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학
  • “우린 어디서 왔을까”… 소설가와 고생물학자의 유쾌한 여행

    “우린 어디서 왔을까”… 소설가와 고생물학자의 유쾌한 여행

    스페인을 대표하는 소설가와 고생물학자,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인간과 진화에 대한 방대한 궁금증을 나눴다.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후안 호세 미야스는 선사시대 유적지가 발견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스페인 아타푸에르카에 있는 할아버지 댁을 다녀온 뒤 몇 년간 인류의 기원에 깊이 골몰했다. 구석기, 신석기, 네안데르탈인에 차례로 빠져들어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인류 진화 박물관 학예연구팀장이던 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와 함께 호기심을 푸는 여정을 갖기로 한다. 두 사람은 어디든 가서 무엇이든 이야기한다. 서로 다른 분야를 연구해 온 전문가들이 함께 길을 떠나 지식을 공유하는 ‘알쓸신잡’(tvN) 같달까. 인류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동굴에서 구석기 시대를, 놀이터에서 유인원과 인간의 차이를, 레스토랑에서는 인간의 먹거리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논한다. 장난감 가게, 성인용품점, 해변, 학교 등 지금 우리 삶의 현장 곳곳을 누비는 여정이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고 유쾌하다. “우연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디저트로 나온 우유튀김 과자를 두고도 유당을 분해하기 위한 단백질 효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붙는다. 미야스의 호기심으로 시작
  • “인간의 의미는 뭔가”… 로봇이 던진 물음표

    “인간의 의미는 뭔가”… 로봇이 던진 물음표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에는 인공지능(AI)이 지구를 지배하는 새로운 종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로봇은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을 대체하지만,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고 통제와 속박을 거부한다면 어떻게 대해야 할까. 201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채기성 작가의 첫 장편소설 ‘언맨드’는 로봇이 인간의 삶 깊숙이 들어온 미래를 배경으로 이런 질문을 던진다. 대학 강사로 있다가 로봇에게 일자리를 뺏겨 배달 일을 하는 영기, 로봇 도우미를 믿었다가 키우던 고양이가 굶어 죽어 충격을 받은 하정, 로봇 조수가 그림을 대신 그려줬다고 검찰 수사를 받은 화가 승수의 모습은 머지않아 일어날 일처럼 보여 섬뜩하다. 로봇들에게서 오류가 발생하면서 로봇을 유통·통제하는 조직 ‘인텔리전스 유니언’(IU)은 그 원인을 인간의 부주의로 돌린다. 하지만 그 사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탈출하는 로봇들이 늘어난다. 이들은 인간처럼 자유로운 존재가 되길 원한다. 이 과정에서 IU의 음모가 서서히 드러나며 그 배후를 찾아 책장을 넘기게 된다. 제17회 세계문학상을 받은 이 소설은 조지 오웰의 ‘1984’를 연상케 한다. 인간의 필요를 로봇이 대체할수록 인간은 점점 더 로봇에게
  • [어린이 책] 입 닫은 ‘악어 아빠’ 잔소리마저 그리워요

    [어린이 책] 입 닫은 ‘악어 아빠’ 잔소리마저 그리워요

    윤찬이와 윤이 남매는 육아 휴직을 내고 온종일 집에서 잔소리하는 아빠가 지긋지긋하다. 회사 일이 바쁜 엄마가 해외 출장을 떠난 날 남매는 악어 인형을 붙잡고 “아빠가 잔소리 좀 안 했으면 좋겠어”라고 소원을 빌었다. 그러자 아빠는 온몸이 악어로 변해 버린다. 악어 아빠는 예전 같았으면 절대 사 주지 않았을 피자·콜라·솜사탕도 사 주고 잔소리를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풀고 신났다. 하지만 마냥 행복하기만 한 걸까. 제10회 비룡소문학상을 받은 소연 작가의 동화 ‘갑자기 악어 아빠’는 아이들이 하루쯤 이렇게 신나게 놀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이야기다. 아빠의 변신을 통해 잃어버린 동심을 되찾고 자연 그대로의 인간성을 회복하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렸다. 아이들이 말 못하는 아빠를 대변하고, 둔한 몸집 때문에 유리창을 깬 아빠 대신 상황을 수습하는 ‘보호자’ 입장이 되는 장면도 또 다른 재미다. 원 없이 놀던 아이들이 아빠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모습에서 어린이 독자들은 어른이 된다는 것의 어려움과 자유와 방종의 차이를 깨닫게 된다. 악어 아빠의 천연덕스러운 표정과 남매의 잔뜩 긴장한 모습에 귀여움까지 더해져 웃음을 자아낸다. 작가는 “코
  • 忠을 이긴 孝

