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학
  •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뉴델리 중년 여성의 기묘한 우주여행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뉴델리 중년 여성의 기묘한 우주여행

    “마침내 내가 무엇인지 알았어. 나는 행성이야.”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의 표제작은 카말라의 선언으로 시작된다. 수십년간 아내 카말라를 인자한 어머니이자 전통적인 여성상을 따르는 부인으로만 알아 왔던 람나스의 일상은 어느 날부터 시작된 아내의 기묘하고 이상한 변화로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 반다나 싱은 인도 뉴델리 출신의 작가로, 현재 미국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론물리학자이기도 하다. 수학과 물리학의 논리를 과감하게 밀고 나가는 ‘무한’이나 ‘보존법칙’ 같은 단편들은 반다나 싱의 전공영역과도 어우러져 과학소설다운 경이감을 맛보게 하지만, 한편으로 그의 작품 속에서 꾸준하고 치밀하게 묘사되는 또 다른 주축은 현대 인도 사회를 살아가며 제도와 관습에 억압받는 개인들의 삶이다. 어릴 때부터 인도 사회에 문제의식을 느껴 사회운동에 참여했던 과거나 육아 때문에 한동안 학계를 떠나 있었던 개인적 경험은 그의 과학소설에 독특한 색채를 더하는 듯하다. 반다나 싱이 가장 세심하게 그려내는 인물들은 ‘변화하는 여자들’이다. 그의 작품에는 남편이 있는 여자, 아이를 키우는 여자, 인도라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일상의 억압을 경험하는 여자들이 등장한다. 하지
  • [그 책속 이미지] 당신은 ‘피너츠’ 속 어떤 캐릭터인가요?

    [그 책속 이미지] 당신은 ‘피너츠’ 속 어떤 캐릭터인가요?

    에이브러햄 J 트월스키 지음/공보경 옮김/찰스 M 슐츠 그림/더좋은책/280쪽/1만 3800원 밤늦게까지 이어진 축구 경기를 보며 찰리 브라운과 그의 친구들은 선수와 관중을 걱정한다. 그러나 강아지 스누피는 선수와 관중이 개에게 먹이를 늦게 챙겨 줄까 봐 걱정한다. 스누피의 엉뚱한 생각에 슬그머니 웃음이 난다. ‘왜 스누피는 마냥 즐거울까?’는 1950년부터 2000년까지 5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사랑받은 만화 ‘피너츠’의 등장인물로 살펴보는 심리학 책이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 에이브러햄 J 트월스키가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찰리 브라운, 독선적이고 심술궂은 루시, 남 탓 잘하는 페퍼민트 패티, 그리고 때로는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스누피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고, 부정적인 성격을 고치라고 조언한다. 예컨대 찰리 브라운은 열등감이 심한데, 이런 태도는 자아에 상처를 주고 끊임없이 눈치를 보는 사람으로 만든다. 반면 스누피는 찰리 브라운에게 충성하지만, 삶의 중심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다. 때론 자신이 거창한 존재라 생각하기도 한다. 세상을 보는 관점을 조금만 바꾸고 노력한다면 우리도 스누피처럼 세상을 좀더 즐겁게 살 수 있지 않을까. 김기중
  • [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위로 에세이 풍년, 씁쓸한 현실의 그림자

