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하의 사이언스 브런치] 우주 여행 필수품은 다름 아닌 ‘장내미생물’

[유용하의 사이언스 브런치] 우주 여행 필수품은 다름 아닌 ‘장내미생물’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0-09-13 20:42
수정 2020-09-1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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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과학계 장내미생물 연구 전성시대
무중력에 가까운 미세중력 소화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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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하 사회부 기자
유용하 사회부 기자
특수 처리한 우주식품이 장내미생물 교란
장염유발 세균 증가, 염증억제 세균 감소
장내미생물 불균형 우주인 건강 악영향


평소 과학에는 전혀 관심이 없더라도 건강에 조금만 신경 쓰는 사람이라면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용어가 다름아닌 ‘장내미생물’일 것이다.

사람 몸에 있는 미생물 숫자는 인간 세포 수와 비슷하거나 약간 많은 39조개로 대부분 소장, 대장 같은 소화기관에 집중돼 있다. 이들 소화기관에 있는 미생물을 장내미생물이라고 하는데 인체가 분해할 수 없는 영양소를 분해해 소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준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비만은 물론 대장암을 비롯한 여러 암, 면역계 질환,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 우울증, 양극성장애 같은 신경정신질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그야말로 장내미생물 연구 ‘전성시대’이다.

이번에는 유럽 과학자들이 지구와는 전혀 다른 환경인 우주에서 우주인들이 건강하게 생존하는 데 장내미생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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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우주인들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는 장내미생물이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SF영화 ‘마션’의 한 장면.  IMDb 제공
과학자들은 우주인들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는 장내미생물이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SF영화 ‘마션’의 한 장면.
IMDb 제공
이탈리아 볼로냐대 약학·생물공학과, 브라질 파라이바연방대 식품공학과, 프랑스 소르본대 부속 피티에 살페트리에르병원, 심장대사·영양학 연구소, 리옹1대학 의생명과학연구소, 독일 베를린 응용과학대, 본대학 식품영양과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유익한 장내미생물이 혹독한 환경의 우주여행에서 우주인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13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첨단 생리학’(Frontiers in Physiology) 9일자에 실렸다.

지난 7월 미국, 중국, 아랍에미리트(UAE)가 동시에 화성탐사선을 발사하고 2022년 유럽, 2024년에는 일본이 화성탐사를 계획하는 등 많은 나라들이 화성탐사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는 지구 밖 생명체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고 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제2의 지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2016년 12월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인간이 화성과 그 너머 우주공간을 여행할 때 발생할 수 있는 5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이언스가 제시한 우주여행의 5가지 걸림돌은 △우주방사선 △고독감 △우주곰팡이 △미세중력 △인적오류이다. 특히 미세중력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유인 우주탐사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무중력에 가까운 미세중력은 우주인의 뼈와 근육을 약화시켜 각종 디스크 질환을 쉽게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장기간 거주하는 우주인들에게는 근육손실을 막기 위해 매일 약 2시간씩 운동을 하도록 하고 있지만 골밀도가 낮아지는 것은 운동으로도 막기가 힘들다. 뿐만 아니라 미세중력은 시신경과 안압에도 영향을 미쳐 시력 약화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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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우주인들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는 장내미생물이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최근 장내미생물은 소화기능뿐만 아니라 면역계, 신경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사이언스 제공
과학자들은 우주인들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는 장내미생물이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최근 장내미생물은 소화기능뿐만 아니라 면역계, 신경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사이언스 제공
연구팀은 미세중력으로 인한 근육량 감소와 골밀도 저하는 소화기관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우주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보관하기 위해 동결건조한 뒤 방사선조사로 무균 상태로 만들기 때문에 지구에서 먹는 음식과 비슷하게 만든다고는 하지만 맛과 영양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특수한 과정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우주인의 식단은 장내미생물을 교란시킬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우주여행과 관련한 앞선 여러 연구를 분석한 결과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우주인들의 장에서는 장염을 유발하는 박테리아는 증가하고 항염효과를 보이는 유익한 세균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감염과 염증에 취약하게 만들고 영양실조, 위장장애를 가속화시킬 수 있으며 면역체계 결핍, 신경정신질환, 인지력 저하를 유발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를 이끈 마르티나 헤어 본대학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장내미생물의 작은 변화라도 미생물과 숙주 사이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균형관계를 붕괴시킬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다.

거대한 우주를 탐사하고 정복하기 위해서는 작은 우리 몸속부터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번 연구 결과는 언젠가 유인 우주탐사에 나설 한국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2020-09-1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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