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올림픽서 현정화와 복식 금메달 딴 80년대 스타
현정화(왼쪽), 양영자 선수
런던 올림픽에 TV중계 해설자로 돌아온 왕년의 ‘탁구여왕’ 양영자(48)씨가 후배들이 ‘만리장성’을 넘어 한국 탁구의 자존심을 세워달라는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SBS 탁구 해설자로 2012 런던 올림픽을 찾은 양씨는 27일(현지시간) 탁구경기가 열리는 엑셀런던(ExCel London)을 찾았다.
양씨는 한국 탁구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1980년대 여자 탁구의 간판으로 활약했던 스타 선수다.
현정화 여자 대표팀 총감독과 호흡을 맞춰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견인했고 1987년 뉴델리 세계선수권과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복식 금메달을 따내는 등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1989년 은퇴한 뒤 1997년부터는 선교사의 길을 택한 남편을 따라 몽골과 중국에서 선교활동과 탁구 지도를 해왔다.
올해 초 오랜 외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한 그는 올림픽에서는 처음 마이크를 잡는다. 해설자로 데뷔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때였다.
이날 경기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후배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몸 상태 등을 물은 양씨는 “컨디션들이 좋아 보인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까마득한 후배들이 이제 노장 선수로 올림픽 은퇴 무대를 앞두고 있으니 감회가 새롭다”며 “올림픽만 바라보며 수많은 시합을 치르고 땀을 흘려온 만큼 후회없이 끝나고 웃을 수 있는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씨는 한국 탁구가 오랜 기간 중국의 아성을 넘지 못한 점을 아쉬워하면서 후배들이 큰일을 한번 내줬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서울 올림픽 때는 나와 정화가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압박을 컸는데 이제는 중국이 워낙 강해져서 목표 자체가 낮아진 점이 안타깝다”며 “그래도 후배들이 부담감을 이기고 중국을 한번 꺾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7월부터 청소년 국가대표 후보선수단 감독을 맡은 양씨는 ‘만리장성’을 넘으려면 좀 더 긴 안목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 국가 선수들이 한때 국제무대를 주름잡았지만 지금은 성적이 많이 떨어졌다”며 “지금까지는 한국 탁구가 자존심을 지켜왔지만 그렇게 되지 말란 법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처럼 되지 않으려면 일본처럼 10년 앞을 내다보고 어린 선수들을 키워야 한다. 청소년 선수들을 이끄는 일을 통해 선수 육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도자로서 더 큰 활약을 예고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