    대형 서점들이 연말을 맞아 올해 베스트셀러 순위를 발표했습니다. 사실 ‘책골남’은 알고 있었습니다. 독자를 위로하는 에세이가 순위권에 대량 오를 거라고. 매주 신문사로 오는 책 가운데 이런 부류가 꽤 많았기 때문입니다. 온라인·오프라인 서점에서도 관련 기획 코너를 자주 열었죠. 아니나 다를까, 올해 전체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이런 책이 6종이나 됐습니다. 교보문고에서는 이를 두고 올해 베스트셀러 키워드로 ‘토닥토닥’을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너무 팍팍한 현실에 지치다 보니 책으로나마 위로받고 싶었을 겁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며 자는 시간마저 쪼개 ‘노오~력’ 해야 한다는 자기계발서에 반발한 탓이기도 할 겁니다. 그렇게 애써 봤자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삶은 나아지지 않았으니까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의미하는 ‘소확행’이라든가, 일에 너무 몰두하지 말고 균형 있는 삶을 살라는 ‘워라밸’, 스웨덴 사람들처럼 살라고 조언하는 ‘라곰’이 유행한 까닭이기도 할 겁니다. 십분 이해하면서도 ‘책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예쁜 글로 포장한 에세이를 읽는다고 우리 삶이 과연 나아질까, 오히려 현실을 벗어나 책으로 도망치는 일은 아닐까 의심했습니다
  • 조선을 사랑했지만 지워진 일본화가들

    조선을 사랑했지만 지워진 일본화가들

    일제강점기는 우리 근대 미술계에 참 난감한 시간이다. 기억하자니 친일이 돼버리고, 잊자니 40년 공백으로 남는다. 그래서 애써 이를 부정하곤 한다. 이 부정의 시간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우리에게 여전히 큰 과제다. ‘일본 화가들 조선을 그리다’는 근대 미술계의 공백으로 남은 일제강점기 일본 화가들에 관한 책이다. 황정수 미술연구가가 20년 동안 발로 찾아다니며 챙긴 일본인 화가 30여명의 작품과 생애가 담겼다. ‘도화서’로 대변되는 조선 미술계는 일제강점기 때 ‘개화’라는 이름의 새로운 미술 세계를 마주하고 일본 미술과 서양 미술에 자리를 내준다. 3·1운동 이후 일제는 식민지인을 계도한다면서 이른바 ‘문화정책’을 펼친다. 1922년부터 1944년까지 23년 동안 열린 조선미술전람회가 바로 그 대표적인 통로였다. 전람회는 많은 미술가를 배출하는 순기능이 있었지만, 미술계가 조선 총독부의 의도에 맞춰 왜색을 띠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출품·입선한 그림은 빼어난 작품이 많았지만, 현재 전하는 작품은 그다지 많지 않다. 특히 일본 화가가 그린 작품은 불태워졌거나 이름을 바꿔 유통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한국 화가 조석진이 그린 것으로 알려진 ‘조선 사찰 풍경’
  • [책꽂이]

    [책꽂이]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우석훈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일도 하고 정치도 해야 하는 회사. 사장님에 팀장님, 선배님까지 모시는 회사.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대한민국식 ‘직장 갑질’ 현상을 사회과학과 경제의 논리로 분석한다. 저자는 ‘직장 내 위계에 의한 갈등을 줄이고 수평적인 구조를 만드는’ 직장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팀장·젠더·오너 수준의 3가지 틀을 제시한다. 280쪽. 1만 5000원. 구보 씨의 더블린 산책(황영미 지음, 솔 펴냄) 영화평론가로 알려진 작가가 1992년 등단한 이래 26년간 써 내려온 작품들을 모은 첫 소설집. 표제작 ‘구보 씨의 더블린 산책’은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을 썼던 소설가 박태원이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스’의 배경 더블린을 찾아 하루 동안 산책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268쪽. 1만 3000원. 조선 엄마의 태교법(정해은 지음, 서해문집 펴냄) 1800년 조선시대 여성이 펴낸 태교 전문서인 ‘태교신기’. 이 책에서는 태교를 여성의 역할로 가두지 않고 남편과 가족의 참여를 역설했다. ‘태교신기’의 관점에서 저자는 태교의 중심이 개인에서 사회와 국가로 이동해야 하며, 고귀한 생명이 안전하게 세상에
  • 청각장애 어머니와 사는 소수 ‘엄지장갑’ 낀 청년

