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2014] 알제리 선수들 “라마단 때문에 진 것 아냐”

[월드컵2014] 알제리 선수들 “라마단 때문에 진 것 아냐”

입력 2014-07-01 00:00
수정 2014-07-0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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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 선수들은 1일(한국시간) ‘사막의 여우’가 2014 브라질 월드컵 16강에서 독일에 연장 접전 끝에 1-2로 패한 것은 라마단을 지켰기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라마단은 이슬람 단식 성월로 무슬림은 이 기간 아침 일출 때부터 저녁 일몰 때까지,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물을 포함한 음식 일체를 입에 대지 않는다. 다만 여행 중이거나 고된 육체노동을 수행할 때는 따르지 않아도 된다.

알제리는 이날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 독일을 맞아 전후반 90분 동안 잘 싸웠다. 전반전에는 오히려 독일을 압도한 알제리였지만 연장전에 접어들자 선수들은 무척 지쳐 보였다.

알제리 선수 대부분은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라마단 기간에 단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반전이 끝난 뒤 물을 섭취한 것이 전부였다.

골키퍼 라이스 엠볼히(CSKA소피아)는 ‘라마단이 경기의 변수였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경기할 준비가 돼 있었고, 어떤 누구도 우리가 이 정도의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장에서 독일에 두 골을 내줬지만, 상대의 파상 공격을 몸을 아끼지 않고 막아내 이날 경기의 ‘맨 오브 더 매치(MOM)’에 선정된 그는 “체력적인 문제가 아니었다”면서 “모든 선수의 상태가 좋았고 경기를 뛸 준비가 돼 있었다. 우리는 뒤늦게 두 골을 내줬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라마단은 개인적인 문제이며 우리와 신 사이의 문제다. 내가 그것에 대답할 의무는 없다. 라마단은 개인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 전 또 하나의 관심의 초점은 알제리가 32년 전 ‘히혼의 수치’를 설욕할 수 있느냐에 맞춰졌다. 알제리는 1982년 스페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2승1패, 골 득실 0을 기록하고 스페인 히혼에서 열린 서독과 오스트리아의 최종전 결과를 기다렸다.

그러나 두 팀이 승부조작에 가까운 졸전을 벌여 서독이 1-0으로 승리하면서 세 팀이 나란히 2승1패가 됐고, 알제리는 골 득실에서 밀려 탈락의 아픔을 맛봐야 했다.

이후 이 경기는 ‘히혼의 수치’(disgrace of Gijon), ‘히혼의 불가침 조약’(Gijon non-aggression pact) 등으로 불리며 감추고 싶은 월드컵 역사 중 하나로 남게 됐다.

그러나 알제리는 독일에 패하면서 32년 전의 악연을 설욕하는 데 실패했고 엠볼히 역시 “매우 실망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이룬 것에 자부심을 드러내며 “이전의 어떤 팀도 이 정도까지 나아가지 못했고, 우리는 가장 높은 수준에 필적하는 경기를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월드컵 이후에 물러날 것이라는 소문이 도는 바히드 할릴호지치(보스니아)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알제리의 베테랑 수비수 마지드 부게라는 “루머가 떠돌고 있지만 우리는 그가 이룬 성취에 감사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는 팀이 매우 약했을 때 팀을 맡아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우리는 모두 경기가 끝났을 때 그에게 키스했다. 그가 만약 떠난다면 그는 적절한 보상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실망했지만 우리가 이번 월드컵에서 이룬 것에 대해서는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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