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학
  • [책꽂이]히피, 할머니를 업은 할머니 외

    [책꽂이]히피, 할머니를 업은 할머니 외

    히피(파울로 코엘료 지음, 문학동네 펴냄) ‘영혼의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가 1970년대 자신의 이야기를 들고 왔다. ‘히피’로 살았던 자신의 청년 시절 경험, 깨달음을 얻게 되기까지 모험과 방황, 사랑과 상처 등을 담았다. 소설 속 주인공이자 작가이기도 한 파울로는 1968년 여자친구와 함께 볼리비아 라파스를 지나 잉카의 옛 도시 마추픽추로 향한다. 첫 히피 순례길을 통해 세상은 진정한 교실임을 깨닫는다. 2년여 후 그는 진정한 내면 탐구를 위해 암스테르담으로 떠난다. 광장에서 우연히 카를라를 만나 ‘매직 버스’에 탑승하며 두 번째 본격적인 히피 순례를 시작한다. 암스테르담을 떠나 오스트리아, 터키 이스탄불 등을 지나 네팔 카트만두로 향하는 길 위에서 파울로와 카를라는 다양한 길동무를 만나 마침내 ‘나 자신’을 발견한다. 360쪽. 1만 4500원. 할머니를 업은 할머니(김형진 지음, 최지영 그림, 파란정원 펴냄) 한집에 사는 두 명의 할머니. 나이가 동갑이고 해와 달만큼 다르게 생겼지만, 둘은 무척 친하다. 손녀의 가족은 외할머니를 그냥 할머니, 다른 할머니를 ‘작은 할머니’라 부른다. 어느 날부터인가 할머니의 몸이 불편하다. 건강했던 할머니가 지팡
  • [책꽂이]

    [책꽂이]

    쾌락독서(문유석 지음, 문학동네 펴냄) 글 쓰는 판사, 소문난 다독가로 알려진 작가의 독서 에세이.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책 중독자로 살아온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았다. 사춘기 시절 야한 장면을 찾다가 한국문학전집을 샅샅이 읽게 된 사연, 고시생 시절 ‘슬램덩크’가 안겨준 뭉클함, 김용과 무라카미 하루키 전작을 탐독한 이유 등 ‘편식 독서’에의 삶을 솔직하게 그렸다. 264쪽. 1만 3500원. 사라진, 버려진, 남겨진(구정은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노예, 난민, 이주민, 미등록자, 불법체류자, 무국적자 등에 관한 이야기. 경향신문에서 오래 국제부 기자 생활을 한 저자가 전쟁이 파괴한 마을, 욕망이 만든 유령도시 등에서 만난 사람과 장소에 대해 말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폐기되는 것 중 하나는 결국 ‘사람’이라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392쪽. 1만 7000원. 위장환경주의(카트린 하르트만 지음, 이미옥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지금 가장 뜨거운 환경 이슈 ‘지구온난화’. 전 지구적으로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는데도 번번이 기온 상승 억제에 실패하는 이유는 뭘까. 환경을 교묘하게 이용, 끊임없이 탐욕을 채우는 다국적 기업과 일부 NGO의 민낯을
  •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1년간 자기계발서 실천한 마리안은 무엇을 얻었나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1년간 자기계발서 실천한 마리안은 무엇을 얻었나

