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형 기자의 소치 프리즈마] 또 다른 올림픽 주인공 자원봉사자

[임주형 기자의 소치 프리즈마] 또 다른 올림픽 주인공 자원봉사자

입력 2014-02-08 00:00
수정 2014-02-08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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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동계올림픽을 알리는 여러 홍보물 중에 ‘숫자로 보는 소치’도 있다. ‘1’은 러시아에서 개최하는 첫 동계올림픽, ‘15’는 세부 종목 수, ‘98’은 금메달 수…. ‘2만 5000’이라는 숫자도 있는데 이것은 이번 대회 자원봉사자 수다. 출전 선수가 2800여명이니 9배에 이르는 자원봉사자가 소치는 물론 환승하는 모스크바공항 등 주요 길목에서 활동하고 있다.

테러 위협, 허술한 숙박시설 등 때문에 개막 전부터 삐거덕거렸지만 그나마 대회를 빛내고 있는 이들은 자원봉사자들이다. ‘외모가 선발 기준인가’란 생각이 들 정도로 하나같이 선남선녀인 그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소치를 찾는 이들을 안내하고 있다.

모스크바공항에서 올림픽 피켓을 들고 환승을 돕는 젊은이는 소치행 여객기의 탑승구까지 안내하는 것은 물론 원하는 곳이 있으면 영어로 “팔로 미”(따라오세요)라고 말하며 직접 데려다 준다. 영어가 유창한 건 아니지만 끊임없이 가벼운 말을 건네며 외국인들의 긴장감을 풀어 주려고 한다.

소치 공항에서 셔틀버스 정류소 안내를 맡은 여성 자원봉사자는 승객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버스가 도착하자 기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직접 승객을 찾으러 나섰다. 호텔에서 외국인을 맞는 남성은 식사도 거른 채 쏟아지는 투숙객을 상대하는데, 결코 얼굴을 찌푸리는 법이 없다.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다”, “트윈룸인데 침대가 하나밖에 없다” 등등 불평은 한도 끝도 없는데 웃음을 잃지 않는 이들의 얼굴을 보면 화를 낼 수가 없다.

그들은 왜 자원봉사에 나섰을까.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부터 30년째 자비를 들여 자원봉사를 자청한 패트릭 해셋(56·미국)과 얘기를 나누다 어렴풋이 이유를 알게 됐다. “올림픽을 통해 인류가 하나로 뭉치는 모습은 기적이죠.”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부터 한국 선수단의 자원봉사를 전담한 그는 “한국은 미국의 한 개 주 면적에 불과하지만 영토의 크기가 곧 국력이 아니란 걸 보여 준 위대한 나라다.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한국 선수들의 모습에 반했다”며 소치에서의 선전을 기원했다.

hermes@seoul.co.kr
2014-02-0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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