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큰 김연아 의연한 인터뷰
“저보다 더 간절한 사람에게 간 금메달로 생각하자고 했습니다.”21일 러시아 소치 코리아하우스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가진 김연아(24·올댓스포츠)는 약간 수척했다. 현지시간으로 전날 오후 11시에 경기가 끝난 데다 인터뷰와 도핑테스트까지 치르느라 잠잘 시간이 부족했다.
김연아가 받은 첫 번째 질문은 ‘경기 직후 어머니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가’였다. 김연아는 “원래 잡았던 숙소가 너무 안 좋아 최근 선수촌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어머니를 직접 보지는 못하고 카카오톡으로 대화했다. ‘이미 끝났으니 점수에 대한 이야기는 더 하지 말자’고 했고 ‘나보다 더 간절한 사람에게 금메달이 간 것으로 생각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전날 내외신과의 기자회견에서 “밴쿠버 때는 목숨을 걸고라도 금메달을 따고 싶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전혀 욕심내지 않고 있다”고 밝혔던 김연아다. 그는 정말로 아까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그는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등) 다른 선수들의 영상을 아직 안 봤다. 내가 경기 결과를 인정 안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아무 미련도 없다”며 “다른 대회에서도 잘했지만 점수가 안 나온 경우가 있었다. 점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순위가 2등으로 찍히는 것을 평소에도 많이 상상한다. 그래서 (어제 결과가)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고도 했다.
김연아는 회견 내내 “홀가분하다”는 말을 가장 많이 썼다. “이제 경기에 대한 두려움 없이 살 수 있어요. 짐을 내려놨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요.” 김연아는 거울과 같은 존재였던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에 대한 이야기를 끝으로 회견을 마쳤다.
“그와는 너무 오랜 기간 함께 경기했고 서로 비교를 당했어요. 그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하지는 않는 것 같은데 내가 할 수 있는 말인지는 모르나 한마디 하고 싶어요. ‘수고했다’고요. 어제 그의 프리 연기를 대기실 텔레비전으로 봤는데 연기를 마치고 눈물을 흘리는 순간 저도 울컥했습니다.”
소치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2014-02-22 2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