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에페 12년만의 銅 정진선 “두분의 아버지께 이 메달 바칩니다”

펜싱 에페 12년만의 銅 정진선 “두분의 아버지께 이 메달 바칩니다”

입력 2012-08-03 00:00
수정 2012-08-03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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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선(28·화성시청)에겐 두 아버지가 있다. 친아버지와 처음 펜싱 칼을 쥐여 준 양달식(51) 화성시청 감독. 양 감독은 사비를 털어 그에게 마스크를 씌웠다. 집안 사정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했던 정진선에게 소속팀 입단을 권유한 것도 양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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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선
정진선


두 아버지를 실망시키기 싫었다. 독하게 해야 뭐라도 될 것 같았다. 대회 한달 전부터 불효자를 자청했다. 간경화로 입원 중인 친아버지의 안부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이다. 다잡았던 마음이 약해질까 겁부터 났기 때문이었다.

불효막심한 그가 1일(현지시간) 엑셀 런던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펜싱 남자 에페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스 켈시(미국)를 연장 접전 끝에 12-11로 꺾었다. 185㎝의 키를 이용, 먼 거리에서 공격해 들어가는 스타일에 노련함이 더해졌다. 두 차례 동시 공격을 주고받은 정진선은 연장 종료 20초 전 주특기인 재빠른 발 찌르기로 결승 득점을 뽑았다.

동메달을 딴 뒤 정진선은 두 아버지 생각에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누구보다 아버지께 죄송하다.”며 “이제 정말 자랑스럽게 전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감독님이 집에도 못 가고 훈련을 함께하면서 많은 고생을 했다.”면서 “감독님 생각이 정말 많이 난다. 꼭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진선은 2004년 태극마크를 단 이후 9년 동안 대표팀을 지켜 왔다. 2005년 국제그랑프리대회 3위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2008년까지 수시로 국제대회 시상대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다. 2008년 세계 랭킹을 2위까지 끌어올리며 베이징올림픽의 유력한 메달 후보로 떠올랐지만 ‘복병’ 파브리스 장네(프랑스)에게 11-15로 지면서 8강에서 주저앉았다. 그 뒤 슬럼프가 찾아왔고 이듬해 랭킹은 96위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는 2일 코리아하우스 기자회견에서 “펜싱팀은 지난 1년 동안 거의 외박 없이 훈련에만 매달려 왔다.”고 했다. 그런 희생 위에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이상기(46) 대표팀 코치에 이어 12년 만에 남자 에페 시상대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2012-08-0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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