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제르 국가대표, 1위보다 무려 1분39초 늦었지만 큰 박수
특별취재단 = 불과 석 달간 조정 경기를 ‘속성’으로 배우고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선수가 있어 화제다.29일(현지시간) 조정 남자 싱글 스컬 경기가 열린 런던 이튼 도니 조정 경기장.
검은색 티셔츠에 주황색 하의를 입고 흰 모자를 쓴 한 흑인이 열심히 노를 저었다.
레이스는 이미 끝났지만 객석을 가득 메운 관중은 이 사내가 피니시라인을 통과할 때까지 열띤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마침내 2천m 레이스를 8분39초66만에 끊고 완주하자 우레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팬들로부터 1등과 같은 대접을 받은 ‘꼴찌’는 서아프리카 니제르 출신 하마두 지보 이사카(35)였다.
1위로 들어온 선수보다 1분39초가 늦었지만 포기하지 않는 올림픽 정신으로 적지 않은 감동과 재미를 안겼다.
수영 선수였던 이사카가 조정에 입문한 건 올림픽이 열리기 불과 3개월 전이었다.
니제르 수영연맹에서 이사카를 이집트로 보내 2주간 조정을 배우게 했다.
조정이란 종목을 TV로만 지켜봤던 이사카는 이후 튀니지 국제조정센터에서 두 달간 노젓는 훈련에 매진했다.
실력으로 봐서는 도저히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는 처지였으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와일드카드로 다른 동료 5명과 함께 런던에 입성했다.
그는 경기 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경기가 잘 풀렸고, 결승선을 통과해 대단히 기분이 좋다”고 기뻐했다.
이사카는 “난 기술은 없지만 힘은 무척 세다”면서 “많은 분들이 격려해줬고, 박수갈채 속에 완주하게 돼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니제르의 ‘조정 챔피언’인 이사카는 “올림픽에 출전한 나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조정을 배우려는 사람이 많다”며 귀국하면 조정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사카의 완주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100m에서 헐렁한 사각팬티를 입고 출전해 ‘개헤엄’으로 완주한 에릭 무삼바니(적도기니)의 역영을 연상케 한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5개나 획득한 영국 조정의 영웅 스티브 레드그레이브는 “더 많은 나라에 조정을 전파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조정을 하지 않는 나라에서 더 나은 선수가 배출될 수 있다”며 이사카의 도전 정신을 높게 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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