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 “감독·코치·선후배에 감사…훈련 버틴 내가 자랑스러워”
상대 선수의 머리에 얼굴을 얼마나 받혔는지 그의 오른쪽 눈은 터질 듯 부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왼쪽 눈으로만 싸우고도 승리했다. 8일 엑셀 런던 노스아레나에서 끝난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66㎏급 결승에서 터마시 로린츠(헝가리)를 세트 스코어 2-0로 물리치고 한국 레슬링에 8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김현우(24·삼성생명) 얘기다. 다음은 일문일답.영광의 상처
김현우가 8일 엑셀 런던 노스아레나에서 열린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66kg급 결승전에서 터마시 로린츠(헝가리)를 물리치고 우승한 직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깨물어 보고 있다.
런던 연합뉴스
김현우가 8일 엑셀 런던 노스아레나에서 열린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66kg급 결승전에서 터마시 로린츠(헝가리)를 물리치고 우승한 직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깨물어 보고 있다.
런던 연합뉴스
→금메달을 목에 건 소감은.
-너무 기쁘다. 부모님이 너무 보고 싶다. 감독·코치님들 열심히 가르쳐 주셔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같이 고생한 선후배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나 혼자 이뤄낸 게 아니기 때문에 응원해 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눈이 많이 부었는데 지장 없었나.
-결승 때 한쪽 눈이 안 보였다. 정신력으로 했다. 많이 거슬렸는데 개의치 않고 정신을 집중하자고 했다. 예선부터 계속 부딪혀서 준결승 때는 거의 안 보이는 상태가 됐다.
→런던에 오기 전에 금메달을 예상했나.
-솔직히 과연 내가 딸 수 있을까 생각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다 좋아지고 자신감도 생긴다고 감독님이 말씀하셨다. 몇년 전부터 시상대에 올라서는 것과 세리머니를 어떻게 할까 상상했는데 막상 올라가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지난 4년간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안 힘들었던 적이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훈련을 버텨낸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뿌듯하다.
→금메달을 확정짓고서 매트 위에서 절을 했는데.
-감독·코치님께 감사의 절을 올렸다. 태극기 앞에서 절한 것은 모든 국민이 응원해 주신 만큼 감사해서였다. 관중석에 삼성생명 코치님(김인섭)이 계셨는데 태릉에는 안 계시지만 밖에서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셨다.
→김현우에게 레슬링이란.
-삶의 전부다. 레슬링으로 내 인생이 바뀌리라 생각했다, 그만큼 열심히 했고 고생도 많이 했다. 체중 감량을 9~10㎏ 할 정도였다. 고생한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뒷바라지해 주신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다.
런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012-08-0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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