    청각장애 어머니와 사는 소수 ‘엄지장갑’ 낀 청년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었다. 여동생은 태어나자마자 스웨덴으로 입양됐다. 청력·시력을 잃은 엄마와 미혼 여성들이 모여 사는 속옷공장 기숙사에서 살았다. 그 바람에 기숙사의 청소를 도맡아 하는 엄마는 모두 잠든 사이에 아들을 씻겼다. “우리가 이 목욕탕 다 빌렸다, 그치?” 하며. TV에 나오는 사연 많은 스토리의 주인공인 소년. 그의 엄마는 2005년 MBC ‘눈을 떠요’의 도움으로 눈을 떴다. 당시 열두 살이던 소년은 이제 스물다섯 청년이 됐다. 눈을 뜬 엄마에게서 “우리도 더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자”는 말을 들었던 소년은 어떤 스물다섯이 됐을까. ‘원종건의 엄지장갑 이야기’는 항간에 떠도는 이런 호기심에 답하는 에세이다. 그때 그 소년이 써내려 간…. 소년은 엄마의 그 말을 금과옥조처럼 품었다. 그 덕에 ‘모든 순간에 존재하는’ 감사와 ‘최고의 순간에 존재하는’ 겸손을 생활화하게 됐다. 책을 읽는 내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가 없다. 이렇게까지 착할 수가 있나. 청년을 이해하는 해답은 완두콩에 있다. 저자는 안데르센의 동화에서 ‘완두콩 때문에 잠자리가 불편했노라’ 솔직하게 말하는 공주를 언급한다. 그의 말마따나 누구에게나 자신의 불편함을 자각시키는
  • 法보다 무서운 訓, 세상을 지배한다

    法보다 무서운 訓, 세상을 지배한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는 말들이 있다. 부지불식간에 오랜 세월 우리의 몸을 지배해 온 시대의 언어들. 저자는 이 언어를 ‘훈’(訓)이라고 규정한다. ‘훈’은 가정, 학교, 군대, 회사, 국가에 이르기까지 일상 속에서 개인을 가르치는 데 사용된다. 부모가 자녀에게, 교사가 학생에게, 사장이 임직원에게, 정부가 국민에게 전달하는 이 말은 주로 ‘~해야 한다’, ‘~하면 안 된다’는 지침을 전달하거나 혹은 강요하는 ‘권력의 언어’다. 학교의 ‘훈’은 교훈, 훈화, 급훈, 교가 등의 형태로 존재한다. 저자가 공립여자고등학교와 공립남자고등학교의 교훈을 조사한 결과 2018년 기준 여고는 ‘순결’ ‘정숙’ ‘배려’ ‘사랑’ ‘겸손’이, 남고는 ‘단결’ ‘용기’ ‘개척’ ‘책임’ ‘명예’ ‘열정’ 등이 강조됐다. 이런 ‘훈’들은 자연스럽게 여자다움과 남자다움을 특정하고 개인의 사고와 행위를 제한한다. 회사에서 마주하는 ‘훈’의 중심 키워드는 고객이다. ‘고객 최우선’, ‘고객 만족’, ‘고객이 왕’과 같은 문구가 기업의 비전, 슬로건, 경영목표 등으로 꼽힌다. 저자는 현장의 사원들이 왕이 된 소비자를 응대하면서 감정노동과 ‘갑질’의 고통을 짊어지게 됐다고 지적한다.
  • 실력주의가 낳은 학벌사회의 역설

