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언론, ‘중국 책임론’ 퍼트려…중국 탓해서는 안된다”
최근 한반도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파격적인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주도권을 잡은 중국이 북미 정상회담 무산에 이은 추진 재개를 거치며 논의가 갑자기 미국, 한국, 북한 3자 구도로 바뀌자 당혹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두 차례나 중국으로 초청하며 한반도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면서 북미 간 신경전 속에서도 시종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29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중국 지도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발언에 이은 제2차 남북 정상회담으로 북미 정상회담 개최 논의가 재개되면서 중국의 입지가 좁아지자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서한은 중국과 북한이 밀착돼 판을 복잡하게 만들어가는 것을 단숨에 뒤집기 위한 승부수였다”면서 “결과적으로 한반도 비핵화 과정이 중국을 포함한 4자에서 다시 남북미 중심의 3자 체제로 재조정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차이나 패싱’은 과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3자회담, 6자회담 때와는 달리 남북한과 미국 3자 구도로 한반도 정세 논의가 이뤄지면서 중국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지난달 제1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연내 종전선언과 관련해 ‘3자 또는 4자 회담’을 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뒤로 중국은 종전선언 논의는 남·북·미·중 4자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피력해왔다.
이를 위해 시 주석은 김 위원장과 다롄(大連)에서 다시 만나며 북중 밀착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의 무산에 이은 추진 재개로 차이나 패싱 우려가 커지자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매체들이 나서서 한국과 미국이 한반도에서 중국의 역할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국·영문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와 글로벌타임스는 ‘한미가 중국을 경시해서는 안 되며 중국을 탓해서도 안 된다’는 제하의 공동 사설에서 한반도에 대한 중국 영향력을 강조했다.
이들 매체는 “한반도 정세가 요동친 뒤 북미 정상회담 논의가 재개됐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을 둘러싼 이상한 소문이 떠돌고 있다”면서 “이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올해 남북 관계가 완화되고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확정될 때까지만 해도 한국과 서방 언론에서 ‘차이나 패싱론’이 난무했으나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3월과 5월에 방중하자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커다란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지적했다.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북한이 최근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강경 발언을 한 뒤 중국이 북한을 선동해서 태도를 바꾸게 만들었다는 소문을 한미 언론이 퍼트려왔다”면서 “그러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발언 후 북한이 신중하게 나오자 한미 언론은 중국을 제외한 채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태도 변화에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고 비난했다.
이들 신문은 “더욱 가소로운 것은 중국 역할을 배제하려는 논조도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으로 이는 중국이 한반도 종전 선언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라면서 “그러나 중국은 정전 협정 체결 당사국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퍼트리는 사람들은 중국이 들러리 배역만 하길 바라고 있다”면서 “중국은 실력이 있고 지리적으로 가까워 한반도의 중대한 결정에 중국을 배제하는 것은 안정적인 실행에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 매체는 “중국을 과소평가하면 안 되고 중국을 탓해서도 안 된다”면서 “이는 한미가 중국을 대하는 태도에서 반드시 피해야 할 두 가지 극단적인 면으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영구적 평화를 굳건히 지지하며 중국을 제대로 대해주지 않으면 큰 잘못을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지융(鄭繼永) 푸단(復旦)대 한반도 연구센터 주임은 “중국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필요하며 종전 협상에서 중국의 개입이 미중간에 갈등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됐다”면서 “북중은 비핵화에 대해 많은 부분을 공유해왔지만, 북한의 비핵화를 격려할 뿐 무엇을 하라고 말하지도 않았고 그렇게도 안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이즈잉(崔志英) 상하이 퉁지(同濟)대 한반도연구센터 주임은 “평화 협정과 한반도의 지속적인 안정은 중국 없이 달성할 수 없다”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과정에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를 포함한 추가적인 문제들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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