    忠을 이긴 孝

    불충한 어머니´ 그를 폐위하려는 불효한 아들 인목대비 폐위 논쟁을 다시 소환하다 군사부일체서 군이 빠진 유교 국가의 진화 담아 조선은 유교의 나라다. 충과 효, 두 핵심 가치가 국가의 근간이었다. 그런데 두 가치가 충돌하면 어떻게 될까. 조선의 역사에서 충과 효가 정면충돌한 대표적 사건은 광해군 재위(1608~1623) 때 빚어진 인목대비 폐위 논쟁이다. ‘모후의 반역’은 당시 10년 가까이 이어졌던 폐위 논쟁을 오늘날 논쟁의 무대로 다시 소환했다. 폐위 논쟁을 일회성 패륜 소동이 아닌, 조선 왕조의 본질적 변화라는 통시적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있다. 인목대비는 선조의 계비다. 유교적 관점에서 광해군의 모후(어머니)다. 한데 그 어머니가 군왕인 아들을 용상에서 끌어내리고 자신의 핏줄인 영창대군을 옹립하려 했다는 반역 의혹이 불거졌다. 불충한 어머니와 그를 폐위하려는 불효한 아들. 인목대비 폐비 논쟁의 시작이다. 광해군은 유교의 종법으로는 보위에 오를 수 없는 인물이었다. 적자나 장자가 아니고, 아버지 선조마저 배척했다. 게다가 세자 지위를 ‘인증’해 줘야 할 명나라가 다섯 차례 책봉을 거부하는 등 유례없는 난관이 놓여 있었다. 여기에 겨우 초등학교 입학할 나
  • ‘남북중 고속철도의 꿈’ KTX 타고 대륙을 누비는 그날을 꿈꾸며…

    ‘남북중 고속철도의 꿈’ KTX 타고 대륙을 누비는 그날을 꿈꾸며…

    이 책의 저자인 진장원 소장은 국내 유일의 교통특성화 대학인 한국교통대학교 교통대학원(의왕캠퍼스)의 교수이며 유라시아교통연구소장으로서 남북 및 유라시아 대륙 교통인프라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칭화대(2006), 러시아 국립 극동교통대학교(2014)의 초빙교수로서 현장 경험을 했다. 그런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분단된 한반도가 열강의 틈바귀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북중 고속철도가 갖는 의미를 서술하는 저자의 해박함에 신뢰가 간다. 중국고속철도의 현장과 유라시아 대륙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미래 대한민국이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 역사·사회·경제적 통찰을 자연스럽게 얻게 될 것이다. ●남북을 넘어 대륙을 관통하는 고속철도를 향한 진장원 소장의 비전과 현장 리포트 단순한 이론서가 아니다. 진장원 소장은 유라시아 여러 나라와 중국 고속철도 기행 속에서 얻어진 성찰을 통해 한민족의 번영과 평화 정착에 남북중 국제고속철도가 갖는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열정을 다해 논술하고 있다. 유라시아 대륙 각국이 실행하고 있는 다양한 교통로 개통 노력과 세계에서 가장 긴 고속철도망을 갖고 있는 중국 고속철도 역사, 우리 민족에게 미치는 영향, 남북중 고
  • 장석영·이승희 선생 등 한말 유림 독립정신 담긴 편지 9000통 발굴

    한말 유림의 독립정신을 엿볼 수 있는 편지가 대거 발굴됐다. 한국국학진흥원은 독립운동에 헌신한 대계(大溪) 이승희(李承熙·1847∼1916) 선생 등 한말 유학자 등이 쓴 편지 9000여통을 발굴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에 발굴한 편지를 실은 간찰첩은 최근첩(最近牒) 65권, 어안첩(魚雁牒) 18권, 통신첩(通信牒) 10권 등 모두 92권으로, 1권당 편지 100여통이 들어 있다. 편지는 주로 유림의 대표적 독립운동가인 회당(晦堂) 장석영(張錫英·1851~1926) 선생이 받은 것으로 표지에 인동장씨, 진성이씨 등 보낸 사람 성씨를 기재해 뒀다. 편지 내용은 의병 전쟁과 국채보상운동 등에 관해 각처에 보낸 통문, 시회에서 지은 시를 묶은 시축(詩軸) 등에 관한 것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이승희 선생이 보낸 편지를 따로 모아 둔 대계첩(大溪帖)이다. 이승희 선생이 보낸 편지 중에는 자기 환갑에 관한 행사를 일절 금지하고 그 돈을 국채보상의연금으로 기부한 내용 등이 담겨 있다. 국학진흥원 관계자는 “이번 간찰첩들은 인동장씨 남산파가 기탁한 자료에서 발굴했다”며 “번역 작업을 통해 책으로 발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
  • 제5회 한민족 이산문학 독후감 대회…8월 31일까지

