 서정아 옮김, 글항아리 펴냄) 미국 미네소타주 레드레이크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여러 원주민과 어울려 지낸 저자가 그들과 교류하며 경험한 일들을 통해 낯선 문화를 이해하는 오래된 지혜를 들려준다. 500쪽. 1만 9800원. 오늘은 바람이 좋아, 살아야겠다! (김상미 지음, 나무발전소 펴냄) 프란츠 카프카, 잉게보르크 바흐만, 폴 발레리 등 김상미 시인이 본인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친 작가 11명의 삶과 창작 세계를 조명한다. 200쪽. 1만 2000원 한국과 일본, 역사 화해는 가능한가 (박홍규·조진구 지음, 연암서가 펴냄) 일본 식민지 지배, 한·일 국교정상화, 조선인 전범,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의 한·일 간 주요 사건들을 짚으며 양국 간 역사 화해의 단초를 찾는다. 252쪽. 1만 5000원. 잠시 멈춤이 필요한 순간 (저우궈핑
  • 실험실에서 ‘놀던’ 과학자, 세상을 바꾸다

    실험실에서 ‘놀던’ 과학자, 세상을 바꾸다

    과학자의 생각법/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지음/권오현 옮김/을유문화사/776쪽/3만 2000원 모두가 세상의 중심이 지구라고 했음에도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는 것을 발견한 코페르니쿠스, 천문학과 물리학의 기초를 닦은 갈릴레이 갈릴레오, 떨어지는 사과를 보며 만유인력의 법칙을 알아낸 아이작 뉴턴, 아무도 보지 못했던 상대성원리를 찾아낸 아인슈타인…. 인류문명의 진보를 이끈 과학자들은 어떻게 그런 위대한 발견에 이르게 됐을까? 발견을 잘하는 방법이 있을까? ‘과학자의 생각법’은 이런 궁금증에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생각의 탄생: 다빈치에서 파인먼까지 창조성을 빛낸 사람들의 13가지 생각도구’의 저자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국 미시간주립대 교수가 과학적 사고 과정에 주목해 쓴 책이다. 저자는 가상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픽션의 형식을 취하면서 과학자들이 ‘무엇을’ 하는가뿐 아니라 ‘어떻게’ 하는지를 보기 위해 과학자들의 머릿속으로 들어간다. 책은 생물학자와 역사학자, 화학자, 과학사학자 등 가상의 인물 여섯 명이 ‘발견하기 프로젝트’라는 모임에서 6일 동안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벌이면서 저명 과학자들이 발견을 이룬 과정을 들여다본다. 이들의 대화 속에는
  • 시인의 은유, 환멸 속 생존 희망

    시인의 은유, 환멸 속 생존 희망

    은유의 힘/장석주 지음/다산책방 펴냄/292쪽/1만 3800원 “은유는 시의 숨결이고 심장 박동, 시의 알파이고 오메가다. 시는 항상 시 너머인데, 그 도약과 비밀의 원소를 품고 있는 게 바로 은유다.” 장석주 시인이 시가 시이게 하는 ‘은유의 힘’을 국내외 시인의 작품을 읊으며 묘파해 나간다. 월트 휘트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윌리엄 블레이크,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이상, 윤동주, 고은, 황인숙, 강정, 이원, 오은, 유진목 등 죽은 시인과 젊은 시인들의 시들을 펼쳐 보이며 저자는 좋은 시, 명석한 은유란 “환멸과 지리멸렬 속에서도 우리를 기어코 살도록 돕는” 것임을 보여 준다. 문예 월간 ‘시와 표현’에 연재됐던 권두 시론 24편을 다듬어 묶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도시인 상징’ 청바지의 문화 가치

