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학
  • [그 책속 이미지] 달리는 경의선 달아난 풍경들

    [그 책속 이미지] 달리는 경의선 달아난 풍경들

    그녀는 아기처럼 두 다리를 쭉 뻗고 창문 너머를 쳐다본다. 이마에는 주름이 확연하다. 웃는 것인지, 찡그린 것인지, 아니면 근심이 있는 것인지 알 길 없다. 의자 옆 보따리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먹을 것, 입을 것, 아니면 그 무엇인지 알 길 없다. 열차의 열린 문 옆 풍경은 어찌도 빠른지, 눈이 미처 다 좇기도 전에 휙휙 달려간다. 1990년 7월 경의선의 풍경을 담은 흑백사진에 ‘과거’라는 이름의 냄새가 휙휙 달아난다. 경의선은 1904~1906년 사이 건설된 서울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518.5㎞ 복선 철도다. 1906년 청천강 대동강 철교가 준공되면서 경성에서 평안북도 신의주까지 전 구간이 개통됐다. 그러나 분단이라는 역사를 지나면서 철도의 이름도 갈라졌다. 북한은 평양을 기점으로 평부선, 평의선으로 부른다. 우리는 경의선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쓴다. 책은 1988년부터 1998년까지 김용철 작가가 경의선에서 찍은 100여장의 사진을 모았다. 당시 청년이었던 작가는 24시간 카메라를 들고 다녔다. 여자친구를 보러 가는 길, 혹은 무작정 내린 간이역에서 만난 사람들과 주변 풍광을 찍고 또 찍었다. 끊긴 철도의 비운과 짧은 여행의 여운이 사진 속에서 교
  • “우린 모두 상처 주는 사람이라 인정해야”

    “우린 모두 상처 주는 사람이라 인정해야”

    미숙한 10~20대 기억의 흔적 꺼내 “상대방을 순식간에 판단하고 단죄 서로에 대해 알아갈 기회 잃어버려” 2016년 첫 소설집 ‘쇼코의 미소’로 10만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소설가 최은영(34)이 2년 만에 신작을 들고 돌아왔다. 기교를 부리지 않는 담담한 문장으로 인간 내면의 다양한 풍경을 펼쳐내는 작가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은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찬사를 받으며 강렬하게 데뷔했다. 젊은 작가의 차기작에 대한 평단과 독자들의 기대는 생각보다 뜨거웠다. 부담스러운 시선 속에서도 작가는 지난 2년간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글을 꾸준히 써 왔다. 작가가 보낸 치열한 시간의 기록인 신작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문학동네)은 데뷔작에서 그가 보여 줬던 ‘순하고 맑은 서사의 힘’(서영채 문학평론가)이 한층 두드러진다. 소설집에 실린 7편의 작품에는 ‘작가의 말’에도 나오듯 우리가 지나온 “미성년의 시간이 스며 있다”. 열여덟 살에 처음 만나 서로에게 매혹된 어떤 동성 연인은 욕심과 몰이해 때문에 끝내 이별하고(그 여름), 어린 시절 엄마를 잃은 어떤 자매는 서로를 미워하다 어른이 되면서 상대방의 외로움을 이해하게 된다(지나가는 밤). 눈
  • 소설가 6명이 안내하는 마음속 제주여행

    소설가 6명이 안내하는 마음속 제주여행

    삶에 대한 깨우침 담은 ‘소설제주’ “세계 도시 배경 年 3~4권 출간 미등단 작가 작품도 1편씩 소개” 지난 여름 여행지에서 넋 놓고 바라봤던 경치나 피부에 스며든 시원한 바람은 두고두고 생각난다. 바쁜 일상을 조금이나마 견딜 수 있는 건 그때의 풍경 덕분이다. 여행지에서의 기억과 낭만을 고스란히 옮겨온 소설집이 나왔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 ‘세계테마기행’, ‘다큐프라임’ 등 다수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김병수 PD가 운영하는 출판사 아르띠잔이 선보이는 테마소설 시리즈 ‘누벨바그’다. 김 PD와 15년 넘게 작업한 프리랜서 방송작가 김경희씨가 함께 기획했다. 소설가이기도 한 김 작가는 “김 PD님과 저 둘 다 여행 못지않게 소설을 좋아하는데 독자들이 책을 통해 잠시나마 세계 도시의 구석구석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번 시리즈를 마련했다”면서 “소설을 읽는 동안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지에 대한 행복한 상상을 하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시리즈에서 맨 먼저 다루는 도시는 눈부시게 푸른 바다와 우거진 신록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대표 여행지 제주도다. 소설집 ‘소설 제주’는 전석순, 김경희, 이은선, 윤이형, 구병모 등 젊은 작가 6명이
  • JP가 남긴 한마디 “정치는 책임이 뒤따른다”