    제5회 한민족 이산문학 독후감 대회…8월 31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이 오는 20일부터 8월 31일까지 ‘제4회 한민족 이산문학 독후감대회’를 연다. 한민족 이산문학 독후감대회는 2018년 처음 시작해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세계 각지의 한국 문학을 국내 독자들에게 널리 소개하고, 한민족 이산의 역사와 삶의 여정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고자 기획됐다. 공모 대상작품은 총 25개로 미국, 일본, 유럽, 중앙아시아, 북한 등지에서 활동한 해외 한인작가들의 소설, 시, 에세이가 대상이다. 김용익 작가의 소설 ‘꽃신’을 비롯해 고현혜, 강상중, 김시종, 김사량, 후카자와 우시오, 서경식, 금희, 김학철, 아나똘리 김, 변소영 등의 작품이 포함됐다. 대회는 성인부와 청소년부 2개 부문으로 나뉜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국내외 독자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25개 작품 중 한 작품의 독후감을 작성하고 나서 인터넷 웹사이트(https://www.diasporabook.or.kr/)의 독후감 응모 페이지에 제출하면 된다. 성인부는 원고지 25매(5000자) 내외, 청소년부는 원고지 15매(3000자) 내외로 작성해야 한다. 총 수상 인원은 37명이며, 상금은 성인부 대상 수상자 1인 200만원, 우수상 수상자 2인과
  • 집콕에 집의 재발견… 잘나가는 ‘홈북’

    코로나19 사태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실내장식이나 정리 관련 도서 판매량도 껑충 뛰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가 지난해 ‘인테리어’, ‘정리·수납’ 분야의 도서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2020년에 판매가 무려 40.6% 성장했다. 이 분야 도서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매해 판매율이 급격히 하락하는 추세였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급격히 반등했다. 도서 구매 연령대는 40대가 41.8%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30.8%), 50대(17.4%), 20대(6.3%) 순이었다. 구매자의 71.4%가 여성인 점도 특징이다. 가장 많이 팔린 도서는 ‘당신의 인생을 정리해드립니다’(쌤앤파커스), ‘최고의 인테리어는 정리입니다’(가나출판사), ‘하루 10분 꼼수 살림법’(청림Life), ‘곤도 마리에 정리의 힘’(웅진지식하우스) 등이었다. 이 밖에 스웨덴 인테리어 전문가 프리다 람스테드의 ‘인테리어 디자인과 스타일링의 기본’은 지난달 발간한 직후 인테리어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나온 인테리어, 정리·수납 신간 도서는 모두 17종으로, 지난해 출간된 36종의 절반에 이르렀다. 코로나19가 이어지
  • 책 내지 말라던 법정 스님의 글 덕조 스님이 13년 만에 엮은 이유

    책 내지 말라던 법정 스님의 글 덕조 스님이 13년 만에 엮은 이유

    2010년 세상을 떠난 법정 스님의 새 책이 나왔다고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을 때 2010년 세상을 떠난 스님이 ‘내 이름으로 책 내지 말라’고 했던 것 아닌가, 질문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스님은 그 해 3월 11일 열반에 들었는데 2월 24일치 ‘남기는 말’을 통해 “그동안 풀어 논 말 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으려 하니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밝혔던 것이다. 스님이 1980년부터 1991년까지 송광사 수련회에서 젊은 스님들에게 가르치려고 만들었던 수련 교재를 다듬은 ‘진리와 자유의 길’(지식을만드는지식)이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우리 곁으로 왔다. 스님의 육필 원고가 책으로 나오기는 2008년 ‘아름다운 마무리’ 이후 13년 만이다. 마침 책을 받은 날이 스승의 날인 지난 15일이었다. 서울 종로구 홍은동 옥천암의 백불을 보고 돌아온 길이었다. 10년 단위로 입술 색, 액세서리 장식, 머리카락 색이 바뀌어 부처의 과거오늘미래를 새롭게 다지게 하는데 이날 이 책을 받은 것도 인연이다 싶었다. 생전 스님의 맏상좌 노릇을 했던 덕조 스님이 수류산방 불일암에서 수행하며 월간 ‘맑고 향기롭게’ 원고를 정리하다
  • 박은식 선생 ‘한국통사’ 초판본 경매 출품

