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맏형’ 이규혁 24년 태극마크 마지막 레이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모태범(25·대한항공)이 결국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맏형’ 이규혁(36·서울시청)이 마자막 올림픽 무대를 장식한 것으로 위안을 삼을 만했다.이규혁이 13일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소치동계올림픽 남자 1000m 경기에 출전해 역주하고 있다. 이규혁은 1분10초04에 결승선을 통과해 메달권과 한참 거리가 멀었지만 마지막 레이스를 멋지게 마무리했다.
소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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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스타트가 아쉬웠다. 모태범은 아웃코스에서 브라이언 핸슨(미국)과 레이스를 펼쳐 200m를 16초42에 끊었다. 한 바퀴를 더 돌아 600m를 41초75로 통과했다. 모태범은 이를 악물고 결승선에 들어왔지만 선두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금메달의 주인공은 스테판 흐로타위스(네달란드)로 1분09초39를 기록했다. 은메달은 데니 모리슨(캐나다)으로 1분08초43이었다. 동메달은 미헐 뮐더르(네덜란드·1분08초74)였다. 모태범과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점쳐졌던 세계기록(1분 06초42) 보유자 샤니 데이비스(미국)는 1분09초24로 8위에 그쳤다.
영원할 것 같았던 국가대표 이규혁은 태극마크를 단 지 24년, 올림픽 출전만 여섯 번째 만에 올림픽 무대에서 링크와 작별했다. 돌이켜 보면 긴 여정이었지만 마지막 올림픽 무대는 70초 안팎으로, 찰나였다. 아쉬움도 많이 남았겠지만 그는 미소로 자신의 올림픽 피날레를 장식했다.
결선 6조에 출전한 그의 기록은 1분10초04로 21위에 그쳐 결국 ‘굿바이 무대’에서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1991년 열셋의 나이에 입문한 그는 ‘빙상 신동’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한국 스케이팅 간판’으로 떠올랐다.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네 차례,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 차례 정상에 올랐고 월드컵 시리즈에서도 금메달 14개를 수확했다. 1997년 1000m(1분10초42), 2001년 1500m(1분45초20)에서 세계신기록도 작성했다. 이규혁은 국제 무대에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알리미’이자 ‘주춧돌’이었다.
그러나 이규혁은 유독 올림픽과 인연이 없었다. 1994년 릴레함메르부터 이번 소치까지의 최고 성적은 2006년 토리노대회 1000m에서 3위에 0초05초 뒤진 4위에 그친 것이다.
그러나 그는 국내외 경쟁자들도 인정하는 ‘큰 별’이다. 이번 대회 남자 500m 정상에 오른 뮐더르도 그를 ‘영웅’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국내 유망주들을 자신의 집에서 합숙시키며 훈련하게 했고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도 그렇게 탄생했다.
이규혁은 경기를 몇 시간 앞두고 포털사이트에 남긴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시합 끝나고 숙소로 돌아오니 메시지 300개가 넘게 와 있었다. 한결같이 열심히 노력한 것에 대한 격려의 박수였다. 메달과 상관없이 나를 응원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순간 울컥하고 가슴이 벅차 올랐다. 이게 바로 나의 메달이 아닌가.”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4-02-13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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