    딱 1년만, 나만 생각할게요/마리안 파워 지음/김재경 옮김/더난출판사/396쪽/1만 5800원 이창현, 유희의 웹툰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에 나오는 ‘성인기준 한국인의 평균책장’에는 아홉 권의 책이 꽂혀 있다. 그중 세 권이 자기계발서다. ‘각성계열, 닦달계열, 위로계열’이 한 권씩. 책장의 3분의1을 차지할 정도로, 우리 삶에서 자기계발서가 맡은 역할은 크다. 밀고 끌고 다독여 가며 피로로 가득한 사회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돕는다. 원래 자기계발서의 목적은 뒤처지지 않는 데 급급한 것이 아니라 ‘비범한 나’가 되는 것이다.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렇지만,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장담하는 것과는 다르게 삶이 바뀌었다고 자부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자기계발서 마니아인 저자 마리안 파워도 마찬가지다. 유명한 잡지와 신문에 글을 기고하는 인정받는 프리랜서 작가인 저자의 삶은 보기만큼 화려하지 않다. 화려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다. “단 하루도 행복하지 않다”. 빚에 쪼들리고, 혼자인 삶이 허전하고, 충동구매와 과음과 우울증이 일상이고, 더이상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마음에 시달린다. 자기계발서를 읽고 별 볼 일 없는 직장을 그만두고 의욕적으로 구직에 매달
  • 활달했던 입사 9개월차 마쓰리는 왜 죽음을 택했나

    활달했던 입사 9개월차 마쓰리는 왜 죽음을 택했나

    어느 과로사/다카하시 유키미·가와히토 히로시 지음/다나카 신이치외 옮김/건강미디어협동조합/192쪽/1만 3000원 2015년 크리스마스 아침, 일본 최대의 광고회사 덴쓰에서 한 여성이 목숨을 끊었다. 입사 9개월차, 24세의 다카하시 마쓰리. ‘우리의 야근이 도쿄의 야경을 만든다’며 의욕에 넘쳤던 마쓰리를 죽음으로 몰아간 건 무엇일까. 마쓰리의 어머니 다카하시 유키미의 증언에 따르면 마쓰리는 활달하고 적극적인 여성이었다. 입사원서에도 ‘역경에 강한 편’, ‘강한 신념과 노력으로 난관을 헤쳐 나간다’고 쓰고 있다. 그랬던 그의 마지막 말은 이랬다. “그래 이제 더이상 이 세상에 희망을 품지 말고 이만 끝내자.” 이 책은 마쓰리의 어머니와, 산재 인정소송을 맡은 변호사 가와히토 히로시가 마쓰리의 죽음에 이르는 과정과 소송을 기록해 놓고 있다. 기록 속 마쓰미의 업무는 살인적인 수준이다. 그해 10월부터 11월 7일까지만 해도 105시간의 초과근무를 했다. 오후 7시 27분 출근해 다음날 오전 6시 5분 퇴근한 후 곧바로 회사에 돌아가기도 했다. 오전 6시 5분 출근해 이튿날 오후 2시 44분까지 근무하다가 퇴근한 뒤 17분 후 다시 회사로 복귀해 그 다음날 자정
  • [그 책속 이미지] 총천연색 딱지본 표지… 그때 그 시절 추억 소환

    [그 책속 이미지] 총천연색 딱지본 표지… 그때 그 시절 추억 소환

    오래된 근대, 딱지본의 책그림/오영식·유춘동 지음/소명출판/676쪽/5만 5000원 1970~80년대만 해도 시골장터에서 ‘딱지본’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딱지본은 ‘딱지’와 ‘본’을 합쳐 만든 단어로,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딱지처럼 울긋불긋하고 화려한 색깔과 모양으로 표지를 꾸민 책을 가리킨다. 정식 명칭이 아닌, 출판계에서 편의를 위해 만든 용어다. 대중을 위한 책이었기에 시대상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1934년 발행한 ‘술은 눈물인가 한숨이런가’(춘양사) 딱지본은 1930년대 당시 신여성의 유행을 반영한다. 배경을 크게 그리고 그 속에 주인공을 넣어 그렸던 표지도 당시 로맨스 영화 인기에 맞춰 주인공 남녀가 나란히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누는 식으로 바뀌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 생활 속 친근한 출판물이었지만, 그만한 학문적 조명을 받지는 못했다. 저렴하게 사서 가볍게 즐기는 책은 이제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존재가 됐다. ‘오래된 근대, 딱지본의 책그림’은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나돌았던 딱지본 553종 771책의 생생한 표지와 도판 등을 싣고, 시대사적 의미를 분석한 책이다. 700여쪽에 수록한 총천연색 컬러의 딱지본 표지를
  • 상속은 ‘생존전략’이었다

