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2014> 北 TV, 韓·美·日 경기만 중계 안 해

<월드컵2014> 北 TV, 韓·美·日 경기만 중계 안 해

입력 2014-07-13 00:00
수정 2014-07-1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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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조선과 일본은 이번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습니까?”

북한 접경지역에 거주하는 탈북자 김 모 씨의 지인 A씨는 최근 김 씨와의 전화통화에서 느닷없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달 14일부터 한 달 동안 거의 매일 저녁 월드컵 주요 경기장면을 편집해 중계해왔지만 한국팀과 일본팀의 경기는 방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앙TV는 지난 10일 오후 8시 뉴스 시간에는 브라질 월드컵 4강전이 끝났다며 “1등과 2등을 가르는 결승경기는 평양시간으로 14일 도이췰란드(독일)팀과 아르헨티나팀 사이에 진행된다”고 ‘발 빠르게’ 보도했다.

12일에는 오후 8시 15분부터 8강전 프랑스와 독일, 브라질과 콜롬비아의 경기를 편집해 녹화 중계했다.

하지만 중앙TV는 브라질 월드컵 종료를 하루 앞둔 13일까지도 한국과 미국, 일본팀의 경기장면은 단 한 차례도 중계하지 않았다.

중앙TV는 지난달 21일 벨기에와 알제리 간 경기를, 29일에는 벨기에 대 러시아 경기, 이달 4일 알제리와 러시아 간 경기를 차례로 중계했다.

하지만 벨기에, 알제리, 러시아와 같은 H조에 속한 한국팀이 이들 세팀과 각각 경기하는 장면은 전혀 방영하지 않은 것이다.

중앙TV는 이번에 한국팀은 물론 미국과 일본팀의 경기장면도 주민들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이러한 북한의 월드컵 중계 행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2006년 독일 월드컵,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와는 눈에 띄게 비교된다.

북한은 2002년 한일 월드컵 기간 제2연평해전이 발생했음에도 사건 이틀 후인 7월 1일 밤 한국과 독일의 준결승전과 한국과 터키의 3·4위전을 각각 녹화중계했다.

당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평양 시민들도 한국팀의 잇따른 월드컵 선전에 환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TV는 남북관계가 화해국면이었던 2006년 6월에는 독일 월드컵 한국-토고 경기를 녹화중계했으며 당시 경기 해설을 맡은 리동규 체육과학연구소 부소장은 한국팀 박지성 선수의 활약을 극찬하기도 했다.

천안함 사건 직후에 열린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에도 북한은 한국과 우루과이, 미국과 가나, 일본과 파라과이 경기를 모두 TV로 중계했다.

북한이 이번 브라질 월드컵을 TV로 중계하면서 유독 한·미·일 세 팀의 경기장면만 제외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미·일 공조 강화와 남북경색 흐름 속에서 북한이 대외적으로 자신들의 불만을 표출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보인다”라며 “특히 최근 남측에 대해 연일 강경한 비난전을 펼쳐왔던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한국팀의 경기장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일협상 타개 등으로 일본과 가까워지는 분위기 속에서도 북한 TV가 일본팀 경기 장면을 뺀 것에 대해 “김정은 체제 들어 축구에 엄청난 투자를 하는데도 자신들은 예선에서 탈락하고 같은 아시아 국가인 일본은 본선에 진출해 자존심이 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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