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60세 건강상태는 30년 전 50세와 비슷”

“요즘 60세 건강상태는 30년 전 50세와 비슷”

김태이 기자
입력 2019-02-21 17:15
수정 2019-02-2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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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계 “노쇠연령 갈수록 늦어져…노동연령 상향은 불가피”

대법원이 21일 손해배상액 계산에 기준이 되는 ‘노동가동연한’(노동에 종사해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령의 상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높여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현행 ‘60세 이상’인 정년 규정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무엇보다 이번 판결은 과거에 노인으로 여겨졌던 ‘60세’라는 나이가 이제 더는 노인의 범주에 들지 않는 것으로 본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는 게 의학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현대인의 건강상태를 고려하면, 60세가 넘어 65세까지도 육체노동을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사실 의료계에서는 노인의 기준을 70세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일찌감치 제기됐다. 이는 특이 질환이 없는 60대 연령의 경우 신체의 각 기능이 매우 정상적일 뿐만 아니라 과거와 같은 ‘노쇠’ 현상도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통상 노쇠는 나이를 떠나 실제 노인에 해당하는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의도하지 않은 체중감소, 피로(활력 감소), 신체 활동 저하, 악력 저하, 느린 보행속도의 5가지 항목 가운데 3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노쇠한 것으로 본다. 증상이 1∼2개만 있다면 ‘노쇠 전 단계’로 간주한다.

하지만 이런 노쇠 현상이 요즘에는 70세를 넘어서야 조금씩 관찰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원장원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약 30년 전만 해도 60세에 도달하면 신체기능이 많이 떨어져 ‘뒷방 노인’이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요즘 60세는 젊은층과 같은 노동 활동을 해도 지장이 없을 정도로 건강한 편”이라며 “이는 바람직한 식생활습관을 실천하고, 건강검진 등으로 질환을 조기에 예방하려는 그동안의 노력이 주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원 교수는 “지금 60세를 30년 전으로 치면 50세의 건강나이에 견줄만하다”고 비유했다.

이런 이유로 의학계에서는 같은 노인이라도 중고령층(65∼80세 미만)과 초고령층(80세 이상)으로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노인들의 생각도 전문가들의 의견과 다르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노인 1만299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2017년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6.3%가 노인 연령으로 ‘70세 이상’을 꼽았다. 이는 2008년 조사 때의 68.3%보다 18% 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세부적으로는 ‘70~74세’라고 답한 사람이 59.4%였고, ‘75~79세’가 14.8%였다. 80세 이상부터 노인이라고 응답한 사람도 12.1%나 됐다.

고대안암병원 노인병센터 조경환 교수는 “과거 60세가 노인으로 평가받던 시절에는 일상생활 중 육체노동이 많았고, 노동 중 손상이 생겨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면서 노동 활동이 힘들 정도의 노쇠가 일찍 찾아왔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노동에 따른 신체 손상이 거의 없고, 퇴행도 늦어지면서 노동연령의 상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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