    실력주의가 낳은 학벌사회의 역설

    실력, 결국 승자들 세습으로 이어져 직업과 보상 사이 연결고리 줄여야 ‘기회의 균등과 정당한 노력, 실력에 대한 온전한 보상.’ 이른바 행복하고 공평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누누이 강조되는 핵심 키워드다. 그런 달콤한 구호와 실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평등과 차별은 갈수록 심해진다. 양극화, 부의 대물림, 신분 고착화, 정의에 대한 불신…. 열심히 노력해도 왜 여전히 불행할까. 광주교대 총장을 지낸 광주교대 학급경영연구소장이 쓴 이 책은 그 의문에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갖은 노력을 기울여도 문제가 악화된다면 이유는 둘 중 하나다. 원래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거나, 잘못된 진단에 따른 잘못된 처방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책은 후자에 기울어 있다. 특히 우리 사회의 ‘실력주의’를 강하게 비판한다. 실력주의야말로 모든 사회 문제의 근원이라고 콕 집어 지목한다. ‘개인의 실력에 따라 사회적 재화를 배분하는 사회.’ 그 실력주의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이렇게 유지돼 왔다. ‘실력주의 사회가 공정한 사회이며, 현실적으로도 실현 가능하다.’ 정부의 정책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된다. 하지만 저자는 그 실력주의를 ‘무한경쟁의 승자독식’이라고 잘라 말한다. 더 완벽한 실
  • 스포츠 에피소드를 법률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다…‘검사의 스포츠’ 출간

    스포츠 에피소드를 법률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다…‘검사의 스포츠’ 출간

    타자가 친 공이 담장을 넘어 관중석으로 들어가면 사직구장에는 이런 외침이 들린다. ‘아~주~라!’ 공을 아이에게 주라는 구수한 사투리가 만들어낸 사직구장 고유의 문화 가운데 하나다. 아주라는 외침이 울려 퍼지면 공을 집어든 어른은 주변의 아이에게 공을 건네곤 한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직업병이 도지는 사람이 있다. 법무부에서 법교육을 담당했던 양중진 부장검사다. 스스로 필드에서 뛰는 것도 즐기고 관전도 좋아하는 자칭 스포츠광 양중진 검사는 법률의 시선으로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바라본다. 과연 ‘아주라’는 강요죄에 해당될까? ‘검사의 스포츠’는 못 말리는 스포츠광의 직업병 이야기다. 저자 양중진 검사는 축구장, 야구장, 농구장 등 스포츠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을 법률가의 시선으로 풀어놓는다. 저자의 관심사는 그러나 흥밋거리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법률을 지배하는 정신인 ‘정의와 배려’를 토대로 운동경기의 규칙도 살펴본다. 예컨대 승부차기가 대표적이다. 처음 축구 경기에서는 무승부가 나면 동전 던지기로 승자를 결정했다. 그러다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승부차기가 도입되었는데 이때부터 양 팀이 번갈아 공을 차게 되었다. 그런데 법률 전문가인
  • 난 지금 위로가 필요해, 서점 가면 에세이를 집는다

    난 지금 위로가 필요해, 서점 가면 에세이를 집는다

    올해 출판시장에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에세이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교보문고는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자사의 도서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올해 베스트셀러 종합 10위권 내 에세이 책이 6종을 차지했다고 3일 밝혔다. 1위에는 그림 에세이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가 올랐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원작의 귀여운 캐릭터를 앞세운 도서임에도 전 연령대에서 고른 사랑을 받았다. 교보문고 측은 “1997년 IMF 때는 대량 실직 사태에 놓인 ‘아버지’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어수선한 상황을 위로해 줄 ‘어머니’라는 존재에 주목한 반면, 2018년에는 상처받은 ‘나’를 직접적으로 위로해 주는 책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에세이 분야의 판매 권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1.9% 상승,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소설 분야는 전체 점유율 9.3%로 여전히 가장 높은 비중이지만, 신장률은 전년 대비 2.0% 하락했다. 나란히 100만부 판매를 돌파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82년생 김지영’이 소설 시장을 견인했다. 그러나 무라카미 하루키, 김영하 등 스타 작가의 신작이 쏟아진 지난해에 비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고양
  • [금요일의 서재]이불 속에서 즐기는 훈훈한 만화 에세이

