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무거웠을까요… 세월도, 영웅의 무게도

얼마나 무거웠을까요… 세월도, 영웅의 무게도

최병규 기자
입력 2021-07-25 20:48
수정 2021-07-26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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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금메달리스트, 조기 줄탈락

‘사격황제’ 진종오 10m 소총 탈락 충격
내일 혼성전 ‘최다 올림픽 메달’ 재도전

‘16강 좌절’ 펜싱 구본길 “중압감 남달라”
‘도마의 신’ 양학선도 결선 문턱 못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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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시여…
하늘이시여… ‘사격 황제’ 진종오가 지난 24일 도쿄올림픽 사격장에서 열린 남자 10m 공기권총 예선에서 탈락한 뒤 허탈한 표정으로 전광판을 올려다보고 있는 장면.
도쿄 연합뉴스
켜켜이 쌓인 시간의 무게는 그만큼의 관록과 메달처럼 무거웠던 것일까.

대한민국 올림픽 최다 금메달리스트가 되려던 ‘사격 황제’ 진종오(42)가 24일 일본 도쿄 아사카훈련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15위에 그치면서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오르지 못하고 탈락했다.

10m 공기권총은 진종오의 주 종목 중 하나다. 진종오는 2012년 런던 대회에서 이 종목과 50m 권총에서 금메달 2개를 수확했다. 이를 포함해 네 차례나 출전한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와 은메달 2개를 수집한 그는 금 1개만 보태면 한국 올림픽 역대 최다 금메달리스트가, 색깔에 관계없이 메달 1개만 더하면 최다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될 뻔했지만 전진을 멈추고 말았다.

그는 경기장을 빠져나오면서 “아쉽다. 아쉽다”를 연발한 뒤에 “어떻게 하겠나. 결과가 이렇게 나온 것을…”이라며 쌓인 시간에 굴복하듯 고개를 숙였다. 진종오는 “딱히 지금은 뭐라 말할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잘 정리하고 남은 혼성에 최선을 다해 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진종오는 27일 같은 종목 혼성 단체전에서 추가은(20)과 호흡을 맞춰 다시 메달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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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사브르 국가대표 구본길이 지난 24일 일본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32강전에서 찌르기 공격을 하는 모습.  도쿄 연합뉴스
펜싱 사브르 국가대표 구본길이 지난 24일 일본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32강전에서 찌르기 공격을 하는 모습.
도쿄 연합뉴스
세월의 무게를 실감한 건 진종오뿐만이 아니다. 2012년 런던 대회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구본길(32)도 같은 날 32강에서 조기 탈락했다. 초반부터 점수를 너무 많이 내준 열세를 끝까지 만회하지 못하고 피스트(경기대)를 쓸쓸히 내려왔다. 그는 “관중이 없는데도 서는 것 자체가 긴장됐다”면서 “올림픽이 주는 중압감이 여느 대회와는 남달랐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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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황제’ 양학선이 지난 2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연습훈련에서 도마 연기를 펼치고 있다.  도쿄 연합뉴스
도마 황제’ 양학선이 지난 2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연습훈련에서 도마 연기를 펼치고 있다.
도쿄 연합뉴스
9년 만에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 양학선(29)도 도마 예선 9위에 그쳐 8명이 겨루는 결선 티켓을 간발의 차이로 놓쳤다. 오른쪽 허벅지 근육통(햄스트링) 부상이 주는 압박감 속에 양학선은 솟구치는 도약에 필수적인 주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결과는 회전 부족으로 나타났고 결국 충분한 점수를 얻는 데도 실패했다. 양학선은 결선 예비선수 1번 자격을 얻었지만 8명 중 결장자가 나와야만 ‘러키 루저’로 결선 무대를 밟을 수 있다.

당초 이들 세 명에겐 금맥을 이어 줄 후계자가 있었다. 김모세(23)와 오상욱(25), 신재환(23)이 그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번 대회가 올림픽 데뷔전이다. 관록과 경험이 모자랄 수밖에 없다. 김모세는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8위, 세계 랭킹 1위 오상욱은 8강에서 전진을 멈췄다. 다만 신재환은 전체 1위로 도마 결선에 올라 양학선의 금메달 꿈을 이어 가게 됐다.

2021-07-2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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