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감독님, 감동이었어요

한국인 감독님, 감동이었어요

강국진 기자
강국진 기자
입력 2016-08-22 22:02
수정 2016-08-22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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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서 활약한 한국인 지도자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는 세계 각국으로 진출한 ‘한국인 감독’에 대한 이야기가 어느 때보다 많았다. 양궁과 사격, 태권도, 배드민턴 등에서 외국팀 감독을 맡은 한국인들은 이번 올림픽에서 그 나라 선수와 함께 땀을 흘리며 메달을 일궈냈다. 비록 우리나라가 딴 메달은 아니지만 우리가 딴 메달 못지않게 아름다운 감동을 전해줬다. 리우올림픽을 뜨겁게 달궜던 한국인 감독의 메달 스토리를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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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에서 외국 대표팀을 이끌고 출전한 한국인 감독들은 그 나라 선수와 함께 값진 메달을 일궈냈다. 지난 11일 중국 남자 유도 90㎏급에서 동메달을 딴 청쉰자오(오른쪽)가 정훈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중국 남자 유도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기는 처음이다.  리우데자네이루 연합뉴스
리우올림픽에서 외국 대표팀을 이끌고 출전한 한국인 감독들은 그 나라 선수와 함께 값진 메달을 일궈냈다. 지난 11일 중국 남자 유도 90㎏급에서 동메달을 딴 청쉰자오(오른쪽)가 정훈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중국 남자 유도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기는 처음이다. 리우데자네이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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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에서 외국 대표팀을 이끌고 출전한 한국인 감독들은 그 나라 선수와 함께 값진 메달을 일궈냈다. 미국 남자 양궁 대표 브래디 엘리슨(오른쪽)이 지난 12일(현지시간)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딴 뒤 이기식 감독을 끌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리우올림픽에서 외국 대표팀을 이끌고 출전한 한국인 감독들은 그 나라 선수와 함께 값진 메달을 일궈냈다. 미국 남자 양궁 대표 브래디 엘리슨(오른쪽)이 지난 12일(현지시간)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딴 뒤 이기식 감독을 끌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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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에서 외국 대표팀을 이끌고 출전한 한국인 감독들은 그 나라 선수와 함께 값진 메달을 일궈냈다. 일본 배드민턴을 세계 정상으로 이끈 박주봉(왼쪽) 감독이 19일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우승한 마쓰토모 미사키를 끌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연합뉴스
리우올림픽에서 외국 대표팀을 이끌고 출전한 한국인 감독들은 그 나라 선수와 함께 값진 메달을 일궈냈다. 일본 배드민턴을 세계 정상으로 이끈 박주봉(왼쪽) 감독이 19일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우승한 마쓰토모 미사키를 끌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연합뉴스




한국인 감독들의 해외 진출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단연 양궁이다. 여자 양궁 단체전이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시작해 8회 연속 금메달을 따는 등 세계 무대를 평정하면서 한국인 감독들을 찾는 수요 역시 끊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올림픽 양궁 경기장은 한국인 지도자들이 모이는 동문회장이 될 정도다. 리우올림픽에서도 양궁에 출전한 56개국 가운데 한국인 지도자들이 이끄는 나라는 한국 말고도 대만, 말라위, 말레이시아, 멕시코, 미국, 스페인, 이란, 일본 등 8개국이나 됐다.

남자 양궁에서 한국의 강력한 라이벌로 꼽혔던 미국 양궁을 10년째 이끄는 이기식(59) 감독이 대표적이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호주에 남자 개인전 금메달을 안겼던 그는 2006년부터는 미국 대표팀을 맡아 미국 양궁을 세계 2위로 올려놓았다.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단체전 4강에서는 한국을 꺾고 은메달을 목에 걸어 파란을 일으켰다. 리우올림픽에선 한국 벽에 막히긴 했지만 남자 개인 동메달을 따냈다.

지난 17일 리우올림픽 금메달 기대주였던 김태훈(22·동아대)이 첫 경기(16강전)에서 무명 선수인 타윈 한프랍(18·태국)에게 패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경기가 끝난 뒤 김태훈이 상대 코치석으로 가서 인사할 때 그를 맞은 건 최영석(42) 감독이었다. 2002년부터 태국 태권도 대표팀을 지도하는 최 감독은 타윈 한프랍을 결국 결승까지 진출시키는 저력을 발휘했다. 태국 남자 태권도 선수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것은 처음이었다.

한국인 지도자가 외국 대표팀을 지휘하며 국제대회에서 종주국인 우리나라를 위협하는 ‘부메랑 효과’를 이야기할 때 늘 빠지지 않는 게 바로 최 감독이다. 최 감독은 태국 대표팀 감독 부임 이후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 사상 첫 금메달을 비롯해 3회 연속 올림픽 메달 등을 안겼다. 호랑이띠인 데다 선수들을 엄하게 지도해 태국 언론으로부터 ‘타이거 최’라는 애칭까지 얻은 최 감독은 2006년 태국체육기자협회에서 주는 최우수지도자상을 탔고 그해 말 왕실로부터 훈장도 받았다. 2013년부터는 ‘최영석컵 국제태권도 대회’가 매년 열린다.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수확한 일본 배드민턴에는 ‘배드민턴 전설’ 박주봉(52) 감독이 있다. 박 감독은 2004년 일본 대표팀 감독이 된 뒤 대표팀 전문 훈련시설과 전담 코치제도를 도입하고 실력이 약한 선수들을 큰 대회에 내보내 담력을 키우는 등 체질을 바꿨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13명 중 12명이 1회전에서 탈락했던 일본 배드민턴은 박 감독을 영입 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여자복식 은메달을 땄다. 일본 배드민턴 역사상 첫 메달이었다.

베트남은 리우올림픽에서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땄다. 베트남 체육계로선 역사에 남을 만한 현장에는 박충건(50) 감독이 있었다. 2014년부터 베트남 사격 대표팀을 지휘한 박 감독은 국제대회에서 사용하는 전자표적이 없는 선수들을 이끌고 한국에서 훈련을 하며 실전감각을 키웠다. 대령급 직업군인인 호앙쑤안빈(42)은 박 감독을 한국말로 “감독님”이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표현했다. 사상 첫 금메달 소식이 전해지며 축제 분위기가 이어지는 속에서 박 감독은 베트남 국민들에게 영웅으로 기억에 남게 됐다.

중국 유도대표팀을 조련한 정훈(47) 감독은 ‘중국 유도의 히딩크’로 불린다. 11일 열린 유도 남자 90㎏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했다. 중국 남자 유도가 올림픽에서 따낸 첫 번째 메달이다. 정 감독은 “체력 때문에 걱정했는데 선수가 잘 버텨줬다. 이번 올림픽이 끝나면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는데 중국협회에서 잡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을 지휘했던 정 감독은 중국유도협회가 대한유도회를 통해 영입 제안을 하면서 중국과 인연을 맺게 됐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2016-08-2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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