    [금요일의 서재]이불 속에서 즐기는 훈훈한 만화 에세이

    찬 바람 부는 겨울이다. 시원한 귤을 까먹으며 따뜻한 이불 덮고 엎드려 책 보는 재미는 그야말로 최고다. 딱딱한 글만 가득한 책보다 아무래도 만화가 제격일 터다. 휴대폰으로 보는 웹툰도 좋지만, 포근한 그림으로 엮어낸 일본 만화 에세이가 이런 날 어울린다. 책끼리 마구 엮어내는 ‘금요일의 서재’가 이번 주 포근한 느낌을 주는 일본 만화 에세이 세 권을 골랐다. ●음식으로 적응한 러시아= ‘맛있는 러시아’(애니북스)는 일본인 만화가 시베리카코가 러시아인 남편과 1년 동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머물며 있었던 일을 그렸다. 작가는 그동안 춥고 어둡고 무섭다고만 생각했던 러시아를 음식으로 적응해간다. 추운 날씨와 짧은 일조 시간에 지쳐 고향 생각이 절실히 날 때에도, “일본인은 쌀을 먹어야 한다”는 남편의 편견에 굴하지 않고 직접 러시아 요리를 만들어낸다. 러시아 맛집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가정식을 주로 다루는 점이 독특하다. 작가가 1년 동안 생활하며 직접 만들었던 러시아식 음식, 일본 요리 스타일로 조리한 러시아 음식 등을 유쾌하게 그렸다. 특히 러시아 식재료 중 한국이나 일본에서 대체할 수 있는 재료와 요리 방법도 함께 소개해 유용하다. 음식뿐만
  • 옥상에 올라갈 때 이혼을 세일할 때 건네는 위로

    옥상에 올라갈 때 이혼을 세일할 때 건네는 위로

    옥상에서 만나요/정세랑 지음/창비/280쪽/1만 3000원 멀리 마천루와 남산 타워를 배경으로 옥상 난간에 한 사람이 기대 서 있다. 책 표지 하나 가득 드넓게 펼쳐진 초록색 방수 페인트에서 막막함을 넘어 먹먹한 기운마저 느껴진다. 그런데 어라? 반대편 난간, 그러니까 책 표지 뒷면에도 사람들이 있었다. 빼꼼히 고개를 내민 사람들 셋이. ‘옥상에서 만나요’는 2013년 ‘이만큼 가까이’로 창비장편소설상을, 2017년 ‘피프티 피플’로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정세랑이 활동 8년 만에 선보이는 첫 번째 소설집이다. 2016년 발표 당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여성들의 뜨거운 공감을 얻었던 ‘웨딩드레스 44’ 등 단편 9편을 묶었다. 표제작 ‘옥상에서 만나요’의 ‘나’는 직장에서 부조리한 노동과 성희롱에 시달리며 늘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가장 친애하는 세 언니가 차례차례 결혼을 하고 회사를 뜬다. “셋 다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결혼해 버린 거야? 나 빼고 미팅이라도 나갔던 거야?” ‘나’의 볼멘소리에 돌아온 언니들의 답변은 뜻밖이었다.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주문서야.” 장희빈이 인현왕후를 저주할 때나
  •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러시아의 영토 욕심… 사방 꽉 막힌 지리 때문이었다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러시아의 영토 욕심… 사방 꽉 막힌 지리 때문이었다

