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금메달. / SBS 중계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8년 만에 세계 정상의 자리를 탈환했다.
박승희(화성시청)·심석희(세화여고)·김아랑(전주제일고)·조해리(고양시청)·공상정(유봉여고) 선수로 꾸려진 한국 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대회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결승에서 중국과 캐나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해 금메달을 땄다.
이날 소치 아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 경기 현장에서 한국 소녀들의 힘찬 레이스를 지켜 본 안상미 SBS 해설위원과 일문일답을 나눴다. 안상미 해설위원은 16년 전인 1998 나가노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낸 바 있다.
다음은 안상미 SBS 해설위원과의 일문일답.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경기 전 선수들 컨디션은 어때 보였나.
→경기 직전 여자 쇼트트랙 1000m 예선을 치른 박승희, 심석희, 김아랑 선수의 몸이 다른 경기 때와 달리 매우 가벼워보여 느낌이 좋았고 한층 기대가 컸다.
-앞서 여자 쇼트트랙 1500m에서 은메달을 수상했던 심석희 선수가 특별한 각오를 전했던가.
→심석희 선수가 큰 경기를 치르고 난 뒤 한결 가벼워진 표정이었다. 현지 관계자들도 심석희 선수가 계주에서 더욱 잘해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나에게도 직접 계주에서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는 필승 결심을 경기 전에 전했다.
-관중석 분위기는 어땠나. 홈팀 러시아는 결승 진출에 실패해 관중 응원에 대한 부담은 다소 적었을 것 같다.
→금메달이 간절한 상황이라 그런지 경기 전부터 현장에 태극기가 많이 보이고 한국 응원단들도 미리 자리를 잡고 있었다. 특히 스피드 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 이상화 선수가 응원 피켓을 들고 와 쇼트트랙 선수들을 응원해 다른 관객들과 팀 관계자들이 더욱 힘을 얻었다. 박승희 선수도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인 박승주 선수가 대회에 함께 출전했을 때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했었는데 마침 이날 현장에 박승주 선수도 응원하고 있었다.
안상미 SBS 해설위원. / SBS 제공
-경기 전 금메달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분석이 됐는지.
→1500m에서 많은 관계자들이 심석희 선수의 금메달을 예상했었는데 아쉽게도 은메달을 따다 보니 계주에서도 우려가 없진 않았다. 게다가 박승희 선수가 500m 결승에서 넘어지면서 무릎을 다쳐 1000m 출전도 포기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박승희 선수가 부상에서 회복해 경기에 참가한 만큼 선수들 사이에서 서로를 든든하게 여기고 믿고 의지한 결과 더욱 자신감 있게 경기를 펼친 원동력이 된 것 같다.
-현지 축하 분위기는.
→많은 한국 응원단들이 크게 기뻐하고 축하해줬다. 꽃다발 전달식이 끝나고 현장에 응원을 왔던 이상화, 박승주 선수가 마치 자신들이 금메달을 딴 것처럼 쇼트트랙 선수들을 끌어안고 기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 SBS 중계
-역전에 역전을 거듭했는데.
→중국이 후반으로 갈수록 안쪽만 지키며 타는 성향이 있었다. 또 상대 선수가 리지안루이기에 보폭이 크고 스피드가 강한 심석희가 충분히 바깥으로 치고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역전 끝에 승리한 요인은.
→일단 경기에 들어가며 선수들 간의 믿음이 확고했다. 내가 안 되면 네가 해 주고 네가 안 되면 내가, 또 다른 선수가 해결해 줄 거라는 서로 간의 믿음이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한때 역전을 당하더라도 침착하게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마지막에 심석희도 자신 있게 바깥 코스로 승부를 걸 수 있었던 것 같다.
-중국이 진로방해를 할 때 해설위원이 소리를 크게 질렀는데.
→페어플레이에 어긋나는 어이없는 진로방해에 정말 화가 났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의 경기에 집중해야 했기에 항의와 질책은 나중 문제였다. 끝나고 났으니 하는 얘기지만 많은 경기에서 저런 식의 레이스를 보이기에 중국이 좋게 보이지 않는다. 정정당당하게 승부할 수는 없는 건지 의문이 든다. 우리도, 그들도 모두 땀 흘려 결과를 일구는 스포츠인데 말이다.
