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령관 “계엄 이틀 전 알았다”
“국회·선관위·민주당사 등 6곳 확보前국방장관이 보안폰으로 지시”
곽종근(왼쪽)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관련 긴급 현안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안주영 전문기자
안주영 전문기자
곽종근 전 육군특전사령관이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본회의장 문을 부수고 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곽 전 사령관은 또 지난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이틀 전에 계엄에 대한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이 계획하에 이뤄졌으며 윤 대통령이 직접 국회 봉쇄를 주도했다는 증언이 나온 것이다.
곽 전 사령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윤 대통령과 두 번 통화했다면서 그 내용을 밝혔다. 지난 6일 ‘한 차례 통화했고 국회로 이동 중이라고 답했다’는 발언을 번복한 것이다. 두 번째 통화 내용도 오전엔 밝히지 않았으나 오후 회의에서는 맘을 바꿔 공개했다. 통화 시간은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 전인 “4일 0시 30분부터 0시 40분”이라고 했다.
곽 전 사령관은 “대통령께서 비화폰(보안폰)으로 제게 직접 전화했다”며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하셨다”고 밝혔다. 이어 “지시 사항을 듣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그래서 현장 지휘관들과 ‘공포탄 쏴서 들어가야 하나, 전기 끊어서 못 하게 해야 하나’ 이런 부분을 논의했었다”며 현장 지휘관이 반대했다고 했다.
김현태 707특임단장도 “(사령관에게) 더이상 무리수 두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고, 사령관은 ‘알겠다, 하지 마라’라고 했다”고 밝혔다.
곽 전 사령관은 대통령이 ‘총, 발포, 공포탄, 장갑차’ 등 단어를 썼느냐는 질문에 “제 기억으로는 없다”고 했다.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곽 전 사령관은 “설사 지시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들어가더라도 들어간 작전 병력들이 나중에 범법자가 되는 문제와 강제로 깨고 들어가면 너무 많은 인원이 다치기에 차마 그건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조치 사항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느냐는 질문에 “보고 안 했고, 철수할 때 전임 (김용현) 장관에게 현 상황을 설명드리고 철수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곽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준비도 지난 1일부터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받은 임무는 국회, 선거관리위원회 셋(3곳), 민주당사, 여론조사 ‘꽃’ 등 6개 지역을 확보하라는 것이었다”며 “임무를 전임 장관으로부터 유선 비화폰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곽 전 사령관은 이를 여단장들에게는 미리 말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곽 전 사령관은 또 ‘국회의원이 150명을 넘으면 안 된다’는 지시를 김 전 장관이 했다고 밝혔다. ‘특전사 예하 7공수여단과 13공수여단은 누가 대기를 지시했느냐’는 질의에는 “스스로 판단한 것”이라고 답하며 사실상 대기를 지시한 것을 시인했다. 국방위에 앞서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전북 익산의 7공수여단과 충북 증평의 13공수여단이 즉각 파견을 준비 중이었다며 “계엄 2일차 계획이 짜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됐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계엄 선포 당일 김 전 장관과 둘이 만났던 사실을 공개했다. 박 총장은 지난 3일 오후 4시쯤 김 전 장관과 둘이 만나 “현안 토의를 했다”고 전했다. 또한 “현안 보고를 드리고 나올 때 (장관이) ‘21시 40분에 장관 대기실에 와 있으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정치인 등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구금 지시를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대우 전 방첩사 수사단장은 “구금 시설 및 체포와 관련된 지시는 여 사령관으로부터 직접 받았다”며 “처음 지시받기로는 B1 벙커 안에 구금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지시받았다”고 했다. B1 벙커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관할 지휘통제 벙커로 유사시 우리 군의 실질적인 전쟁 지휘부 역할을 맡는 군사상 핵심 시설이다.
김 전 단장은 체포자 명단에 대해선 “명단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14명으로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도 여 전 사령관이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 주며 검거를 위한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고 폭로했다. 명단에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박찬대 원내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이 포함돼 있었다고 홍 전 차장은 전했다.
2024-12-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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