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메달리스트] 캐나다 귀화 제안 뿌리치고 태극마크…술·친구 끊고 차 팔고 ‘평창에 올인’

[미리 보는 메달리스트] 캐나다 귀화 제안 뿌리치고 태극마크…술·친구 끊고 차 팔고 ‘평창에 올인’

임주형 기자
임주형 기자
입력 2018-01-21 17:34
수정 2018-01-2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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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모굴스키 간판’ 최재우

2015년 1월 미국 유타주 디어밸리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프리스타일스키 남자 모굴 결선. 최재우(24·한국체대)는 4위를 차지해 한국 스키 사상 최고 성적을 냈다. ‘새 역사를 썼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꿈에 그리던 올림픽 메달에 딱 한 걸음만 남긴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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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우
최재우
하지만 긴장이 풀렸을까. 다음달 훈련에서 착지 실수로 등 부상을 당한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 월드컵 순위는 곤두박질쳤다. 이러다간 생애 목표로 삼은 올림픽을 망치겠다는 위기감이 덮쳤다. 술과 친구를 끊고, 승용차도 팔며 훈련에만 매달렸다.

●20일 월드컵에서도 4위 올라

지난해 부활의 날개를 폈다.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데 이어 월드컵에서 두 차례 4위를 차지했다. 올림픽 메달에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간 것이다. 지난 11일 디어밸리에서 열린 월드컵 결선에선 넘어져 실격했지만, 앞서 치른 1차 예선을 ‘세계 최강’ 미카엘 킹스버리(캐나다)마저 제치고 1위로 통과했다.

캐나다 퀘벡 트랑볼랑에서 20일(현지시간) 열린 월드컵에서도 4위를 차지해 아깝게 메달을 놓쳤지만 포인트 50점을 쌓아 랭킹 4위에 올랐다.

최재우는 네 살 때 아버지 손에 이끌려 처음 스키 폴을 잡았다. ‘신동’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잘 탔다. 초등학교 때 상을 휩쓸었다. 중학교 1학년 때 캐나다 휘슬러로 유학을 떠나 4년간 제대로 배웠다. 이곳에서 프리스타일스키를 접하며 쑥쑥 실력이 늘었다. 캐나다 국가대표팀 관계자로부터 귀화를 제안받을 만큼 가능성을 보였지만 국적을 버리지 않았다. 15세인 2009년 사상 최연소로 태극마크를 단 뒤 스키 변방 한국에서 ‘개척자’로 이름을 높였다.

●소치서 한국 스키 사상 최고 기록

2013년 세계선수권에서 최재우는 당당히 5위에 오르며 국내 스키계를 흥분시켰다. 올림픽 메달을 노릴 만한 인재가 나왔다고 환호했다. 이듬해 소치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최재우는 ‘소치에선 시상대, 평창에선 금’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소치에서 최재우는 메달엔 실패했지만 희망을 쏘았다. 상위 10명을 우선 뽑는 1차 예선 15위로 2차 예선에 나섰다. 여기서 2위를 하며 1차 통과자 포함 총 20명을 선발하는 결선 라운드에 진출했다. 결선 1라운드에서도 10위에 이름을 올려 12명이 통과하는 2라운드에 나섰다. 하지만 2라운드에선 첫 번째 공중동작 과정에서 코스를 벗어나 실격하고 말았다. 최종 성적은 12위. 한국 스키 사상 역대 최고 기록이다.

●올림픽메달리스트 도슨 감독과 호흡

최재우의 성장엔 토비 도슨(미국) 감독의 공을 뺄 수 없다. 한국계 입양아 출신이자 2006년 토리노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그는 2012년부터 최재우를 지도하고 있다. 체력 관리와 영상 분석을 함께하는 마이클 도미닉 코치, 국내 최고 모굴 전문가인 황성태 코치도 한껏 돕고 있다. 최재우가 가끔 범하는 실수만 줄인다면 평창 설원에 태극기를 휘날리는 건 꿈이 아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2018-01-2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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