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브라질에 졌지만 지금은 다르죠”

“그땐 브라질에 졌지만 지금은 다르죠”

입력 2012-08-06 00:00
수정 2012-08-0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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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벤치멤버 김정남 프로축구연맹 부회장”그땐 정보도, 준비도, 의지도 부족했었다”

”그땐 0-4로 지면서도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때와 하늘과 땅 차입니다. 사상 처음으로 축구에서 올림픽 메달을 딸 기회가 온 겁니다.”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브라질과 맞섰던 김정남(69) 한국프로축구연맹 부회장의 말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남자 축구 4강전 상대인 브라질은 한국과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한 번 맞붙었던 적이 있다.

김 부회장(당시 21세)은 한국 올림픽 대표팀이 1964년 10월14일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축구 조별리그 C조 브라질과의 2차전에서 0-4로 무너질 때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가슴을 쳐야 했다.

한국은 당시 사상 두 번째로 올림픽 축구 본선 무대를 밟았다는 기쁨을 안고 일본으로 향했지만 조별리그 3경기에서 20골을 내주는 처참한 결과를 내고 말았다.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0-4로 진 것을 포함해 체코슬로바키아에는 1-6으로 깨졌고 아랍 연합 공화국(이집트)에는 무려 10골을 내주며 0-10으로 패배하고 말았다.

김 부회장은 브라질전을 제외한 두 경기에서는 선발 출장했었다.

48년 전이었던 그때에는 상대팀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 어려웠다.

경기 동영상을 구하는 것은 상상도 못할 때였고 직접 상대의 경기를 참관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상대를 분석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조차도 하지 않던 때였다.

무작정 부딪친 세계의 벽은 높았다.

김 부회장은 당시 브라질전을 회상하면서 “벤치에 앉아 한국이 무참하게 깨지는 것을 보면서 준비가 부족했다는 것을 사무치게 깨달았다”며 “당시 올림픽에 큰 관심을 두지 않던 브라질이 아주 강한 것도 아니었는데 우리가 너무 약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브라질과 같은 강팀을 꺾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레 포기해버렸던 것도 크나큰 패인으로 꼽았다.

무엇보다 상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던 것이 한이었다.

김 부회장은 “그때는 정말 괴로웠지만 그런 뼈아픈 경험들이 한국 축구의 자산이 됐다”며 “지금 한국은 같은 나라라고 볼 수 없을 만큼 크게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4강행을 확정한 후배들에게 “한국 축구를 국제무대의 중심으로 올려놨다”며 감사를 전했다.

”지금까지 정말 잘한 만큼, 해온 대로만 한다면 브라질을 넘을 수 있다”며 응원도 잊지 않았다.

”아시아 국가 중 올림픽 축구에서 메달을 딴 나라는 일본(1968년 동메달)밖에 없어요. 하지만 이번 올림픽 4강에 아시아 국가가 2개(한국·일본)나 포함됐죠. 아시아가 세계 축구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올라선 겁니다. 4강이 문제가 아닙니다. 올림픽 메달을 딸 기회가 왔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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