    지난 11월 26일 우크라이나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이 러시아 접경지 10곳에 30일간의 계엄령을 선포했다. 전날 러시아 해군이 크림반도 옆 케르치해협에서 우크라이나 군함 3척을 나포하고 선원 23명을 억류한 데 따른 조치다. 다소 작은 사안이 원인인데, 결과는 의외로 컸다. 그도 그럴 것이 2014년 크림반도 사태가 일어나 러시아군이 침공했을 때도, 2015년 동부 지역에서 친러시아계 분리주의 세력과 군사 충돌이 일어났을 때도 계엄령은 없었다. 이유를 두고 설왕설래 말이 많지만, 지지율이 낮은 포로셴코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민족주의를 내세워 통과하려 한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국제 문제 전문 저널리스트 팀 마셜의 ‘지리의 힘’에 따르면 러시아의 지리적 원인, 그에 따른 러시아의 과도한 팽창주의가 이번 사태를 만든 주범 중 하나다. 크림반도와 러시아 타만반도 사이에 있는 케르치해협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러시아에도 전략 요충지다. 케르치해협을 막으면 우크라이나의 경제는 마비된다. 러시아도 문제다. 인접한 바다 중 얼지 않는 곳이 거의 없는 러시아로서는 케르치해협을 이용해 온갖 물류가 이뤄진다. 2014년 크림반도 병합도 케르치해협을 확보하기 위한 고육책이었
  • [어린이 책] 사랑하는 사람들은 같은 곳을 바라볼까

    [어린이 책] 사랑하는 사람들은 같은 곳을 바라볼까

    똑, 딱/에스텔 비용스파뇰 글·그림/최혜진 옮김/여유당/32쪽/1만 3000원 너무너무 사랑하는 사이는 늘 함께 있고, 늘 같은 곳을 바라봐야 할까. 평화로운 ‘따로 또 같이’는 정말 가능한 것일까. 어린이 책에서 그 해법을 찾을 줄 몰랐는데, 찾.았.다. 그림책 ‘똑, 딱’에는 두 마리의 새 ‘똑이’와 ‘딱이’가 등장한다. 세상 가장 친한 친구인 둘은 늘 함께 먹고, 함께 자고, 함께 노래 부르며 늘 붙어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딱이가 사라졌다. 놀란 똑이는 급히 친구를 찾아 나선다. 사랑하는 친구인 똑이 없이도 내가 나일 수 있는지 수없이 반문하면서. 아니나 다를까. 딱이를 찾는 여정에서 만난 친구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네가 딱이와 떨어져 있다면 너는 똑이가 아니야! 우리는 딱이 없는 똑이는 본 적 없어!” 숱한 눈물을 뿌리다 드디어 찾은 딱이. 어라, 애타는 똑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딱이는 다른 새들과 룰루랄라 놀고 있었다. 똑이는 들킬까 얼른 나뭇가지 뒤로 숨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하던 찰나 깨달음이 왔다. 바로 앞에서 자라난 환상적인 꽃 한 송이와 함께. ‘스포’를 막기 위해 더이상의 언급은 피한다. 단, 표지에서 같은
  •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파란눈으로  바라본 건물, 그 이상의 공간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파란눈으로 바라본 건물, 그 이상의 공간

    봉주르 한국 건축/강민희 지음/안청 그림·사진/아트북스/356쪽/1만 8000원 그들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신선한 것을 찾아 한국에 왔을 테지만, 오히려 우리가 그들의 시선을 통해 우리나라의 건축물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된다. 프랑스 건축가 25인을 따라다니며 주워 듣는 것만으로도 한국에 대해, 현대건축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책은 2013년 열흘 코스로 한국의 현대건축을 보러 방문한 ‘일드프랑스건축협회’의 외국 건축답사 프로그램의 기록이다. 외국인의 눈과 전문가의 눈은 이중의 창을 낸다. 우리가 우리 땅의 건축물을 다른 각도에서 내다볼 창. “우리는 살갗을 통해 감각을 느낀다. 옷이 두 번째 피부라면, 공간은 세 번째 피부이자 우주와 접하는 첫 번째 피부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공간을 통해 우주를 접한다. 미메시스아트뮤지엄은 아주 예민하고 아름다운 살갗이다. 미메시스를 몸에 두르면 외부를, 공간을, 우주를 좀더 깊이 감각할 수 있다.” 이 책은 감각적이다. 단순히 건물의 연혁이나 건축가의 경력을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건축물이란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공기와 같은 ‘이야기’를 호흡하며 자리잡는지 보여 준다. 주변의 옛 도시와 잘 어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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