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한국 하키 ‘4년을 기다렸는데’

비운의 한국 하키 ‘4년을 기다렸는데’

입력 2012-08-10 00:00
수정 2012-08-1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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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하키 모두 8위의 성적으로 대회 마감

한국 남녀 하키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2012년 런던올림픽을 마쳤다.

4강을 넘어 동반 메달을 노렸던 한국 하키는 세계 랭킹 6위인 남자 대표팀이 9일(현지시간) 파키스탄(세계 8위)과의 7, 8위전에서 역전패해 8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세계 8위인 여자 대표팀은 독일(세계 3위)과의 7-8위 결정전에서 패해 역시 8위에 그쳤다.

남녀 하키는 4년 전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각각 6위와 9위를 차지했다.

남자는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12년, 여자는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16년 만에 메달 사냥에 나섰지만 결국 메달의 꿈은 다시 4년 뒤를 기약하게 됐다.

남자 대표팀은 독일(세계 2위), 네덜란드(세계 3위), 뉴질랜드(세계 7위) 등 강팀들이 줄줄이 포진한 B조에 속하면서 일이 꼬였다.

첫 경기인 뉴질랜드전에서 완승을 거두며 희망을 키웠지만, 예선 3차전에서 약체로 평가받는 세계 11위의 벨기에에 의외의 패배를 당한 것을 끝내 만회하지 못했다.

김윤동 남자대표팀 감독은 “올림픽에 출전할 때 두 가지 목표가 있었다. 하나는 4강에 들어 메달 경쟁을 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5위나 6위로 대회를 마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첫 경기는 잘 풀었지만,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팀 전체의 밸런스가 깨졌고 결국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랭킹은 낮았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상승세를 타고 있어 기대를 모았던 여자 하키(세계 8위)도 1차전 중국(세계 5위)과의 경기를 그르친 것이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이어 영국(세계 4위), 네덜란드(세계 1위)와의 경기에서는 승부의 고비처에서 상대편 쪽에 기운 듯한 판정이 잇따라 나오면서 메달 꿈에 찬물을 끼얹었다.

임흥신 여자대표팀 감독은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면서 첫 번째 경기인 중국전과 두 번째 경기인 영국전을 잡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면서 “심판이 제대로 판정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우리가 자멸한 부분도 있다”고 했다.

두 감독 모두 초라한 성적표에 고개를 들지 못했지만, 사실 한국 하키의 올림픽 메달 도전은 불가능의 문을 두드리는 것과 같다.

국내 하키 실업팀은 남자는 6개(국군체육부대 포함), 여자는 5개팀 규모다. 하키 선진국은 클럽팀만 300개에 달한다.

여기에 지도자나 선수들이 받는 급여 수준도 외국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가까운 중국은 국가대표팀 감독이 받는 연봉이 1억~2억원 수준인데 반해 임흥신 감독의 연봉은 5천만원선이다.

국가대표 선수들도 실업팀에서 평균 연봉 3천만원 정도를 받고 운동을 한다.

같은 비인기 종목인 핸드볼은 그나마 영화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라도 주목을 받았지만 하키는 그보다 더 척박한 환경 속에 놓여 있으면서도 언제나 관심 밖이었다.

여자 대표팀의 최전방 공격수인 박미현(KT)은 “한국의 여자 하키 선수는 대학과 실업 5개팀을 합쳐 고작 100명을 넘을 뿐”이라며 “8위의 성적을 거둔 것만 해도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남자 대표팀은 4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은 여운곤(38)과 서종호(32·이상 김해시청) 등 절반 이상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이번 런던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앞두고 있다.

여자 대표팀도 33세의 맏언니 이선옥(경주시청) 등 런던올림픽을 고별 무대로 삼은 선수들이 여럿 된다.

하키 선수들은 대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팀에서 계약제 근무를 하는 형편이다.

올림픽의 꿈이 무너진 은퇴 선수들에게 당장의 생계 문제는 4년 뒤를 기약해야 하는 올림픽보다 더 생생한 현실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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