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만에 더 강해진 심석희 ‘복수의 역주’

사흘 만에 더 강해진 심석희 ‘복수의 역주’

입력 2014-02-19 00:00
수정 2014-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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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며 ‘차세대 쇼트트랙 여왕’ 등극을 준비하는 심석희(17·세화여고)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계속 강해지고 있었다.

태극기 든 심석희
태극기 든 심석희 한국 쇼트트랙의 심석희가 18일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 금메달을 따낸 뒤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소치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전이 열린 18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

예상대로 경기는 한국과 중국이 역전을 거듭하는 치열한 2파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한국의 최대 위기는 마지막 두 바퀴를 책임지는 2번 주자로 교체하는 순간 나왔다.

박승희가 심석희를 힘껏 밀었지만, 심석희는 살짝 균형을 잃고 기우뚱거렸다.

그 사이 500m에서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차지했던 중국의 2번 주자 리젠러우가 저만치 앞서 달려나갔다.

속도가 최고조에 달하는 쇼트트랙 마지막 레이스에서 좀처럼 따라잡기 어려워 보일 만큼 격차가 벌어지면서 8년 만에 금메달을 되찾겠다던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꿈도 멀어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17세의 여고생 스케이터 심석희의 눈에는 리젠러우가 그다지 멀어 보이지 않았던 듯하다.

긴 다리를 이용해 성큼성큼 달리며 속도를 붙여 어느새 리젠러우의 뒤로 따라붙은 심석희는 마지막 코너에 파고들면서 바깥쪽으로 크게 돌면서 마침내 전세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순간 속도와 균형 감각, 강한 체력을 두루 갖춘 과거 한국의 ‘쇼트트랙 영웅’들만이 보여줄 수 있던 깨끗한 역전극이었다.

주니어 시절부터 ‘한국 쇼트트랙의 미래를 이끌 선수’라는 평가를 듣던 심석희의 재능을 고스란히 보여준 장면이기도 했다.

역대 한국의 스타 선수들보다 훨씬 큰 173㎝의 큰 키를 자랑하는 심석희는 강한 승부근성과 성실함으로 자칫 약점이 되기 쉬운 순발력과 체력 등까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소치올림픽에서는 앞서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것으로 기대받았으나 아직 경험이 짧은 탓에 베테랑 저우양(중국)에게 막판 역전을 허용하는 아쉬움을 겪기도 했다.

금메달을 놓치고 아쉬움에 눈물을 훔치다가 “그래도 기쁨이 더 크다”며 마음을 다잡은 심석희는 사흘 뒤 벌어진 이날 3,000m 계주 결승에서 그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역전극을 펼쳐 사흘 전의 패배를 보기 좋게 되갚아줌으로써 한층 단단해진 정신력을 증명해 보였다.

이를 악물고 짜릿한 역전에 성공한 심석희는 마지막까지 모든 힘을 짜내 결승선을 통과하고 나서야 두 팔을 뻗으며 환희의 탄성을 내질렀다..

이어 최광복 코치의 품에 안겨 그제야 가슴 속에 담아뒀던 진짜 눈물을 펑펑 쏟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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