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긴장에도 최고의 쇼트… 김연아 74.92점 1위
20일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이 펼쳐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 3조 네 번째 순서인 엘레네 게데바니슈빌리(조지아)가 연기를 펼칠 때 다음 차례인 김연아(24·올댓스포츠)가 대기 선수석에 등장했다.은반 위 황금꽃
김연아가 20일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자신의 독창적인 스핀 기술인 ‘유나캐멀스핀’ 연기를 펼치고 있다.
소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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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연아는 “낮잠도 자고 기분이 좋았는데 워밍업 때부터 이상하게 긴장이 됐다. 나 역시 사람이었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을 정도였고 점프에 대한 감각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경기 전 대기실에서 정말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선수 생활을 통틀어) 최악의 상황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김연아는 첫 과제이자 가장 어려운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깔끔하게 성공했다. 기본점수 10.10점에 수행점수(GOE) 1.50점을 받아내 11.60점을 따냈다. 이어진 트리플 플립(기본점수 5.30점)도 완벽하게 뛰어 GOE 1.10점을 보탰고, 크로아티아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대회와 국내 종합선수권에서 실수했던 더블 악셀(기본점수 3.30점)도 가볍게 성공했다.
위기의 순간에서 김연아를 구한 것은 두둑한 배짱이었다. 김연아는 “연기를 펼치기 직전 ‘훈련에서도 항상 긴장하며 해냈다. 지금 못 할 게 뭐냐’며 스스로를 다그쳤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모든 걸 비운 채 연습처럼만 하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잘 맞아떨어졌다”며 웃음을 지었다.
끊임없는 훈련의 성과도 빛을 발휘했다. 점프 감각을 잃었다고 생각했지만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소문난 ‘연습벌레’인 김연아는 올 시즌 하루 6시간의 훈련을 쉼 없이 소화했다. 일주일 동안 일요일 하루 휴식을 제외하고 6일 내내 계속되는 강행군을 펼쳤다. “쇼트는 연습에서 거의 클린을 했는데 막상 실전에서 못했으면 억울할 뻔했습니다. 모든 선수가 그렇듯 준비한 것을 잘 보여 주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소치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2014-02-2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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