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회사원 ‘확진 소동’… 지목된 대기업 “귀국 뒤 출근 안 해”

광화문 회사원 ‘확진 소동’… 지목된 대기업 “귀국 뒤 출근 안 해”

김주연 기자
입력 2020-01-28 23:12
수정 2020-01-29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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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보다 더 커진 우한 괴담

“마스크 써도 눈으로도 옮긴다는데…”
“손 소독제 효과 못 믿어” 불안감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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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경기 평택에 거주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28일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마스크를 쓴 채 주인 품에 안겨 있다. 연합뉴스
네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경기 평택에 거주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28일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마스크를 쓴 채 주인 품에 안겨 있다.
연합뉴스
“마스크를 써도 두 눈은 못 가리잖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눈으로도 옮을 수 있다는데…. 간지러워서 무의식 중에 눈을 비볐는데 괜찮을까요?”

28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만난 박모(28)씨는 미세한 입자를 94% 이상 차단할 수 있는 KF94 마스크를 쓰고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설 연휴 기간 국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시민들의 공포도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특히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 전염병을 둘러싼 확인되지 않은 ‘우한 괴담’이 퍼지면서 불안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스크를 쓰고 외출한 시민들은 다양한 마스크 중에 뭘 골라 써야 할지 모르겠다며 혼란스러워했다. 서울 강남역에서 만난 박선자(78)씨는 “마스크 이름에 붙은 숫자가 높은 게 좋다는데 숨쉬기가 영 곤란해 집에 많이 사 둔 얇은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고 말했다. 면 마스크를 쓰고 명동 길거리를 청소하던 환경미화원 최모(53)씨는 “회사에서 일회용 마스크를 주지 않아 개인 마스크를 쓰고 나왔는데 행인과 접촉이 많으니 불안하다”고 밝혔다. 오염된 손으로 눈을 비비거나 마스크를 만지는 행동도 주의해야 한다.

손 소독제는 감염 예방에 도움이 안 된다는 불신도 컸다. 서울 중구에서 만난 회사원 오모(39)씨는 “B형 간염 예방접종을 하려고 근처 내과를 찾았다가 소독제로 세 차례 손을 비볐는데 효과가 있는진 모르겠다”고 말했다.

잠복기에도 옮을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돼 불안감이 확산됐다. 강남구에 사는 이모(49)씨는 “확진자가 증상이 있을 때 외출했고, 잠복기에도 감염이 될 수 있다고 들어 당분간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광화문 일대에선 ‘확진자 소동’이 벌어졌다. 모 대기업 직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로 드러나 방역 당국이 건물을 통째로 소독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진 것이다. 확진자가 나왔다고 지목된 기업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광화문에서 일하는 회사원 김모(29)씨는 “정부도, 회사도 감염 정보를 제대로 알려 주지 않아 동료들과 불안에 떨었다”면서 “확진자가 다닌 회사는 잠복기 동안 재택근무를 실시해야 하지 않느냐”고 불평했다. 10~20대 시민들은 중국에서 퍼진 우한 괴담을 걱정했다. 강남에서 만난 장윤서(12)양은 “우한 폐렴에 걸린 중국인이 길에서 픽픽 쓰러지는 동영상을 보고 중국이라면 그럴 만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중국인과의 접촉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이날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중국 동포 베이비시터를 쓰고 있는데 우한 폐렴이 가라앉을 때까지 출근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중국에 다녀온 누구와 접촉했는지 알 수 없지 않으냐”, “정부가 중국인 입국 금지 등 강력한 조치를 해 주면 좋겠다”는 글이 여러 건 게시됐다. 정부는 우리 국민들의 중국 입국을 막는 명분을 줄 수 있고, 밀입국을 부추겨 방역망에 구멍이 뚫릴 위험도 있다며 중국인 입국 금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20-01-2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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