    JP가 남긴 한마디 “정치는 책임이 뒤따른다”

    지난달 23일 별세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책 ‘남아 있는 그대들에게’(스노우폭스 북스)가 2일 출간됐다. 김 전 총리가 2016년 5월부터 2017년 가을까지 측근의 도움을 받아 구술로 남긴 유언집 성격의 책이다. 책에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 청년에게 전하는 위로 등 각종 조언의 메시지, 5·16 쿠데타를 일으킨 배경과 정치 철학,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일화 등이 담겨 있다. 김 전 총리는 자신의 정치관에 대해 “분명한 것은 총재나 총리의 위치에서 언제나 대한민국을 받들고 있었다”며 “정치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때조차 ‘어떻게 하면 내 나라에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뿐이었다”고 밝혔다. 5·16 쿠데타를 일으킨 이유에 대해선 “오랜 가난에서 벗어나 남에게 도움받지 않고도 잘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고 항변했다. 특히 5·16 쿠데타에 대해 ‘군사혁명’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골프 애호가’로 알려진 김 전 총리는 “정치는 골프보다 어렵다. 골프는 안 맞는다고 책임질 일은 없지만 정치는 책임이 뒤따른다”며 “잘못하면 국민에게 그만큼 해를 입힌다. 그래서 2004년 4월 아무 말 없이 즉각 정계를 떠났다”고 설명했다. 또 “박 전 대통령 등
  • 철학자들은 왜 꿀벌에 빠졌나

    철학자들은 왜 꿀벌에 빠졌나

    꿀벌과 철학자/프랑수아 타부아요, 피에르 앙이 타부아요 지음/배영란 옮김/미래의창/352쪽/1만 6000원 꿀벌은 어떤 곤충인가. 꽃을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꿀을 채집하고 벌집에 저장하는 부지런한 곤충? ‘꿀벌과 철학자’ 저자인 타부아요 형제는 고개를 젓는다. 꿀벌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세계의 작동 원리를 가르쳤으며, 암브로시우스와 아우구스티누스에게는 신의 섭리를 알려 주기도 했다. 그뿐인가. 네로와 나폴레옹 황제에게는 가장 충성스런 조언자였고, 니체에게는 인간의 위대함을 상기해 주는 지표였다. 이처럼 철학자들은 시대와 문화권을 막론하고 꿀벌을 통해 자연의 비밀과 인간의 근원에 대한 답을 찾았다. 그래서 형제는 이렇게 말한다. “위대한 사상가라면 반드시 벌통 하나쯤은 곁에 두고 있어야 명함을 내밀 수 있을 정도였다”고. 책은 서구 지성사의 결정적 순간마다 사상가들의 치열한 논쟁을 불렀던 꿀벌과 사상가의 주장을 소개한다. 형 프랑수아 타부아요는 20년 경력 양봉업자, 동생 피에르 앙리 타부아요는 파리 소르본대 철학 교수다. 한 명은 사상가들의 철학을, 한 명은 벌의 생태를 분석하는 식으로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인다. 형제는 그리스 신화와 고대 철학자, 제국
  • [책꽂이]

    [책꽂이]

    피 싱(브라이언 페이건 지음, 정미나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바다를 좋아하는 세계적인 고고학자 브라이언 페이건이 취미가 아닌 생존 활동으로서의 고기잡이가 인류를 어떻게 바꾸고 먹여 살렸는지 그 역할과 의미를 규명했다. 568쪽. 1만 8900원. 내가 김소연진아일 동안(황선미 글, 박진아 그림, 위즈덤하우스 펴냄) 동화작가 황선미의 신작으로 학교 선생님이 내성적인 진아에게 학교 생활에 적응이 더딘 소연이의 도우미를 부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자신의 고충을 알아주지 않는 선생님에 대한 원망, 철저히 혼자인 것 같은 외로움 등 진아의 마음속 사투를 섬세하게 그렸다. 156쪽. 1만 1000원. 파리발 서울행 특급열차(오영욱 글·그림, 페이퍼스토리 펴냄) ‘오기사’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진 오영욱 작가가 지난 4월 프랑스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출발해 프랑스, 독일, 폴란드, 벨라루스, 러시아, 몽골, 중국, 북한을 지나 한국의 서울역에 도착하기까지 9개 나라 국경을 넘는 대륙 횡단 여정을 담았다. 펜으로 그린 지도 그림과 사진을 곁들였다. 324쪽. 1만 6000원. 개와 떠나는 대한민국(성연재·서희준 지음, 그리고책 펴냄) 여행을 떠날 때마다 가족
  • [그 책속 이미지] ‘손 그림 편지’ 한 장의 따뜻함

