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D-3> “종교냐 메달이냐” 무슬림의 고민

<올림픽 D-3> “종교냐 메달이냐” 무슬림의 고민

입력 2012-07-24 00:00
수정 2012-07-2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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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권의 금식 성월(聖月)로 불리는 라마단이 런던 올림픽 기간과 겹치면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무슬림(이슬람 신자) 선수들의 고민이 깊다.

올림픽 참가 선수들은 금식에서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해석이 우세하지만 일부 선수들은 자발적으로 금식을 지켜 경기력 유지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말레이시아의 올림픽위원회는 24일 런던올림픽에 나서는 선수들이 지난 20일 시작된 라마단 금식을 미룰 수 있다고 발표했다.

올림픽 대표들은 국가의 명예를 걸고 국제 대회에서 뛰기 때문에 금식의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말레이시아 종교당국의 한 관계자는 AFP통신에 “코란에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금식을 일단 연기하고 나중에 그 만큼을 채우면 된다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이집트 최고의 이슬람법 학자(그랜드 무프티)인 알리 고마도 올림픽 참가 선수들에 대해서는 여행자로 인정해 낮에도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슬람력으로 9월인 라마단 기간에 모든 무슬림은 일출부터 일몰까지 물과 음식을 입에 대서는 안 되는 금식을 지켜야 한다.

이 때문에 운동 선수들은 정상적인 훈련은커녕 체력 유지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북반구에 위치한 런던은 7~8월에 해가 떠 있는 시간이 18시간이나 돼 선수들이 낮 동안의 금식을 지켰다가는 4년 동안의 피땀어린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누르 수리야니 무하마드 타이비(말레이시아)는 “이슬람은 관대한 종교다. 런던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에게는 금식 연기를 허용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집트의 카약 대표 무스타파 사이드는 “나는 무슬림이지만 단백질, 탄수화물, 미네랄과 같은 모든 영양분을 섭취해야 한다”며 “중요한 사정이 있으면 알라(신)가 금식 연기를 허락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무슬림 선수 3천500여명 대부분은 평소처럼 식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드시 라마단 금식을 지키겠다는 선수들도 있다.

모로코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핌 베어벡 감독은 “금식하는 선수들은 오전 훈련에 참가할 수 없다”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라마단 기간에 열렸던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서는 무슬림인 술레이만 니얌부이(탄자니아)가 금식을 실천하고도 남자 5,000m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그는 “무언가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알라가 항상 뒤에서 돌봐주실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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