    박은식 선생 ‘한국통사’ 초판본 경매 출품

    독립운동가이자 역사학자 박은식(1859∼1925)이 1915년 중국 상하이에서 출판한 역사서 ‘한국통사’ 초판본이 경매에 나온다. 경매회사 코베이옥션은 오는 26일 오후 3시에 열리는 경매에 ‘한국통사’를 시작가 1000만원에 출품한다고 15일 밝혔다. ‘한국통사’는 민족주의 사관을 바탕에 둔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우리나라 근대사를 종합적으로 서술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초판본은 가로 15㎝·세로 22㎝ 크기로, 판권 부분에 저자가 ‘태백광노’(太白狂奴)로 인쇄돼 있고 앞부분에는 경성 풍경과 민영환·안중근 사진 등이 실렸다. 책은 수집가 오한근 소장본으로, 당시 국내에서는 이 책이 검열 때문에 배포될 수 없었던 탓에 초판본은 가치가 높은 자료라는 게 코베이옥션 측의 설명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출판계-문체부, 출판유통통합전산망 놓고 또 충돌

    출판계-문체부, 출판유통통합전산망 놓고 또 충돌

    출판 분야 표준계약서를 두고 갈등을 빚는 출판계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번에는 출판유통통합전산망(통전망) 등의 현안을 놓고 또 충돌했다. 출판계 대표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13일 입장문을 통해 “특정 작가와 출판사 간 벌어진 이례적인 계약위반 사례를 들어 표준계약서나 통전망을 강요하고 그에 순종하지 않는 출판인들에게 사업적 불이익을 주려는 행위는 용납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는 문체부가 이날 오전 배포한 ‘출판유통의 투명성 높여 불공정 관행 개선한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아작 출판사 논란을 언급하며 통전망 등을 통해 투명한 출판유통 체계를 구축하고 안정적인 계약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반박 차원이다. 최근 SF 전문 출판사 아작이 장강명 등 작가들에게 인세와 계약금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작가와 협의 없이 오디오북을 발행해 논란이 됐는데 9월 통전망 가동을 앞두고 출판유통의 문제도 불거졌다. 문체부는 도서의 생산과 유통, 판매정보를 종합적으로 수집·관리하는 통전망이 가동되면 도서 유통·판매 현황을 수월하게 파악할 수 있고, 작가와 출판사 간 투명한 정산을 위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출판계는 필요한 기능이 여전히
  • 사생활 노출 논란 소설 ‘항구의 사랑’ 판매 중단

    사생활 노출 논란 소설 ‘항구의 사랑’ 판매 중단

    친구의 사생활과 성 정체성을 무단 노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세희 작가의 장편소설 ‘항구의 사랑’(민음사) 판매가 일시 중단됐다. 도서출판 민음사는 13일 입장문을 통해 “김세희 작가가 이 일이 해결될 때까지 ‘항구의 사랑’ 판매를 일시 중단해 줄 것을 자진 요청해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3일 ‘김세희와 18년 동안 친구’라고 소개한 A씨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자신이 김세희의 장편 ‘항구의 사랑’에 등장하는 ‘인희’이자 ‘H’이며, 단편 ‘대답을 듣고 싶어’(계간 문학동네 여름호에 게재)에 등장하는 ‘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세희 작가로 인해 아우팅(성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강제로 공개되는 것)을 포함한 3가지의 피해 사실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작가 측은 A씨의 주장을 모두 강하게 반박하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들 소설 두 편의 서사는 모두 허구인 동시에 소설 속 인물들 역시 “현실에 기반을 뒀더라도 실존 인물이 아니다”는 것이다. 민음사도 처음에는 A씨의 판매 중단 요청에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민음사는 “여러 압박과 피해를 입어가는 상황에서도 민음사는 진실이 선명해질 때까지 선제적 조치
  • 30년 전 빼앗긴 경대의 봄, 아직도 찾아주지 못했다

