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사건 간접 언급… 유엔 인권이사회, 대북 결의

김정남 암살 사건 간접 언급… 유엔 인권이사회, 대북 결의

입력 2017-03-25 02:00
수정 2017-03-25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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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권이사회(UNHRC)는 24일 북한의 인권 현실을 규탄하고 시정을 촉구하는 북한인권결의를 표결 없이 컨센서스(전원 동의)로 채택했다. 특히 이번 결의안에는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 사건도 간접적으로 거론됐다.

인권이사회는 북한 정권의 반인도적 범죄를 다룬 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 근거해 이번 결의를 채택했다. 지난해 북한 정권의 책임을 규명하는 전문가그룹 설치를 규정한 북한 인권결의를 채택한 데 이어 올해는 전문가그룹 건의와 COI 보고서를 국제사회가 이행할 것을 권고하며 북한을 압박한 셈이다.

올해 결의에는 지난달 1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 사건이 명시적으로 거론되진 않았지만 ‘해외에서 자행한 범죄와 인권침해’라는 문구를 통해 간접적으로 언급됐다. 국제사회가 김정남 암살 사건과 북한의 관련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말레이시아 수사 당국이 공식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소 애매모호한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북한인권결의안에 북한의 해외 범죄라는 문구가 포함된 건 처음이다.

또 북한 정권에 착취당하는 외국 북한 노동자 문제와 온라인 표현의 자유 보장 등도 결의에 담겨 북한 인권 문제 영역이 확대됐다. 아울러 이번 결의에는 2년 동안 북한 인권사무소를 비롯한 유엔 인권최고대표 사무소의 역량을 강화할 것과 증거보존소 설치, 책임 규명 절차에 이용될 수 있는 정보·증언 관련 법률 전문가 임명 등 북한 정권에 책임을 묻는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도 담겼다. 증거보존소 설치 경과는 2019년 3월 제40차 인권이사회에서 보고서로 제출할 것을 인권최고대표에게 요구했다.

결의 채택 과정에서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쿠바, 중국 등이 북한인권 보고서 관련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결의안은 표결 없이 채택됐다. 북한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유엔은 2003년 인권이사회의 전신인 유엔인권위원회 시절부터 매년 북한인권 결의를 채택해 왔다.

정부는 결의 채택 직후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북한 인권침해 논의 영역을 대폭 확대한 것을 환영하며 평가한다”고 밝혔다. 논평은 “역대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 가운데 가장 강력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이번 결의가 압도적 지지를 얻어 컨센서스로 채택된 것은 국제사회 전체가 북한 인권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갖고 있음을 잘 보여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2017-03-2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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