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안 울기로 했잖아”

“언니, 안 울기로 했잖아”

박기석 기자
박기석 기자
입력 2018-02-26 22:48
수정 2018-02-27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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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팀 위대한 평화 여정 마감

32일. 남과 북이 70년 분단의 장벽을 뛰어넘어 하나 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기약도 없는 이별을 준비하기엔 짧기만 했다. 남북한끼리 뭉친 여자 아이스하키 ‘팀 코리아’는 평창동계올림픽에 화합과 평화의 가치를 아로새기며 위대한 여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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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대단원의 막을 내린 지 하루가 지난 26일 강원 강릉올림픽선수촌에서 귀환하는 버스에 탑승한 북측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한 달여간 동고동락한 남측 선수들의 손을 맞잡고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방남한 북측 아이스하키 선수 12명은 남측 선수들과 단일팀을 이뤄 올림픽 무대에 나섰다. 북측 선수들은 배웅 나온 남측 선수들과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훔치며 이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강릉 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 대단원의 막을 내린 지 하루가 지난 26일 강원 강릉올림픽선수촌에서 귀환하는 버스에 탑승한 북측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한 달여간 동고동락한 남측 선수들의 손을 맞잡고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방남한 북측 아이스하키 선수 12명은 남측 선수들과 단일팀을 이뤄 올림픽 무대에 나섰다. 북측 선수들은 배웅 나온 남측 선수들과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훔치며 이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강릉 연합뉴스
26일 오전 5시 강원 강릉선수촌 웰컴센터엔 남측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북측 선수들을 배웅하러 새벽 칼바람을 헤치고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북측 선수단은 오전 5시 30분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두 시간 늦췄다. 오전 7시 30분 세라 머리(30·캐나다) ‘팀 코리아’ 총감독과 김도윤(38), 리베카 베이커(28·미국) 코치도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15분쯤 흘렀을까. 원길우 북한 선수단장, 피겨스케이팅 페어 대표 렴대옥·김주식을 필두로 ‘팀 코리아’ 북측 선수들이 들어섰다. 서로를 발견한 선수들은 너나 없이 부둥켜안고 눈물을 쏟았다.

지켜보던 머리 감독도 눈시울을 붉힌 채 흐르는 눈물을 훔쳤고, 개회식 때 먼저 손을 내밀었다던 박철호 북한 감독과 포옹했다. 머리 감독은 “3주 정도밖에 안 지냈는데, 이렇게 슬픈 걸 보면 정말 특별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북측 선수들이 버스에 오르려 센터를 나서자 남측 선수들이 뒤따랐다. 버스를 타면서도 울먹이던 북측 선수에게 남측 선수는 “언니, 그만 울어요. 안 울기로 했잖아”라고 다독였다. 북측 선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북측 선수가 버스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자 남측 선수들은 달려가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버스가 떠나 손을 놓은 그들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남북 선수들은 지난 20일 올림픽 마지막 경기였던 스웨덴과의 순위결정전을 끝내고 이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북측 선수들은 떠나는 순간까지 머리 감독에게 하나라도 더 배우고자 했고, 머리 감독은 남북 선수들을 모아 경기 비디오를 돌려보며 언니처럼 섬세하게 챙겼다. 남측 선수들은 이별하기 전날 밤 북측 12명 모두에게 편지를 쓰고 사진을 선물했다. 북측 선수들은 “평양냉면을 먹으러 꼭 평양으로 오라”고 화답했다.

강릉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8-02-2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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