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결산] 이상화 金·팀추월 銀으로 자존심 지킨 빙속

[올림픽결산] 이상화 金·팀추월 銀으로 자존심 지킨 빙속

입력 2014-02-23 00:00
수정 2014-02-2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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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영광은 재현하지는 못했지만,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2014 소치 올림픽에서 뜻깊은 메달 2개를 수확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4년 전 밴쿠버에서 역대 최고인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수확했던 한국은 이번 소치 대회에서는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를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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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빙속여제 이상화가 12일 저녁(현지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의 메달플라자에서 시상식을 마친 뒤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빙속여제 이상화가 12일 저녁(현지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의 메달플라자에서 시상식을 마친 뒤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가 아시아 빙속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고, 장거리 간판 이승훈(26·대한항공)을 필두로 한 남자 팀추월 대표팀은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시작은 다소 흔들렸다.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을 따낼 것으로 기대된 이승훈이 빙속 첫 경기인 남자 5,000m에서 12위에 그쳤고, 모태범(25·대한항공)은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선 남자 500m에서 4위에 올라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상화는 여자 500m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로 ‘금빛 질주’를 펼쳐 아쉬움을 단박에 날렸다.

이상화는 1차 레이스에서 37초42로 가장 빨리 결승선을 통과했고, 2차 레이스에서는 37초28로 올림픽 신기록까지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1, 2차 레이스 합계에서도 이상화는 74초70으로 카트리오나 르메이돈(캐나다)이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세운 74초75를 12년 만에 갈아치워 ‘빙속 여제’의 이름값을 했다.

”소치에서 이변을 일으키겠다”던 남자 팀추월의 이승훈, 주형준(23), 김철민(22·이상 한국체대)도 한국에 사상 첫 메달을 안기며 ‘빙속 강국’의 위상에 힘을 보탰다.

8강에서 러시아, 준결승에서 캐나다를 차례로 물리치고 결승에 오른 남자 팀추월 대표팀은 결승에서는 ‘세계 최강’ 네덜란드를 상대로 선전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은메달은 이번 대회에서 남자 선수가 유일하게 남긴 메달이기도 하다.

또 이승훈은 2010년 밴쿠버 대회 10,000m 은메달, 5,000m 은메달에 이어 자신의 세 번째 올림픽 메달을 수확, 한국 빙속 선수 중 가장 많은 올림픽 메달을 기록했다.

성과도 있었지만, 안방에서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이번 대회는 한국 빙속에 과제도 남겼다.

특히 ‘빙속 강국’ 네덜란드의 초강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네덜란드는 이번 대회 스피드스케이팅에서만 금메달 8개, 은메달 7개, 동메달 8개를 따내며 총 23개의 메달을 가져갔다.

개인 종목 가운데 금·은·동을 싹쓸이한 경기만 4차례다.

타고난 선수들의 신체 조건에 탄탄한 지원, 훈련 노하우가 축적된 네덜란드에서는 기존의 ‘1인자’ 외에 ‘신흥 강호’가 잇달아 등장해 ‘집안 싸움’을 펼쳤다.

남자 10,000m에서 ‘최강자’ 스벤 크라머르를 제치고 요릿 베르흐스마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 여자 1,500m에서는 주종목이 쇼트트랙이지만 스피드스케이팅을 병행한 요린 테르모르스가 밴쿠버 올림픽 우승자 이레인 뷔스트를 밀어내고 정상에 오르는 등 치열한 내부 경쟁이 벌어졌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에 대적할 만한 기대주가 딱히 보이지 않았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친 ‘불굴의 사나이’ 이규혁(36·서울시청)이 처음으로 올림픽 6회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지만, 이 역시 달리 보면 그를 능가하는 후배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자 장거리에서는 김보름(21·한국체대)이 3,000m에서 역대 가장 높은 순위인 13위를 기록했으나, 상위권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평창에서도 ‘스피드 코리아’의 시대를 이어가고 개최국의 자존심을 지키려면 선수층을 두텁게 해 내부 경쟁을 유도하고 시너지 효과를 노려야 한다는 게 올림픽을 치른 선수들의 목소리다.

다음 올림픽에서는 매스스타트의 정식 종목 채택 가능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이 종목에서도 세계 수준에 오르기 위한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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