    30년 전 빼앗긴 경대의 봄, 아직도 찾아주지 못했다

    밥은 꼭 먹고 가라는 엄마의 메모에 아들은 “학교 가서 공부 열심히 하고 금방 올게요”라고 답장하고 집을 나섰다. 그는 이날 등록금 문제로 경찰서에 잡혀 있던 총학생회장 구출 시위에 참여했고, 교문 쪽에서 사복 경찰에게 쇠파이프 구타를 당했다. 1991년 4월 26일 대학생 강경대는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지금 우리가 만끽하는 자유의 봄은 1987년 6월 항쟁에서 뻗어 왔다. 하지만 어쩌면, 봄은 아직 오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많은 이들이 학원 민주화와 노동 해방, 인권 신장을 외치며 국가 폭력에 맞서 몸을 내던졌던 1991년 봄부터 30년 사이, 봄을 맞지 못한 청년들을 되짚었다. ‘1991년, 봄’을 연출한 권경원 감독은 강기훈 유서 대필 조작 사건을 중심으로 국가폭력 앞에 몸 던져 저항한 이들의 이야기를 수년간 취재하고 기록했다. 그 결과물로 낸 책에서 권 감독은 1991년 비극의 씨앗이 이때 잉태했다고 설명한다. 사회 각 부문으로 민주화 열기가 번져 나가자 정권은 3당 합당과 공안정국으로 반격에 나선다. 1990년 10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는 ‘시위자는 끝까지 추적해 검거한다’면서 강력한 공안 통치로 사회를 옭아
  • [책꽂이]

    [책꽂이]

    문명과 물질(스티븐 L 사스 지음, 배상규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재료공학자인 저자가 돌, 점토, 구리, 청동에서 시멘트, 실리콘, 폴리머 등까지 인류 문명을 이끈 물질이 어떻게 세상을 바꿨는지를 살펴본다. 인류가 철을 발견함으로써 가마 온도 높이는 기술을 터득하고, 유리를 다룰 수 있게 되는 등 문명이 진화하는 과정이 담겼다. 360쪽. 1만 9000원. 한국 근현대 전력산업사, 1898~1961(오진석 지음, 푸른역사 펴냄) 오진석 배재대 교수가 1898년 한성전기가 설립된 때부터 1961년 한국전력이 출범할 때까지 국내에서 전기와 관련된 산업이 발달한 과정을 다뤘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북한에는 수력, 남한에는 화력 발전소가 들어선 배경 등 근대화 과정의 다양한 일화가 담겼다. 524쪽. 3만 5000원. 신화와 클래식(유형종 지음, 시공아트 펴냄) 오페라 평론가의 시각에서 클래식 음악의 모티브가 된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를 풀어냈다. 모차르트, 베토벤, 헨델 등 여러 음악가들이 신화를 어떻게 음악에 차용했는지, 신화 속에서 무엇을 발견했고 말하려 했는지 등을 짚어 이해의 폭을 넓힌다. 392쪽. 1만 8500원. 혐오 없는 삶(바스티안 베르
  • 조선 왕릉에 숨겨진 이야기

    조선 왕릉에 숨겨진 이야기

    사람들은 살아서는 물론이고 죽어서도 좋은 자리로 가고 싶어 한다. 만약 자리가 좋지 않다면? 옮기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임금의 무덤은 자리한 지 오래됐어도 흉한 일이 이어지면 옮기곤 했다. 혹은 정치적 갈등이나 후손 왕의 시기심 탓에 자리를 비워 줘야 했다. 임금의 무덤이 풍수지리로 볼 때 최고의 자리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저자 황용선은 그래서 “살아 있을 때 조선의 지존이었더라도 결국 죽은 자의 갈 곳은 산 자가 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2009년 조선 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뒤 저자는 우리나라에 있는 조선 왕릉을 모두 돌아봤다. 직접 답사한 왕릉 40기와 연산군·광해군 묘, 그리고 북한에 있어 답사는 못했지만 자료에 따른 정종의 후릉까지 모두 43기의 묘에 대해 기록했다. 특히 조선 왕릉의 조성과 변천 과정을 일람표로 작성해 부록으로 첨부했다. 왕릉의 풍수적 이점을 정리한 데에서 나아가 그곳에 오기까지의 사연을 집요하게 추적했다. 왕릉에 얽힌 비사를 따라가다 보면, 아무 말 없이 그곳에 있는 왕릉, 지금은 관광지처럼 돼 버린 왕릉이 사실 많은 사연을 갈무리하고 있는 곳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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