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성과에 연동’ 어제 입장 반복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두 번째 정상회담을 마친 후 청와대의 시선은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대좌를 준비하는 북미 실무접촉에 쏠려 있다.북한과 미국의 신경전 속에 꺼져 들어가던 회담의 불씨를 문 대통령이 살려놓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제 비핵화 정세를 좌우할 주체는 전적으로 북미로 넘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미는 다음 달 12일에 북미정상회담을 예정대로 개최하고자 ‘투트랙’으로 밀도 있는 실무협상을 진행 중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 등 북미 양국의 북핵 협상가 간 의제 협의는 지난 27일 판문점에서 시작됐다. 28일 하루 ‘숨 고르기’를 한 협의는 이르면 29일 재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의전·경호·세부일정 및 장소 등을 논의할 또 다른 북미 간 실무접촉도 이날부터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과 조 헤이긴 백악관 부(副)비서실장은 정상회담 준비의 실무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하루 전인 28일 각각 싱가포르에 입국했다.
AP 통신은 두 개의 트랙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중앙정보국(CIA) 국장 시절 만든 ‘CIA 팀’이 별도의 트랙으로 북한 당국과 사전 협상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해 실제로는 ‘쓰리트랙 실무접촉’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2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북미 간 접촉이 제한적으로 이뤄질 때와는 다르게 공식 채널에서 모든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논의하고 있어 지금은 그 결과를 예의주시하는 게 순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청와대는 유독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하면 이어서 남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종전선언까지 끌어낸다는 구상이 있긴 하지만 북미 간 협상에 개입하는 듯한 인상을 주면 전체 ‘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일부 우려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가는가’라는 물음에 ‘남북미 정상회담은 전적으로 북미정상회담 성과에 연동돼 있다’는 전날의 입장을 반복, 현 상황과 관련한 새로운 언급을 삼갔다.
청와대는 다만, 북미 간 실무접촉의 진행 상황은 물밑에서 양측과 긴밀하게 공유하며 언제 발생할지 모를 변수에 대비하는 동시에 북미정상회담 이후의 대응 등도 계획 중인 것으로 보인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를 만날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미국과는 매일 소통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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