    [그 책속 이미지] ‘손 그림 편지’ 한 장의 따뜻함

    에테가미 정외숙 지음/책앤/164쪽/1만 5000원 “‘고소하게 살아라’라고 주신 참기름. 고소하게 살겠습니다.” 집들이 선물로 비닐에 싼 참기름 병을 받은 이는 엽서에 참기름 병을 그리고 감사의 글을 썼다. 푸르스름한 참기름 병에 노란색 고무줄, 갈색 참기름 그림이 순박하다. 그림의 빈칸을 이리저리 피해 가는 글이 정겹다. 엽서를 받은 이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지지 않았을까. ‘에테가미’는 그림을 뜻하는 일본어 ‘에’(え)에, 손과 종이를 뜻하는 ‘테가미’(手紙·てがみ)를 붙여 만든 말이다. 우리 말로는 ‘손 그림 편지’쯤이 되겠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하나의 장르처럼 많은 이들이 즐긴다. 신간 ‘에테가미’ 저자 정외숙씨는 일본에 거주하던 2010년부터 에테가미를 시작해 그동안 여러 차례 그룹전과 개인전을 열었다. 일본 에테가미협회 공인 강사로, 현재 한국에서 초·중·고교를 찾아다니며 에테가미를 가르친다. 책에는 ‘서툴러도 좋다’는 슬로건과 함께 붓이나 종이 선택부터 그리기와 채색법, 주제 잡기와 글쓰기 등 기본적인 에테가미 방법을 담았다. 저자가 직접 그린 300여장의 에테가미도 담겼다. 유려하지 않아도 좋다. 휴대전화 메
  •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지금, 자신만의 리듬으로 살고 있나요?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지금, 자신만의 리듬으로 살고 있나요?

    동네 헌책방에서 이반 일리치를 읽다/윤성근 지음/산지니/256쪽/1만 5000원 힘들게 일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무슨 직업이든 상관없다, 아버지처럼 힘들게 일하고 싶지는 않다, 앉아서 돈 벌고 싶다고 생각한 애늙은이 꼬마가 진짜 편하게 사는 것 같은 헌책방 주인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아마도 이 이상한 헌책방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 생기지 않았을 테니.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며 손님과 장기나 두고 있는 팔자 늘어진 헌책방 주인과 저자를 겹쳐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수입이 나지 않는 헌책방을 운영하면서 부지런히 글을 쓰고 강의를 나가고, 새벽 6시까지 하는 심야책방 프로그램이나 책방 구석을 활용한 공연, 독서모임을 만들고, 책방에 입점한 제본소와 함께 강의를 기획하는 성실한 활동을 보면 그렇다. 그러는 한편 오후 3시에 문을 열고 일주일에 나흘만 일하는 근무시간을 보면 그 애늙은이 꼬마는 꿈을 이루었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자신의 속도에 잘 맞는 삶의 리듬을 발견하고 실천하고 있으니 꿈을 이루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남들이 사는 대로 살고, 남들이 강요하는 속도로 뛰던 저자는 어느
  • 그림·영상… 시각예술로 풀어낸 페미니즘

    그림·영상… 시각예술로 풀어낸 페미니즘

    이미지 페미니즘/김영옥 지음/미디어일다/416쪽/2만원 붉은 팥알 수천알이 알 수 없는 어떤 구멍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그림이 있다. 제목은 ‘봇물’(outpouring), 민중작가 정정엽의 작품이다. ‘구멍 자체가 격한 통증을 견디며 터져 나오고 있는 듯한, 원초적 태곳적 남근적 어머니의 위력으로 관람객을 감응시킨다’고 저자는 표현한다. 이어 ‘붉은 팥알 하나하나는 이름 없이 광채 없이 범속한 삶을 사는, 그러나 안으로부터 터져 나오는 생기를 숨기지 못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해석을 꺼낸다. 문화이론가 쥘리아 크리스테바 식의 표현을 빌려 일종의 ‘비체’의 느낌이라는 분석도 덧붙인다. 책에는 페미니즘 문화연구자인 저자가 10여년간 시각예술 작업을 하는 작가들과 교류해 온 여정이 담겼다. 우리를 둘러싼 이미지들, 현대미술의 미학체계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그 안에서 삶의 흔적을 탐색하고 있다. 장소와 성, 타자와 성, 포스트 콜로니얼(식민지 이후)의 시공간, 디지털 구술문화로서의 스토리텔링, 그리고 여성미학의 가능성에 특히 집중하고 있다. 가령 책의 4장 중 ‘고승욱의 동두천 프로젝트’를 다루는 부분에서는 해방 이후 한국이 미국과 맺어온 동맹 관계의
  • 과연 죽은 자를 살려내는 것 떠난 자, 남은 자에 축복일까

