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한 윤성빈
스켈레톤 남자 금메달을 차지한 윤성빈이 16일 강원 평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담담하게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부터 올림픽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지 않았는지.
-최근 이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부담을 느낄 이유가 없다. 항상 그래 왔다. ‘홈 올림픽’이라는 것은 정말 집 같은 트랙에서 하는 것이고, 해왔던 대로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니까 부담감은 없었다.
▲아이언맨 헬멧이 세계적 주목을 받았는데 의미와 썰매에 있는 ‘태극마크가 그려진 주먹’ 대해서도 말해달라.
-아이언맨은 제가 평소에 좋아하던 캐릭터다. 썰매를 타고 내려가는 모습이 꼭 아이언맨이 하늘을 날아가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봐서 하게 됐다. 썰매는 리처드(영국인 코치 리처드 브롬리)와 같이 여러 디자인을 놓고 고민했다. 여러 가지 튀는 디자인도 많았는데 그런 것보다는 주먹을 쥐고 있는 모습이 의지를 상징하는 것 같아서 정했다.
▲이번 대회 결과 마르틴스 두쿠르스가 시상대 오르지 못했다. ‘두쿠르스 시대’가 지고 ‘윤성빈 시대’가 왔다고 하는데.
-마르틴스는 제가 평소에 가장 닮고 싶은 선수였다. ‘제 시대가 왔고 그 선수는 갔다’는 평가보다 그 선수는 여전히 제 우상으로 남아 있고 스켈레톤계에서 영원히 남아 있을 선수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잊지 않고 보고 배울 것이 많다.
▲4차 시기 앞두고 기분이 어땠는지.
-4차 시기에는 처음 1차 시기 뛸 때의 생각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모든 시기에서 좋은 기록, 만족할 만한 기록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만약 3차 시기부터 (다른 선수들과) 기록 차이가 난다고 안주했다면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저는 4차 시기에도 응원에 힘입어서 1차 때의 마음가짐으로 똑같이 했다.
▲메달 부담감은 없다고 얘기해왔고 즐기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주행에 대한 확신은 언제 생겼나.
-트랙에 대한 자신감은 지난 1월 훈련할 때 확신이 들었다. 팀 내에서 동료 선수들끼리만 훈련했기 때문에 그 훈련이 올바르게 가는지를 알 수 없었다. 시합을 해봐야 아는 것이라서 그런 것들이 좀 걱정은 됐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잘 해낸 것 같다.
▲피겨에 김연아가 있다면 오늘 윤성빈은 전 국민이 아는 스켈레톤의 아이콘이 됐다. ‘미래의 윤성빈’을 위해 한마디 해 달라.
-아무래도 처음 시작하고 접하기에는 스켈레톤이 조금 까다로운 종목이다. 저도 그런 것들을 겪었으므로 제가 충분히 조언이라든지 도움을 줄 수 있다. 우선 잘할 수 있는 인재를 발굴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이다.
▲금메달을 땄는데 밝은 웃음을 못 봤다. 아직 젊은데 너무 어려운 말만 하는 것 같다. 솔직한 심정을 말해달라.
-아니다(웃음). 평소엔 정말 감정에 충실한 성격이라서 4차 시기 끝나고는 감정이 북받쳤는데 다소 시간이 지난 지금은 조금 따분하고 그렇다(웃음). 당연히 기분 좋다. 어떻게 말씀드려야 하나. 기분이 아∼주 좋다. 표정에 안 드러나서 그렇지 좋아 죽을 것 같다(웃음).
▲김지수 선수가 경기 끝나고 앞으로는 ‘윤성빈을 긴장시킬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고 했는데.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웃음). 저도 아직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 누구에게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 그런 경쟁자가 있다는 것은 제가 발전할 수 있었던 계기이고, 새로운 경쟁자가 계속 생긴다는 것은 제게 가장 좋은 약이다.
▲한국 썰매가 좋은 출발을 했다. 이틀 뒤 출전하는 봅슬레이 대표팀에 한마디 하자면.
-봅슬레이 형들에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정말 제 방식대로 하자면 막상 해보니까 별것 없더라는 것이다(웃음). 정말 저희는 준비를 많이 했으니 그 자신감을 가지고 모든 경기에 임한다면 후회 없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응원하겠다.
평창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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