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일탈행동 아니어서 쉽게 고치기 어렵다…어렸을 때 사랑·관심 못받았을 듯”
우루과이의 골잡이 루이스 수아레스(27·리버풀)가 상대 선수를 물어뜯은 것은 2010년과 지난해, 그리고 2014 브라질 월드컵까지 벌써 세 번째다.앞선 두 차례의 기행으로 무거운 징계를 받았음에도 수아레스는 25일(한국시간)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D조 3차전에서 이탈리아의 수비수 조르조 키엘리니(유벤투스)의 왼쪽 어깨를 깨물었다.
국내외 심리학자들은 수아레스의 행동을 단순한 일탈 행동이 아니라 발달 장애로 규정했다. 아울러 이를 단시간에 바로잡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양궁 대표팀의 심리상담을 담당한 정신과 전문의 김영돈 박사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수아레스의 물어뜯기 행동은 구강적인 공격성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기들이 손을 빠는 행동은 식욕을 만족시켜주는 것뿐만 아니라 불안을 감소시켜주는 본능적인 행동”이라며 “굉장한 불안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오늘 경기에서 수아레스가 상대 선수를 물어뜯은 행동은 구강적인 발달 장애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수아레스가 어렸을 때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랐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어렸을 때 받은 내면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른이 됐기에 그처럼 미성숙한 방식으로 분노와 공격성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 대학의 심리학자인 에바 키모니스 박사는 로이터통신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수아레스는 키엘리니가 볼에 접근하는 것을 가로막자 좌절감과 분노를 느꼈고, 이에 충동적으로 그를 물어뜯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아레스가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심각한 결과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결국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은 그때 그는 마치 자신이 다친 것처럼 행동했다”고 덧붙였다.
키모니스 박사는 “상대를 무는 행동은 어린 시절 초기에는 흔하지만, 성인에게는 드문 행동”이라며 “이는 다른 모든 종류의 공격성을 포괄하는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행동 패턴의 하나의 증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아레스는 지난해 4월 첼시와 벌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상대 수비수인 니슬라프 이바노비치의 팔을 물어 1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앞서 네덜란드 아약스에서 활약하던 2010년에는 PSV에인트호번의 오트만 바칼의 어깨를 깨물어 7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당하기도 했다.
호주 서부의 머독 대학의 심리학자 콜린 리드 박사는 “우선 수아레스 본인이 자신의 행동이 정당화되거나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수아레스가 그렇게 생각하고 또한 팀 동료나 감독들도 이러한 견해를 적극적으로든 수동적으로든 지지한다면 변화는 일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수아레스는 경기 후 상대 선수를 물어뜯은 행동에 대해 “경기 도중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태연한 표정을 지었고 우루과이의 주장 디에고 루가노와 우루과이 감독 모두 수아레스를 감싸는데 급급했다.
리드 박사는 “선수 자신이 이것이 문제라고 받아들여야 하고 그런 뒤에 그의 스트레스 징후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교정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물론 평생 습관을 바꾸는 것이 조속한 시일에 될 리 없다. 여러 달에 걸쳐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돈 박사는 “내면화의 상처가 있는 사람들은 툭하면 자기의 자존심을 많이 따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내면의 열등감을 없애주고 자존심을 회복시켜주는 정신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이는 바꾸는 게 아니라 수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완치란 있을 수 없고 언제 고쳐진다는 보장도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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