    상속은 ‘생존전략’이었다

    상속의 역사/백승종 지음/사우/272쪽/1만 6000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상속세와 소득세 최고세율의 합이 가장 큰 나라는 일본(상속세 55%·소득세 45%)이고, 우리나라가 그다음이다. 상속세가 50%, 소득세가 42%에 이른다. 기업가들은 이를 피하려 온갖 편법을 쓰곤 한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위해 기업 가치를 의도적으로 부풀린 것으로 드러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를 주도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상속세를 내지 않고 편법으로 삼성그룹 경영권을 확보했다고 비판한다. 여전히 혈통을 중시하는 유교 문화 때문일까. 다른 나라는 자수성가해 부자가 된 이들의 비율이 70%에 이르지만, 우리나라는 70%가 상속으로 부를 일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구약성경~조선시대 상속제도와 사회상 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교수가 쓴 ‘상속의 역사’는 이런 우리 상황 속에서 눈여겨봐야 할 신간이다. 동서고금에 걸쳐 상속의 역사를 훑는 책으로, 구약성경에서부터 조선시대,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며 상속제도와 당시 사회상을 짚어 낸다. 상속제도는 단순히 재산을 물려주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누군가는 권력을 얻거
  •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북한 어린이에게 백신을… 남북 의료협력도 놓쳐선 안 된다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북한 어린이에게 백신을… 남북 의료협력도 놓쳐선 안 된다

    지난 12일 북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전염병 정보 시범 교환을 위한 남과 북의 보건의료 실무회의가 개최됐다. 양측은 겨울철을 맞아 인플루엔자 정보를 시범 교환하고, 내년도 감염병 정보교환 계획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짐작건대 회담에 참여한 남측 인사들은 이 책을 읽고 회담에 임했을지도 모른다. 보건복지부 남북보건의료협력 담당자 김진숙씨의 ‘평화의 아이들’ 말이다. 김진숙씨는 남북 의료협력 사업의 산증인이다. 그는 지난 16년 동안 남북 보건의료 실무협상 담당자로 일하며 북한의 의료 시스템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북한을 20여 차례 방문하면서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북한의 의료 현실을 마주했고, 그 꼼꼼한 기록을 이 책에 남겼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 동안 대북 보건의료 지원 사업은 없었다. 지금은 유엔 안보리 제재 국면이다. 저자는 대북 제재가 해제되면 가장 먼저 어린이와 산모 의료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2000년대 초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 북한의 엄마들은 아무것도 먹지 못해 죽어 가는 자녀들의 모습을 지켜만 봐야 했다. 이후 사정이 나아졌는지도 잘 알지 못한다. 같은 민족으로서 외국 비정부기구(NGO) 담당자들보다 북한
  • “시대 역주행하는 소설 같지만 민족 정체성 되짚어 봤으면…”

    “시대 역주행하는 소설 같지만 민족 정체성 되짚어 봤으면…”