    ‘도시인 상징’ 청바지의 문화 가치

    청바지 인류학/대니얼 밀러·소피 우드워드 지음/오창현·이하얀·박다정 옮김/눌민/368쪽/2만 1000원 영국 인류학자 대니얼 밀러는 대도시를 찾을 때마다 지나가는 사람 100명의 옷차림을 무작위로 관찰한다. 서울, 베이징, 이스탄불, 리우데자네이루 등에서 그가 본 도시인들의 절반은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세계인이 일주일에 평균 3.5일을 입는다는 청바지는 극단과 극단을 잇는 이율배반적인 옷이다. 비정치적인가 하면 정치적이고, 글로벌하면서도 가장 개인과 밀착해 있다. 몰개성적이면서 개성적이고 단순하지만 세련된 옷이다. 저자는 이런 청바지의 특성이 어떻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변화시키고 다양한 문화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지 조망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레밍의 집단 자살, 무개념 아닌 생존 위한 선택

    레밍의 집단 자살, 무개념 아닌 생존 위한 선택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프란스 드 발 지음/이충호 옮김/세종서적/488쪽/1만 9500원 레밍(나그네쥐)은 흔히 ‘무개념의 동물’ 정도로 인식된다. 한국에서는 특히 그렇다. 리더의 행동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집단자살까지 감행하는 ‘동물계의 이단아’다. 심지어 후손을 위해 자신의 삶을 버리는 동물로 의인화되기도 한다. 최근의 학계 견해는 다르다. 주기적으로 개체수가 폭증하는 레밍에 대한 식물의 방어 기제, 좀더 풍성하고 싱싱한 먹이를 찾으려는 본능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해 벌어지는 현상이란 것이 정설로 인식되는 추세다. 죽음의 사신 악어가 강물 속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풀을 찾아 강물로 뛰어드는 누떼의 집단이동이 필연이듯, 레밍의 행태 역시 그와 다를 게 없다. 그런데 왜 레밍은 ‘개념 없는 설치류’ 정도로 인식될까. 새 책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은 이런 현상을 인간 중심의 인식 태도에서 비롯된 오류라 규정한다. 자연계의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인데도 의인화의 색안경을 끼고 보니 본질과 다른 결과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책은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오만을 꼬집고 협력과 유머, 정의, 이타심, 합리성, 감정 등 ‘인간적’이라고
  • ‘왜색 금지’ 방파제 넘나들던 일본 문화 파도

    ‘왜색 금지’ 방파제 넘나들던 일본 문화 파도

    일본을 禁(금)하다/김성민 지음·옮김/글항아리/260쪽/1만 5000원 일본 SF 애니메이션의 전설 ‘아키라’가 만들어진 지 29년 만에 국내에서 정식 개봉한다는 소식이다. 제3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의 도쿄를 질주하는 소년들을 그린 이 일본 작품에 대해 국내 팬들은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다. 사실 ‘아키라’는 1991년 국내 극장에 걸린 적이 있다. 당시 일본 작품은 아예 극장 개봉을 할 수 없었는데 왜색(倭色)과 자극적인 장면을 걷어 내며 두 시간짜리를 80분짜리로 줄이고 ‘폭풍소년’이라는 홍콩 작품으로 신분 세탁까지 한 뒤 한국어 더빙판으로 상영됐다. 뒤늦게 일본산(産)으로 알려지며 일주일 만에 간판을 내려야 했지만. 비슷한 시기 일본 만화는 정식으로 들여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왜색이 없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기는 했다. 1992년부터 일본 만화 ‘슬램덩크’가 국내에서 정식 연재되며 열풍을 일으켰다. 작품 속 배경과 캐릭터는 한국식으로 바뀌었는데 강백호, 서태웅, 채치수가 사쿠라기 하나미치, 루카와 가에데, 아카기 다케노리라는 일본 이름 그대로였다면 신드롬을 일으킬 만큼의 인기를 끌었을지 물음표다. 1970~1980년대 TV를 통해 푹 빠져
  • [그 책속 이미지] 여행객 사로잡는 순수한 쿠바인