    과연 죽은 자를 살려내는 것 떠난 자, 남은 자에 축복일까

    오버 더 초이스/이영도 지음/황금가지/532쪽/1만 5800원 한국 ‘판타지 소설의 장인’ 이영도(46)가 돌아왔다. ‘필자’ 대신 ‘타자’(打者)를 자처하는 그가 이번에 새롭게 두드린 세계는 신작 ‘오버 더 초이스’에 고스란히 담겼다. 한국·대만·일본에서 200만부 이상 판매된 그의 대표작 ‘드래곤 라자’(1998)의 10주년 기념판인 ‘그림자 자국’(2008)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이다. 작가는 오랜만에 작품을 낸 것에 대해 “흔히 ‘생산적’이라고 일컬어지는 그 덕목을 갈고 닦지 못한 사람인 데다 공개에 대한 특별한 충동이나 계기가 없다 보니 그렇게 됐다”면서 “오랜만에 잡문을 들고 돌아와도 예전과 그리 다르지 않다. 여전히 부끄럽다”고 전했다. 신작에 대한 팬들의 오랜 갈망을 대변한 듯 책은 출간 일주일 만에 3만부가 팔려 나갔다. 이야기의 배경은 인간, 오크, 카닛, 위어울프 등 다양한 종족이 어울려 사는 어느 소도시다. 여섯 살 소녀 ‘서니 포인도트’가 폐광의 환기공에 빠지는 일이 발생한다. 보안관 ‘이파리 하드투스’와 보안관 조수 ‘티르 스트라이크’가 다른 이들과 아이를 구조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지만 아이는 주검으로 발견된다.
  •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새들도 인간처럼 감정을 느낀다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새들도 인간처럼 감정을 느낀다

    철새보호법상 보호종인 물떼새 한 쌍이 캐나다 오타와 어떤 곳에 둥지를 틀었다. 그곳에는 다음달 5일 시작되는 캐나다 최대 음악 축제 ‘오타와 블루스페스트’의 주무대가 설치될 예정이었다. 물떼새 부부는 4개의 알을 그곳에 낳았는데, 지난 40여년간 개체수가 계속 줄어들면서 캐나다는 연방법으로 ‘정부 승인 없이’ 둥지를 건드리거나 훼손하는 것을 금했다. 축제 준비위는 일단 24시간 경비원을 배치해 사람들의 접근을 막았다. 행사 준비를 마냥 늦출 수만도 없어 정부에 둥지 이전을 요청했다. 캐나다 정부는 “자연환경에서 알이 부화할 수 있게 최대한 노력”하는 조건으로 둥지 이전을 승인했다. 철새 전문가가 지휘를 맡았고, 둥지 이동과 관련한 각계 전문가들이 동원됐다. 길바닥 둥지를 정밀 촬영해 똑같은 둥지를 만들고 알을 옮기는 등 철새 한 쌍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야생 조류는 사람 손을 타면 둥지는 물론 알까지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상황을 한국으로 옮겨 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밀어내고 영국의 동물학자 팀 버케드의 ‘새의 감각’을 읽는다. 새 연구를 위해 북극에서 아마존 열대우림까지, 말 그대로 세계 곳곳을 누빈 저자는 새들도
  • [이주의 어린이 책] 아이가  배 아플 땐 이유가 있다