    문신 1·2·3 /윤흥길 지음/문학동네/각 408·408·400쪽/각 1만 4800원 신문사에서 일하던 시절 윤흥길 작가의 연재소설 원고를 챙겼다는 김훈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로 가듯이 소설을 짊어지고 그 고통스러운 시대를 통과하고 있었다.” 최근 1·2·3권이 출간된 장편소설 ‘문신’은 올해 일흔여섯의 작가가 등단 50주년에 독자들을 향해서 힘껏 내미는 손이다. ‘경박단소’(輕薄短小·가볍고 얇으며 짧고 작음)의 시대. 독자들이 이를 원하고 출판사가 이에 부응하는 시대에 노(老)작가가 내미는 주름진 손. 총 5권인 소설의 4·5권은 내년 상반기에 출간된다. 소설은 황국신민화 정책과 강제 징용이 한창이던 일제강점기 산서(山西) 마을 천석꾼 최명배 가족의 엇갈린 신념과 욕망, 갈등을 그려 냈다. 아버지 최명배는 일제의 토지조사사업 당시 법의 빈틈을 파고들어 막대한 부를 쌓지만, 둘째 아들 귀용은 아버지를 ‘악덕 지주 야마니시 아끼라’라 부르며 사랑채를 턴다. 여기에 ‘기회주의자’ 아버지와 ‘사회주의자’ 동생 모두에게 거리를 둔 장남 부용도 있다. 혼돈으로 가득한 시대, 위압적이고 폭력적인 시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통
  • 아빠와 연못가 낚시 물고기만 낚았을까

    아빠와 연못가 낚시 물고기만 낚았을까

    또 다른 연못/바오 파이 글/티 부이 그림/이상희 옮김/밝은미래/1만 3000원 새벽녘 아빠가 조용히 아들을 깨운다. 둘은 엄마가 깨지 않도록 몰래 채비를 하고 낚시 도구를 챙긴다. 낚시 상점에 들러 피라미를 사고, 곧장 연못으로 간다. 날씨는 쌀쌀하고 연못가엔 흐릿한 주근깨 같은 별들이 떠 있다. 아빠와 아들은 아무도 없는 연못에서 저녁에 가족들이 먹을 물고기를 잡는다. 새벽녘이라는 시간적 배경 때문에 어슴푸레한 먹빛의 그림책 ‘또 다른 연못’에서는 그날의 공기가 느껴진다. 먹빛은 이들 가족이 타국에서 겪는 현실마냥 차갑고 고단하다. 반면 이들이 사는 집안 풍경은 아늑한 노란색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과 함께 따뜻한 온기가 밝은 노랑에 담겼다. 아빠는 연못을 바라보다가 꼭 이렇게 생긴 고향의 연못을 떠올리고, 연못의 물고기마냥 어린 시절 고향에서 겪었던 일들이 하나둘 올라온다. “나뭇가지 한쪽 끝은 땅에 대고 다른 쪽 끝은 위를 향해서 서로서로 기대고 받쳐 주게끔 비스듬히 기울여 세우는 거예요.” 아빠를 따라 낚시를 다니다 이젠 모닥불 피우는 일에 능숙해진 아들도 함께 아빠가 떠나온 연못을 떠올려 본다. 책은 베트남 출신의 작가 바오 파이의 자전적 경험에서
  • ‘82년생 김지영’에   남자들은 거리 뒀다

    ‘82년생 김지영’에 남자들은 거리 뒀다

    100만부 넘게 팔리며 올 한 해 페미니즘 대중화를 견인한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민음사)이 정작 남성들에게는 인기를 끌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은 연령대 전반에 걸쳐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기록했지만, 남성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는 순위 밖으로 밀렸다. ●여성 전 연령대 베스트셀러와 대조 교보문고가 12일 발표한 올해 베스트셀러 성·연령별 분석 결과 ‘82년생 김지영’은 여성 연령대 전반에 걸쳐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권에 올랐다. 10대 여성에서 1위, 20대 2위, 30대에서 3위, 50대에서 2위를 기록했다. 40·60대 여성에서는 각각 5위를 차지했으며, 전체 순위로는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남성 독자들의 연령대별 도서 구매 현황은 이와 달랐다. 10·20·30·60대에서는 아예 1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40대 남성 9위, 50대 남성 7위 정도에만 간신히 이름을 올리는 정도였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40대 이상 연령대에서는 책 판매량이 급감하기 때문에 40·50대에서 각각 9위, 7위를 차지했더라도 주목할 정도의 판매량이라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82년생 김지영’을 통해 우리 사회 여성의 삶을 보여준 책은 2016년 5월 강남
  • 허지웅 “혈액암 진단… 버티어 끝까지 살아낼 것”

