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적 우위에도 벨기에에 패배…전술 아쉬움” 지적도
한국 축구대표팀이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벨기에에 패하면서 16강 진출에 실패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준비 과정과 전술, 신체적인 조건 등 여러 면에서 뒤처진 결과라고 평가했다.27일(한국시간) 열린 벨기에전 결과에 대해서는 특히 상대 퇴장에 의한 수적인 우세를 살리지 못한 전술의 아쉬움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이날 브라질 상파울루의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H조 3차전을 마치고 “수적 우위를 점했을 때 공격을 더 늘려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어야 하는데 공격 숫자가 같아서 효율적이지 못했다”면서 “전술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겼어야 하는 경기에 수적 우위를 얻었음에도 목표와 목적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효율적인 경기를 하지 못했다”면서 “16강 진출 여부와 상관없이 좋은 경기를 못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날 한국은 전반 종료 직전 스테번 드푸르(포르투)가 퇴장당하며 후반전을 10명과 싸웠음에도 후반 33분 얀 페르통언(토트넘)에게 결승골을 내주고 0-1로 져 H조 최하위로 탈락했다.
이 경기를 지켜본 김대길 KBS N 해설위원도 “상대 퇴장 이후 우리 후방에 수비가 많이 남았다”면서 “승부를 냈어야 하는 상황에서 공격을 모험적으로 늘려 상대를 괴롭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실점 상황에 대해서는 “디보크 오리기(릴)의 슈팅을 김승규가 옆으로 쳐내지 못하고 앞으로 쳐내면서 베르통언에게 걸렸지만, 우리 수비도 상대 슈팅 이후 문전 대시를 예상하고 대비했어야 했다”고 분석했다.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김호곤 전 울산 현대 감독은 “일단 패스 정확성과 속도가 늦다 보니 역습 속도가 늦었다”면서 “수비하다가 빼앗아도 치고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돌아봤다.
상대가 10명인데도 그 장점을 살릴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용수 세종대 교수는 “상대가 10명이라 이길 수 있는 상황임에도 초반부터 이겨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많이 움직이다 보니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벨기에에서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는 공격수 오리기가 투입되면서 수비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이 골까지 내주는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이 ‘무승 치욕’을 겪으며 조별리그 탈락한 것은 세계적인 수준의 기량과 분명히 차이가 났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김호곤 전 감독은 “월드컵에 출전하면 기대를 하게 되고 이변도 일어날 수 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면서 “기량이 있어야 조직력도 생기는 것”이라면서 기량의 차이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김 전 감독은 “오늘 패배도 결국 일대일 돌파를 못 하는 등 기술적인 문제에서 온 것”이라면서 “세계의 벽은 높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나이 어린 선수가 주축이 된 만큼 차기 월드컵에 대한 희망은 갖게 됐다”면서 “우리 현실을 직시하고 선수와 지도자, 축구인 전체가 더 훈련해 좋은 선수를 배출하는 수밖에 없다”고 힘줘 말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전체가 세계의 벽을 실감했다”면서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던져준 월드컵”이라고 대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 위원은 “피지컬이 안 되니 브라질의 기후 변화와 이동 거리를 이기지 못했고, 전술적으로도 패스 게임에 대항하고자 3백, 5백 등 다양성이 두드러졌는데 아시아 국가들은 준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전술이 고정돼 있다 보니 상대가 분석하기 용이했다”면서 “세계적인 흐름을 잘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한국 대표팀의 준비 과정부터 감독이 거듭 교체되고 선수 선발에 대한 뒷말이 나오는 등 문제가 잇따르면서 ‘예견된 결과’라는 목소리도 있다.
신문선 교수는 “월드컵은 이미 대회 개막 이전에 시작되는 건데, 우리는 감독을 바꾸면서 시간을 낭비했고 안정적으로 선수 구성을 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어 “소속팀에서 크게 활약하지 못해 체력적 준비가 되지 않은 선수를 원칙을 깨고 선발하면서 최상의 진용을 꾸리지 못한 것은 아닌가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사전에 A매치를 통해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만회할 수 있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면서 “수비 조직력을 극대화하고 상대 분석에 이은 맞춤형 전술을 가동했으면 최악은 피할 수 있었을 것”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신 교수는 “모든 책임을 감독에게만 묻는 것은 혹독하다”면서 “축구계 전체가 반성하고 다음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점들을 차치하고서라도 그간 우리의 장점으로 꼽혀왔던 강한 압박 뒤 스피드를 앞세워 기회를 만드는 면을 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나왔다.
이용수 교수는 “우리는 상대를 끈질기게 압박해 미드필더 지역부터 처리하지 못하게 하고, 많이 뛰면서 연결하는 게 장점인데 이번 대회에서는 잘 나타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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