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자존심 전한 총감독 대니 보일

영국 자존심 전한 총감독 대니 보일

입력 2012-07-28 00:00
수정 2012-07-28 11:1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슬럼독 밀리어네어’ 연출한 영국 대중문화 아이콘”산업혁명을 통한 세계 변화를 알리고 싶었다”

영화감독 대니 보일(56)은 1996년 영화 ‘트레인스포팅’의 대성공을 발판 삼아 일약 영국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영화는 당시 영국 청춘의 우울한 실상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담아냈다. 경찰에 쫓긴 이완 맥그리거가 거리를 역동적으로 달려가는 첫 장면부터 관객을 빨아들였다.

마약에 찌든 실패자들의 삶은 영국 록음악의 정수와 멋지게 어울렸다. 1970년대 펑크록의 대부로 불렸던 이기 팝의 ‘러스트 포 라이프(Lust for Life)’가 매력적인 비트로 타이틀 곡을 장식했고, 블러와 펄프 등 당시 인기 그룹의 곡도 실렸다.

영화의 성공은 블러, 펄프, 오아시스, 라디오헤드, 콜드플레이, 뮤즈, 트레비스 등 스타들이 이끌던 브릿팝(영국 모던록의 한 장르)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데 크게 기여했다.

보일은 2008년 TV퀴즈쇼에 출전한 인도 빈민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다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다. 2009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8개 부문을 싹쓸이하면서 세계적 흥행에 성공한다.

영화를 통해 당대 사회의 시대상과 음악을 절묘하게 녹여냈던 보일은 27일(현지 시간) 2012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서도 장인의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엄격한 가톨릭 가정에서 신부가 되기를 바라는 부모 아래서 자랐던 보일은 세계적 영화감독이 돼 이날 ‘경이로운 영국(Isles of Wonder)’이라는 주제로 영국 근현대사를 훑어냈다.

영국 농촌 마을의 정경으로 시작한 개막식은 산업혁명을 거쳐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모습까지 담았다. 문학과 음악을 주요 키워드로 삼아 역사와 상징을 화려하게 버무려냈다.

보일은 영화감독으로 유명하지만, 일찍이 TV 프로듀서로 경력을 쌓았다. BBC에서 일하며 프로그램은 물론 TV용 영화까지 연출했다. 1회성 초대형 이벤트를 연출하기에 적격인 경력과 지명도를 가진 셈이다.

보일은 이날 개막식에 앞서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영국이 산업사회의 시발점이었다는 점과 산업화를 통해 세계를 변화시켰다는 점을 알리려 했다”며 “아울러 산업혁명을 거치며 희생된 이들에 대한 추모의 뜻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개막식 곳곳에 녹여낸 영국 문학의 전통과 저력에 대해서는 “요즘 어린이 문학이 너무나 디즈니화돼 있지만 실제 캐릭터를 살펴보면 영국 문학의 영향을 많았다”며 “이런 캐릭터도 개막식에 등장시켰다”고 설명했다.

또 4년 전 정부의 주도 아래 엄청난 규모로 펼쳐졌던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염두에 둔 듯 “정치적 의미는 크게 담지 않았다”며 “중국은 중국이고 우리는 우리일 뿐이며 영국은 영국 나름대로 개성이 있다”고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개막식에는 보일의 이런 자신감과 영국의 자존심이 고스란히 표현됐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출산'은 곧 '결혼'으로 이어져야 하는가
모델 문가비가 배우 정우성의 혼외자를 낳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에 많은 충격을 안겼는데요. 이 두 사람은 앞으로도 결혼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출산’은 바로 ‘결혼’으로 이어져야한다는 공식에 대한 갑론을박도 온라인상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출산’은 곧 ‘결혼’이며 가정이 구성되어야 한다.
‘출산’이 꼭 결혼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