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번째 환자 모두 뒤늦게 유증상자 분류 격리
3번째 환자, 성형외과·호텔 등 이용4번째 환자도 5일간 감시 공백 확인
의협 “우한 입국자 전수조사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2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의료진이 응급의료센터로 들어가는 시민의 체온을 재고 있다. 2020.1.27 연합뉴스
27일 질병관리본부는 전날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3번째 확진환자(54·한국인)의 접촉자와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공개했다.
3번째 환자는 20일 귀국한 이후 접촉한 사람은 현재까지 74명이다. 접촉자 가운데 1명이 유증상자로 분류됐으나 검사 결과 음성으로 확인됐고, 나머지는 증상을 보인 사람이 없다.
이 환자는 20일 귀국 당시에는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다가 22일부터 열감, 오한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25일에는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이 나타나 보건소에 신고한 뒤 유증상자로 분류됐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환자는 22일 개인 렌터카를 이용해 오후 1시쯤 서울 강남구 소재 의료기관(글로비 성형외과)에서 치료를 받는 지인의 진료에 동행했다. 이후 인근 식당을 이용하고 서울 강남구 소재 호텔(호텔뉴브)에 투숙했다.
23일에는 점심때 한강에 산책하러 나가 편의점(GS 한강잠원 1호점)을 이용했고, 이후 강남구 역삼동과 대치동 일대 음식점을 이용했다.
24일에는 이틀 전 방문했던 강남구 소재 의료기관을 지인과 함께 점심때 재방문했다. 오후에는 일산 소재 음식점과 카페 등을 이용했고, 저녁에는 일산에 있는 모친 자택에 체류했다.
25일에는 모친 자택에서 외출하지 않았고,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 신고한 뒤 구급차로 일산 소재 명지병원(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에 이송돼 격리됐다.
질병관리본부는 “환자가 장시간 체류한 시설인 의료기관과 호텔은 환경소독을 완료했다”며 “(다른 이동 경로인) 식당 등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방역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를 진료 중인 박상준 명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2번째 확진 환자는 현재 바이탈 사인이 대체적으로 정상에 가깝고 폐렴증상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 코로나바이러스 폐렴의 임상적 특성을 완전히 알 수 없어 계속 지켜보면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증상 감염자가 보건당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대도시를 돌아다닌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우한에서 입국한 사람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됐다.
의협은 지난 26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확산을 차단하고자 최근 중국 후베이성 입국자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확진된 2번째 환자(55·한국인)는 공항에서 인후통을 느껴 능동감시 대상으로 분류된 뒤 보건당국의 감시를 받다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반면 4번째 환자도 3번째 환자와 마찬가지로 입국 후 5일 간 보건당국의 관리를 받지 않아 감시 공백이 생긴 것으로 밝혀졌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응하기 위해 27일 오전 서울 보라매병원을 방문해 응급실 내 격리병상을 둘러보고 있다. 2020.1.27 연합뉴스
4번째 환자가 처음 의료기관을 방문했을 때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가동 중인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규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메르스 사태 후 보건당국은 ‘감염증 발생지역 입국자 정보’를 DUR시스템을 통해 병원과 약국 등 전체 요양기관에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심평원은 질병관리본부의 입국자 정보를 바탕으로 지난 10일부터 이 시스템을 통해 우한 폐렴 발생 지역에서 입국한 사람의 정보를 모든 의료기관에 알려주고 있다.
이에 따라 우한 방문자는 어느 병원을 가든지 팝업 창에 우한 방문 환자라는 사실이 뜬다. 환자 접수와 진료 단계에서 체크된다. 병원에서 보건소로 통보하면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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