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없다더니 10여일 만에 번복… 식약처 부실검사 도마에

발암물질 없다더니 10여일 만에 번복… 식약처 부실검사 도마에

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입력 2019-09-25 22:38
수정 2019-09-26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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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약 ‘잔탁’ 발암물질 검출 파장

라니티딘 원료·의약품 395품목 재검사
결과 발표 돌연 연기… 안전성 혼선 초래
발사르탄 파동 재현 우려 은폐 가능성도

국내 80여개사 판매… 2664억 시장 타격
잔탁. JTBC 영상캡쳐
잔탁. JTBC 영상캡쳐
발암물질이 발견된 위장약 ‘잔탁’을 비롯한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의 퇴출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의료계 등에서는 라니티딘 성분이 들어간 의약품에 대한 처방 중단을 권고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했고, 대형 제약업계에서도 정부의 공식 발표 전부터 라니티닌 성분 의약품의 처방 중단을 요청했다는 얘기도 흘러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6일 국내 유통 중인 잔탁과 잔탁에 사용하는 원료제조소에서 생산된 라니티딘을 검사한 결과 발암물질인 NDM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 이후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라니티딘 성분의 원료와 의약품 395품목을 수거해 다시 검사를 했다. 하지만 당초 25일 발표할 예정이던 검사 결과를 느닷없이 연기했다. 제약업계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도 돌연 취소했다. 식약처가 무엇인가 국민 건강에 중대한 위해가 될 만한 발암물질을 발견한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왔다.

결국 이번 검사에서 잔탁 등 라니티딘 성분의 원료에서 발암물질인 NDMA가 검출됨에 따라 원료는 물론 관련 성분이 들어간 제품까지 모두 제조와 판매의 전면 중지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잔탁은 라니티딘 단일 성분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발사르탄 계열 고혈압약에서 NDMA가 검출돼 판매 중지 조치가 내려진 데 이어 또다시 국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대중적인 의약품에서 발암물질이 발견된 것이다.

이번 검사 발표로 식약처에 대한 부실검사 등의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무 기관이 스스로 NDM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 지 불과 10여일 만에 이를 뒤집는 검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1차 검사가 부실하게 이뤄졌거나 아니면 문제의 심각성에 따른 후폭풍 등을 우려해 사실을 은폐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어느 쪽이든 식약처는 의약품 안전성을 놓고 혼선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업계도 이번 조치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라니티딘 성분의 위장약은 발사르탄 못지않게 널리 처방돼 국내에서도 시장 규모가 적지 않다. 특히 라니티딘 단일 성분의 오리지널 의약품 잔탁은 1982년 출시 이후 37년 동안 꾸준히 판매된 효자 상품이다. 미국 등에서도 가정 상비약으로 꼽을 정도로 국민 의약품으로 불린다. 국내에선 대웅제약의 ‘알비스’, 휴텍스의 ‘루비스정’을 비롯해 80여개사가 복제약품을 판매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 및 생산실적 기준으로 라니티딘 함유 의약품은 2664억원 규모다. 연간 22조원에 불과한 국내 의약품 매출의 1%에 해당한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2019-09-2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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