    [이주의 어린이 책] 아이가 배 아플 땐 이유가 있다

    수영장 가는날/염혜원 지음/창비/48쪽/1만 3000원 참 이상한 일이다. 아이는 토요일 아침만 되면 배가 아프다. 엄마는 다정한 얼굴로 배를 쓸어 주면서 괜찮을 거란다. 속도 모르는 엄마가 괜스레 야속하다. 생각만 해도 즐거워야 할 토요일에 배가 아픈 건 다 수영 수업 때문이다. 엄마에 이끌려 억지로 온 수영장은 어찌나 시끄럽고 차가운지. 수영 모자는 꽉 끼고 배는 여전히 아프다. 수영장 가장자리에 앉아 다른 아이들이 수영하는 모습만 바라보다 첫 번째 수업이 끝나 버렸다. 신기한 건 수업이 끝나자마자 배가 멀쩡해졌다는 거다. 두 번째 수업 때도 여전히 배가 아팠지만 선생님의 도움으로 조심스레 물에 들어가 본다. 생각보다 물이 따뜻해서인지 배도 덜 아픈 기분이다. 덕분에 팔을 젓고 발차기를 해 본다. 선생님이랑 수영장을 끝까지 건너고 나니 왠지 신나는 걸. 그다음 토요일엔 물 위에 둥둥 뜬 채 천장을 바라보니 미지의 세계가 나를 떠받치는 것만 같다. 이 짜릿한 기분이란. 처음은 늘 떨리는 법이다. 때론 출발선에서 한 걸음 떼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조바심보다 인내심이다. 내 안에 웅크리고 있는 두려움을 떨쳐내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
  • 세계는 지금 한국 문학에 빠졌다

    세계는 지금 한국 문학에 빠졌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3월 김언수 작가의 2010년 장편 ‘설계자들’이 미국 더블데이 출판사에 억대 계약료를 받고 팔렸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어 영국과 체코, 터키 출판사가 판권 입찰에 참가했으며 주요 영화사가 영화 판권을 두고 경쟁을 벌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이 국제 문학시장에서 놀라운 문학 포스(force)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문예 주간지 ‘뉴요커’는 지난해 7월 편혜영의 ‘식물애호’를 게재했다.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전신이 마비된 대학교수 오기가 겪은 내면의 고통을 그린 단편 소설이다. 편 작가는 2014년 ‘식물애호’를 쓴 뒤 분량을 늘려 2016년 장편 ‘홀’을 냈다. ‘홀’의 영어판 출간을 앞두고 뉴요커가 편 작가의 단편을 게재한 것이다. 앞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도 미국 진출에 앞서 단편처럼 일부가 뉴요커에 실려 문단의 시선을 끌었다. 세계 속에 한국 문학 바람이 거세다. 영미권을 비롯해 독일, 일본, 스페인 등 많은 나라가 한국 작가를 주목하고 있다. 소설가 한강이 2016년 3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맨부커상을 받은 이후 외국 문학상 후보 명단에서 한국 작가의 이름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 “문학은 나라를 이해하는 통로…황석영 같은 유망작가 더 발굴”

    “문학은 나라를 이해하는 통로…황석영 같은 유망작가 더 발굴”

    스페인에 한국은 미지의 나라다. 한국 작가들 역시 스페인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소설을 출간한 출판사가 있다. 알리안사 출판사다. 지난 2012년 황석영 작가의 ‘심청’을, 2015년에는 ‘바리데기’를 각각 번역 출간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을 맞아 한국에 온 발레리아 치옴피 알리안사 편집장을 만나 한국 문학의 스페인 진출에 대해 물었다. 인터뷰는 도서전이 열린 지난 20일 진행됐다. →서울국제도서전에 온 이유는. -한국문학번역원이 마련한 ‘한국문학 쇼케이스’ 행사 참석차 왔다. 이번 쇼케이스 행사로 한국 작가를 많이 알게 됐다. 실력 있는 한국 작가를 만나 의논을 할 예정이다. (그는 인터뷰 직전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이 만든 황정은, 김경욱, 김영하 작가의 영문판 소개 책자를 보고 있었다.) 앞서 우리는 2012년 프랑스 줄마 출판사의 출간 목록에 있는 ‘심청’을 보고 출판했다. 프랑스어 판을 스페인어로 번역했다. 황석영은 인상적인 작가였다. 자연스레 다른 한국 작가에게도 관심이 생겼다. →알리안사는 어떤 곳인가. -1966년 호세 오르테가 스포토르노가 스페인 지식인들과 함께 설립했다. 스페인은 1975년 말까지 프랑코 장군의 독재 정권 지배로
  • [서적] “양심은 ‘참 자아’의 목소리”

    [서적] “양심은 ‘참 자아’의 목소리”

    저자 에리히 프롬은 인본주의적 윤리학의 타당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윤리적 행동의 원천들을 인간의 본성 안에서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저자가 강조한 것은 현대사회에서 양심과 윤리의 개념이 변질해 전달된다는 점이다. 현대사회에서 받아들여 지고 있는 ‘양심’은 권위주의적 양심이라는 것. 양심은 우리 자신에 대한 우리 자신의 반응이며, 자신에게로 되돌아가 생산적으로 살아가며 조화롭게 발전하도록 촉구하는 ‘참 자아’의 목소리라고 말한다. 즉 우리의 온전함을 수호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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