    [그 책속 이미지] 여행객 사로잡는 순수한 쿠바인

    아바나의 시민들/백민석 글·사진/작가정신/340쪽/1만 4000원 “당신은 그러니까 그들을 당신의 남은 생애만큼 당신 곁에 붙잡아 두고 싶었던 것이다. 어떤, 궁극적인, 아름다움의 표상으로.” 어느 가을날 홀연히 쿠바로 떠난 소설가 백민석. 그가 2인칭 시점으로 담백하게 풀어놓은 여행기에는 쿠바 수도 아바나를 여행하며 발품을 팔아 얻어낸 생생한 현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가가 아바나를 끝없이 걸으면서 깨닫게 된 것은 아바나의 진정한 볼거리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이나 유적이 아니라 길거리를 다니는 시민들이라는 사실. 피부색이 다채로운 만큼 다양한 표정을 지닌 사람들의 순수한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들이 지닌 생명력과 정겨운 평화에 절로 빠져들게 된다.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는 낯선 외국인의 물음에 조금은 떨리지만 순박한 표정으로 렌즈 앞에 선 이 연인처럼 말이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AI의 등장, 로봇의 인간 지배? 인간 ‘대혼란의 시대’ 살아남기

    AI의 등장, 로봇의 인간 지배? 인간 ‘대혼란의 시대’ 살아남기

    늦어서 고마워/토머스 프리드먼 지음/장경덕 옮김/21세기북스/688쪽/3만 8000원 지난해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 1대4라는 인간 완패에 세상은 불안에 휩싸였다. 불안은 일자리 대체의 박탈을 넘어 로봇의 인간지배라는 위기로 치닫는다. 흔히 ‘현기증 나는 가속의 시대’라 불리는 세계. 인간의 적응능력을 앞지르는 기술의 진전에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등으로 국내에도 친숙한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가 ‘미국 쇠망론’ 이후 6년 만에 펴낸 신간. 예사롭지 않은 책에서 저자는 보통의 인식과 달리 낙관적인 견해를 편다. “인공지능은 자신의 자리를 기꺼이 내어주는 인간만 지배하고 그런 사람들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가속의 시대에 맞춰 끊임없이 적응력을 키우라”고 생존의 법칙을 귀띔한다. 저자가 말하는 ‘가속의 시대’란 컴퓨터 기술과 세계화 시대의 시장, 기후변화 같은 대자연의 변화에 한꺼번에 가속도가 붙어 세상을 크게 요동치게 만드는 시대다. 그 세상에서 인간은 한참 뒤처져 있고 괴리는 갈수록 심해진다. 그 가속과 괴리의 으뜸 요인은 마이크로칩 성능이 18개월마다 두 배씩 늘어난
  •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인권운동가 류샤오보, 中과 세계를 향한 외침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인권운동가 류샤오보, 中과 세계를 향한 외침

    중국의 인권운동가로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가 지난 13일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중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반체제 인사로 지목되면서 류샤오보는 여러 차례 수감을 거듭했고, 노벨평화상 수상식장에서도 초상화로만 참여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류샤오보의 사망은 간암이 직접적인 원인이었지만, 중국은 아내와의 면회도 불허하면서 “사실상 타살”이라는 국제적 비난을 받았다. 류샤오보의 위대함은, 대개의 반체제 지식인들이 톈안먼 사태를 기화로 중국을 떠난 데 반해 오히려 중국으로 돌아와 각종 문필활동을 통해 민주화 운동에 전념했다는 사실이다. 그 치열한 기록을 담아낸 책이 노벨평화상 수상 직후인 2011년 1월 출간된 ‘류샤오보 중국을 말하다’이다. 책에는 1990년 후반부터 2008년 중국 공산당의 독재 종식과 민주화 요구를 내건 ‘08헌장’(零八憲章) 작성을 주도하기까지 인터넷과 잡지에 기고한 글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비판의 수위가 꽤 높다. 1장 ‘중국의 정치를 말하다’에서 류샤오보는 마오쩌둥부터 후진타오 시대까지, 공산당 독재가 얼마나 큰 모순과 심각성을 내포하는지 가감 없이 지적한다. “기득권 유지에만 집착하는 독재
  • 의사와 수의사의 협업… 질병 없는 세상 될까