    허지웅 “혈액암 진단… 버티어 끝까지 살아낼 것”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39)이 암 투병 사실을 털어놨다. 허지웅은 1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혈액암의 종류인 악성림프종 진단을 받았다”며 “지난주부터 항암치료를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붓기와 무기력증이 생긴지 좀 되었는데 미처 큰 병의 징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그나마 다행인건 미리 약속된 일정들을 모두 책임지고 마무리 할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tvN 예능 ‘아모르파티’에 출연 중인 허지웅은 “어제 마지막 촬영까지 마쳤다”고 전했다. 그는 글의 말미에 자신의 책 ‘버티는 삶에 관하여’를 언급하며 “우리 모두 마음 속에 끝까지 지키고 싶은 문장 하나씩을 담고, 함께 버티어 끝까지 살아냅시다. 이길게요. 고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 허지웅 인스타그램 글 전문 > 악성림프종 진단을 받았습니다. 혈액암의 종류라고 합니다. 붓기와 무기력증이 생긴지 좀 되었는데 미처 큰병의 징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확진까지 이르는 요 몇주 동안 생각이 많았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미리 약속된 일정들을 모두 책임지고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어제 마지막 촬영까지 마쳤습니다. 마음이 편해요. 지난 주부터 항암
  • 김수영 50주기, 이어령의 회고 “누운 자리 달랐어도 같은 꿈 꿨을 것”

    김수영 50주기, 이어령의 회고 “누운 자리 달랐어도 같은 꿈 꿨을 것”

    “꼭 들려드리고 싶다. 서로 누운 자리는 달랐어도 우리는 같은 꿈을 꾸고 있었을 것이라고.” 1960년대 후반 김수영과 ‘불온시 논쟁’을 벌인 이어령 문학평론가의 회고담이다. 김수영(1921∼1968) 시인 작고 50주기를 추모하는 후배 문인들의 헌정 산문집 ‘시는 나의 닻이다’(창비)가 출간됐다. 백낙청·염무웅 두 문학평론가의 대담을 필두로 김수영과 동시대에 호흡했던 이어령·김병익을 비롯, 황석영, 김정환, 임우기, 나희덕, 최정례 등의 원로·중견 문인부터 심보선, 송경동, 하재연, 신철규 등의 젊은 시인들, 김상환, 김종엽, 김동규 등의 학자들까지 21명 문인들의 글을 담았다. 특히 ‘맨발의 시학’ 그리고 ‘짝짝이 신’의 사소한 은유들 이라는 주제로 15개의 메모를 남긴 이어령 평론가의 글이 눈길을 끈다. “오랜만에 향을 피우는 마음”이었다는 그는 ‘맨발의 시학’이라는 명명으로 본인의 김수영 시론을 재정립한다. 1968년 순수·참여 문학 논쟁 과정에서 이어령은 오늘의 한국 문화를 위협하는 것이 문화 내부에도 있다고 암시한 반면, 김수영은 참된 문학을 위해서는 정치적 자유가 필수라고 주장했다. 김수영 사후 이어령 평론가는 “돌이켜 보면 논쟁 과정에서 절친
  • 교황은 말한다, 때론 용서 구할 때 다리가 놓인다고