안상미 해설위원의 말처럼 여러 대회에서 온갖 반칙 플레이로 한국팀을 괴롭혀 왔던 중국은 이날도 여지없이 진로방해를 하며 결국 실격당했다.
이날 경기에서 중국 대표팀은 터치 과정에서 저우양이 한국의 마지막 주자인 심석희의 진로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실격 처리됐다. 두 바퀴를 남겨 놓고 마지막 주자로 교대하는 과정에서 중국 대표 저우양이 주로를 벗어나지 않아 심석희의 진로를 방해했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중국 실격에 대해 중국의 리옌 코치는 이에 “이해할 수 없다”고 반응하는 등 실망감을 나타냈지만, 저우양 선수 스스로는 진로방해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실격되면서 캐나다가 은메달을, 이탈리아가 동메달을 차지했다.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 SBS 중계
-막판 역전을 일궈낸 심석희 선수에게 한마디 전한다면.
→부상으로 인한 통증이 있었겠지만 경기에 큰 영향이 없도록 정신력으로 이겨낸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고 본다. 그 점이 더욱 대견하고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숨은 공로자가 있다면.
→결승에 진출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숨은 1인은 바로 유봉여고 2학년 공상정 선수다. 준결승에서 김아랑이 빠진 상태에서 출전해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모두가 칭찬해줘야 마땅하다.
공상정의 아버지 공번기(49)씨는 강원도 춘천에서 의사로 근무하는 대만국적의 화교 2세로서 공상정 역시 대만국적을 지닌 화교 3세였다.
공번기씨는 딸 공상정이 화교 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를 다니며 쇼트트랙 국가대표 꿈을 키우자 가족과 함께 2011년 국적을 바꿨다. 이로써 공상정은 태극마크를 달 수 있었다.
공상정은 ‘맏언니’ 조해리(28, 고양시청)-박승희(22, 화성시청)-심석희(17, 세화여고)와 호흡을 맞춰 팀을 준결승까지 올려놨다.
에이스 김아랑이 위염에서 회복해 제 컨디션을 되찾으면서 18일 결승전엔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한 팀이 5명으로 구성된 계주 팀은 경기마다 자유롭게 4명의 선수가 출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예선과 준결승에서 출전한 선수가 결승전에 뛰지 않았더라도 메달을 획득할 경우 시상대에 함께 오른다. 이에 결승전에 경기에 나서지 않은 공상정 선수도 이날 함께 시상대에 올라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박승희(화성시청)·심석희(세화여고)·김아랑(전주제일고)·조해리(고양시청)로 꾸려진 한국 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대회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중국과 캐나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해 금메달을 땄다.
-쇼트트랙에서 3000m 계주의 의미는.
→계주는 뛰어난 선수 1명이 있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4명 모두 실력이 모두 좋아야만 하는 경기다. 또 실력뿐만 아니라 서로의 눈빛만 봐도 어떤 작전을 써야 하는지 알아챌 수 있도록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 SBS 중계
-현지에서 국민들에 전하고 싶은 말은.
→대회 전 기대와 달리 좋은 소식들이 많이 전해지지 않아 걱정이 많으실 텐데 이번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금메달이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특히 2010 밴쿠버 대회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금메달을 놓쳤던 조해리, 박승희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해서 정말 기쁘다. 함께 고생한 5명의 선수 모두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을 보니 더없이 흐뭇하고 행복하다. 후배들에게 자랑스럽고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날 SBS 중계를 맡았던 안상미는 “조해리 선수와 박승희 선수가 정말 (경기를) 잘 이끌어 주었고, 선수들도 잘 따라주었다”며 울먹였다. 이어 “관중들 모두 울고 있을 것이다. 우리 선수들 조국에 위안과 환한 기운을 전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기원했는데 그 꿈이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문창호 PD m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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