    의사와 수의사의 협업… 질병 없는 세상 될까

    의사와 수의사가 만나다/바버라 내터슨-호러위츠, 캐스린 바워스 지음/이순영 옮김/모멘토/488쪽/2만 2000원 공룡은 암을 앓았다. 말은 자해를 한다. 고릴라는 우울증에 걸린다. 골든 레트리버, 재규어, 캥거루, 흰고래는 유방암에 잘 걸린다. 도베르만은 강박 증상을 보이기 쉽다. 새와 물고기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정신을 잃는다. 성병으로 죽은 코알라들도 있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바꿔 말해 이러한 질병을 앓고 있는 동물들을 치료할 수 있다면 그 방법을 사람에게도 고스란히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인간과 동물의 구분 없이 종을 아우르는 의료 접근법, 인간의 병을 치료할 방법을 동물에게서 찾는 새로운 개념인 ‘주비퀴티’(ZOOBIQUITY)에 대한 책이 나왔다. 미국의 심장 전문의와 과학 저널리스트가 함께 지었다. 스트레스로 급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원숭이와의 만남이 이 책의 발단이 됐다. 저자들은 의사와 수의사가 협업한다면 인간을 괴롭히는 상당수의 질병들을 더 손쉽고 더 적절하게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한다. 원래 의사는 동물과 사람 모두를 치료했다. 지금은 사회적 지위나 대우가 하늘과 땅 차이인 동물 의학과 인간 의학이
  • 선거 대신 추첨제로 대의 민주정 복원

    선거 대신 추첨제로 대의 민주정 복원

    추첨시민의회/이지문·박현지 지음/삶창/222쪽/1만 7000원 대표의 위기는 필연적으로 책임의 위기로 이어진다. 정치학자인 저자는 선거제를 통해 책임지지 않는 정치가 무한 반복되면서 대의민주주의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추첨으로 시민을 뽑아 의회를 구성하는 추첨시민의회를 제시한다. 당리당략을 떠나 시민들이 필요한 이슈를 공정하게 심의하고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추첨제로 구성하는 대의기구의 필요성과 가능성은 지난해 촛불 시위와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그 잠재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책임감 있는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그 책속 이미지] 푸른 물살 가르는 자유로운 영혼

    [그 책속 이미지] 푸른 물살 가르는 자유로운 영혼

    수영일기/오영은 지음/들녁/288쪽/1만 5000원 어떤 영법을 구사하든 상관없다. 몸의 결점이 드러날까 남의 눈 신경 쓸 것도 없다. 담청색 잉크를 휘휘 풀어 넣은 듯한 수영장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오롯이 물과 어울리는 시간. 그 자유롭고 유연한 움직임에 반해 수영 초보는 덜컥 수영장에 등록한다. 새벽에 눈을 떠야 하는 낯선 부담감은 어느새 잠자리에서나 버스 안에서도 수영 동작을 연습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즐거움과 아연함으로 발전한다. 그 하루들이 쌓여 물에 얼굴을 담갔다 뺐다만 연습하던 초보는 수영 선수처럼 날렵하게 퀵 턴을 하는 경지에 이른다. 수영장에서의 갖가지 풍경과 경험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많은 팔로어들과 교감한 일러스트레이터 오영은의 첫 책이다. 아직도 휴가는 언감생심. 사무실에서 애꿎은 키보드만 난타하고 있는 당신이라면, 물빛 가득한 책을 넘겨 보는 것만으로도 잠시 곁에서 넘실, 물결이 밀려오는 몽상에 빠질 수 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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