    교황은 말한다, 때론 용서 구할 때 다리가 놓인다고

    지구촌 감싸는 당대 실존적 문제 망라 2016년부터 12차례 만난 佛 석학 볼통 “어떤 해법도 종교·신앙으로부터 나와 교황을 이해하려면 훨씬 더 노력해야” 1282년 만에 탄생한 비유럽권 출신이자 역사상 최초의 예수회 출신 교황인 프란치스코. 그는 사제들에게 ‘거리로 나가서 낮은 자세로 부닥치라’고 외치며 스스로도 세계 각지를 돌며 화해와 평화의 전령으로 보편적 종교의 순명을 실천하고 있다. ‘역사상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는 교황’이라는 수식어가 새삼스럽지 않은 프란치스코, 그는 과연 누구일까. 대담집 ‘공존을 위한 8가지 제언’(책세상 펴냄)은 청빈과 겸손, 소박의 교황인 프란치스코의 심층을 볼 수 있는 텍스트로 눈길을 끈다. 프랑스 최고 석학중 한 사람으로 통하는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의 리서치 디렉터인 도미니크 볼통과 바티칸 ‘성 마르타의집’에서 2016년 초부터 12차례 만나 허심탄회하게 나눈 이야기 묶음이다. 대담에는 정치와 사회, 인간과 종교를 비롯해 지구촌을 감싸는 당대의 실존적 문제가 망라돼 있다. 공교롭게도 대담은 지금 뜨거운 이슈인 유럽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물음표를 찍으면서 시작된다. 교황은 난민과 이주민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 힘들고 지칠 땐, 내 몸과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힘들고 지칠 땐, 내 몸과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뭇사람들의 각박한 마음을 다정하게 어루만지는 혜민 스님이 약 3년 만에 신작을 냈다.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수오서재)이다. 2012년 선보인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과 2016년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에 이은 세 번째 행복지침서다. 책은 12일간의 예약 판매 기간을 거쳐 출간 3일 만에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혜민 스님이 이번에 꺼낸 키워드는 ‘고요함’이다. 그는 책에서 “어쩌면 지금 우리가 힘들고 지친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가 내 삶의 고요함을 잃어버리고 살아서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며 “이번 책에는 우리 안에 있는 고요함과 만나시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혜민 스님은 먼저 고요함 속에서 자신을 톺아보라고 말한다. 자신의 몸과 마음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귀 기울이라는 것. 여러 마음이 부딪칠 때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고요해졌을 때에야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며 ‘나는 못 한다’,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말도 용기 내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사회가 만든 획일화된 행복과 성공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 일의 중요함도 역설한다. 마음의
  • 문 꼬옥 닫고 귀로 듣는 ‘빨강머리 앤’ 오디오북에 새 바람

    문 꼬옥 닫고 귀로 듣는 ‘빨강머리 앤’ 오디오북에 새 바람

    섭씨 영하 10도 안팎의 추위가 문을 걸어 닫게 만든다. 바깥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날, 오히려 상상력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멀리 캐나다 노바스코샤주로 시공간을 옮겨보자. 배우 이지혜의 다채로운 목소리 색깔이 무지개마냥 시공간을 수놓는다. 커뮤니케이션 북스의 오디오북 ‘빨강머리 앤’(내년까지 7권 완간 목표)이 회생의 기운마저 사라진 듯한 출판시장에 조용하고도 의미 있는 거친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성탄 시즌을 겨낭하고 1권을 먼저 출간했다. 카카오페이지를 찾은 이들이 열흘 만에 11만명 넘게 귀로 듣는 원작 소설의 감동과 재미를 만끽해 문학 랭킹 1위에 올랐다. 세대와 연령을 뛰어넘어 다 아는 줄거리, 낯익은 캐릭터인데 왜 앤이 바람을 일으키는 걸까? 누구나 다이제스트로 읽어 알고 있지만 막상 원작은 나중에, 조금 더 시간이 주어지면 읽어야지 하면서 제쳐두기 십상인데 눈 내리는 풍경을 창으로 건너 보며, 출퇴근 길에, 집안일 하다, 운동하며 귀로 들을 수 있어 행복하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200자 원고지 1600매가 넘는 방대한 분량을 14시간 가까이 낭송한다. 원문을 충실하게 옮기되 오디오북의 특성을 살려 일상적으로 많이 쓰는 관용적인 표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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