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앓던 소년, 한국수영사 다시 쓰다

천식앓던 소년, 한국수영사 다시 쓰다

입력 2012-07-28 00:00
수정 2012-07-29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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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올림픽서 2회 연속 메달 획득

변방에 머물러 있던 한국수영의 가능성을 세계에 알린 박태환(23·SK텔레콤)이 28일(현지시간) 열린 런던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쉽게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자유형 종목에서 올림픽 2연패를 이루는 데 실패했지만 한국수영사에 2회 연속 올림픽 메달이라는 값진 선물을 안겼다.

특히 예선에서 뜻하지 않은 ‘실격 파동’을 겪은 뒤 바로 결승전을 치른 상황에서도 ‘은빛 레이스’를 펼쳐 더욱 감동을 줬다.

한국수영 선수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건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모두 박태환이 해냈다.

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 자유형 200m에서 은메달을 땄다.

1989년생인 박태환이 처음 물에 뛰어든 것은 천식을 앓던 일곱 살 때였다.

천식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사가 권유에 그의 부모는 바로 고사리손을 잡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박태환은 물속에서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그러자 부모는 박태환이 전문적인 지도를 받길 원했고, 수소문해 찾아간 곳이 노민상 전 수영대표팀 감독이 운영하던 수영클럽이었다.

일반인의 두 배가 넘는 폐활량(7천2백㏄) 등 수영 선수로서 장점을 많이 가진 박태환은 체계적인 지도를 받으며 급성장했다.

소년체전에서 우승을 거듭하며 이름을 알린 그는 대청중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전체 한국 선수단 중 최연소 선수로 참가하며 주목을 받았다.

비록 자유형 400m 예선에서 너무 긴장한 탓에 준비 구령 소리에 물속으로 뛰어들어 부정출발로 실격됐지만 꿈의 무대에 선 것만으로 어린 박태환에게는 좋은 공부가 됐다.

박태환은 같은 해 11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경영월드컵(쇼트코스) 자유형 1,500m에서 준우승하며 자신의 기량을 세계에 처음 알렸다.

이듬해인 2005년에도 각종 메달 획득 및 신기록 행진을 멈추지 않았다.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FINA 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2개의 은메달을 수확했다.

같은 달 동아수영대회와 6월 국가대표 기록평가회, 7월 캐나다 몬트리올 세계선수권대회, 10월 전국체전, 11월 마카오 동아시안게임 등에서 한국신기록을 무려 8개나 쏟아냈다.

2006년은 박태환이 아시아 무대를 평정한 해였다.

8월 캐나다에서 열린 팬퍼시픽수영대회에서 아시아 신기록 2개를 세우면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거둬들인 박태환은 12월에 열린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자유형 200m와 400m, 1,500m를 모두 휩쓸고 3관왕에 올라 대회 최우수선수상(MVP)까지 받았다.

2007년부터는 세계무대를 정복해 나갔다. 3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에서 호주 수영영웅 그랜트 해켓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하며 세계 수영인들을 놀라게 했다.

자유형 200m에서도 동메달을 땄다.

그해 8월 일본국제수영대회 자유형 400m에서 다시 한번 해켓을 무너뜨린 박태환은 11월 FINA 경영월드컵 3개 시리즈에서 3연속 3관왕에 오르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 꿈을 키워갔다.

그리고 마침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자유형 400m 금메달, 자유형 200m 은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수영사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한국수영이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처음 경영 종목에 도전장을 내민 이후 44년 만에 처음 수확한 메달이 금빛이었다.

앞만 보고 달리던 박태환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자유형 200m와 400m, 그리고 1,500m에 출전해 세 종목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하면서 쓴맛을 제대로 봤다.

이 대회에서 박태환의 성적 부진으로 대표팀과 전담팀으로 이원화했던 그의 훈련 방식은 물론 수영계의 해묵은 파벌 등까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마음고생이 더 심했다.

하지만 박태환은 런던올림픽으로 가는 길목에서 겪은 ‘로마 참패’를 보약으로 삼았다.

박태환은 2010년 1월부터 호주 출신의 명장인 마이클 볼 코치를 만나 세 차례 전지훈련을 하면서 수영하는 즐거움을 되찾았다.

재능이 있는 선수인 만큼 회복도 빨랐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자유형 100m·200m·400m에서 우승해 다시 3관왕에 오르며 건재를 부활을 알렸다.

지난해 상하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자유형 400m에서 금빛 물살을 갈라 4년 만에 월드 챔피언 자리를 되찾았다.

그리고 런던올림픽에서 자유형 400m 은메달을 수확했다.

예선에서 부정 출발을 했다는 이유로 실격 처리됐다가 우리 선수단의 이의 신청으로 구사일생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터라 그의 역영은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고 금메달을 딴 맞수 쑨양(중국) 못지않게 빛이 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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