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떠돌다 돌아온 일상
‘베이비 블루 스텝’, ‘블랙홀 체어’, ‘더 슈퍼 월드 체어’, ‘A4를 위한 조각’, ‘U.F.O’, ‘농담’…. 공연 ‘십년만 부탁합니다’의 출연진 면면이다. 극 중 배역 이름이라고 하기엔 독특한 이들의 정체는 미술작가 이주요(46)가 각종 전시에서 사용한 설치작품들이다.
이 작가는 지난 20여년간 미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와 도시를 전전하며 작품 활동을 해왔다. 예술가로서 자신에게 잘 맞는 환경을 찾기 위함이었다. 그처럼 그의 작품들 역시 세상을 떠돌아야 했다. 종이를 올려두기 위한 받침, 그림을 잠시 보관하는 나무로 된 칸막이, 높은 곳에 닿기 위해 필요한 의자 등은 예술 작품으로 ‘대접받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게다가 재료들 또한 종이, 비닐봉투, 스티로폼, 나무 막대기 등처럼 저렴하고 가벼웠다. 문득 작품을 버려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실천은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그는 위탁자를 찾아 자신의 작품을 맡겼고, 그 세월이 10년이 지났다. 2007년 김현진(42) 큐레이터와 함께 기획한 ‘십년만 부탁합니다’는 그렇게 탄생했다. 폐기 위기를 모면한 작품 40여점은 전시를 통해 30여명의 위탁자와 만나 10년의 세월을 함께 보낸 뒤 지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