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첫 올림픽 개인 종목 4연패는 좌절
2012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펜싱 사상 처음으로 두 대회 연속 메달을 노린 남현희(31·성남시청)의 꿈을 가로막은 것은 ‘천적’ 발렌티나 베잘리(38·이탈리아)였다.베잘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여자 플뢰레 개인전 결승에서 종료 4초를 남기고 역전 유효타를 성공시켜 금메달을 눈앞에 뒀던 남현희를 은메달로 끌어내린 장본인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3~4위 결정전에서 남현희와 만난 베잘리는 종료 20여초를 남긴 상황부터 연달아 4득점, 경기를 연장으로 몰고 가더니 기어이 남현희에게 다시 뼈아픈 역전패를 안겼다.
베잘리는 20년 가까이 펜싱 여자 플뢰레를 지배해 온 절대 강자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처음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것을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벌써 5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6년과 2000년에는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수확했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세 대회 연속으로 개인전 금메달을 휩쓸었다.
펜싱 플뢰레에서 세 대회 연속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수확한 선수는 베잘리가 사상 처음이다.
올림픽뿐만 아니라 각종 굵직한 국제대회에서도 눈에 띄는 성적을 거뒀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개인전 6번, 단체전 7번 등 13차례나 시상대 꼭대기에 섰고 유럽선수권대회에서도 9번 정상을 차지했다.
여자 펜싱 선수로는 이미 전성기를 훌쩍 넘긴 나이이지만 여전히 넘치는 체력은 물론이고 현란한 기술, 냉정한 판단력, 불타는 승리욕까지 선수에게 필요한 요소를 두루 갖춰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베잘리의 최대 라이벌이 남현희였다.
국제펜싱연맹(FIE) 여자 플뢰레 랭킹에서 1위(베잘리)와 2위(남현희)를 유지하던 둘은 주요 대회 길목에서 여러 차례 부딪혔다.
그러나 대부분 웃는 쪽은 베잘리였다.
2006년 이후 국제펜싱연맹(FIE) 상대전적에서 베잘리는 1승9패로 남현희에게 절대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베잘리는 여자 선수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개인 종목 4연패를 노리고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준결승에서 무릎을 꿇어 그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두 대회 연속 메달을 노리던 남현희의 발목을 잡아 ‘천적’의 면모를 재확인한 셈이다.
베잘리는 경기를 마친 후 “남현희는 강한 선수이고, 좋은 경기를 했다”고 맞수를 향한 덕담을 던졌다.
베잘리는 대신 8월2일 열리는 여자 플뢰레 단체전에서 동료들과 힘을 모아 6번째 금메달에 도전한다.
공교롭게도 남현희가 이끄는 한국 여자 플뢰레 대표팀은 계속 승리할 경우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와 만나게 된다.
남현희가 다음 대결에서는 거꾸로 베잘리의 꿈을 가로막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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