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통 50㏄ 엔진 달고 490㎞ 비행…배터리 용량도 대폭 증가
카메라 메모리서 사진 555장 발견…해상도는 낮아강원도 인제군 야산에서 최근 발견된 북한 무인기는 외형이 유사한 2014년 백령도 추락 무인기보다 항속거리가 2배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방과학연구소(ADD) 관계자는 21일 무인기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백령도 무인기와 외형은 유사하나 항속거리는 약 2배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항속거리는 항공기가 연료를 최대한 채우고 이륙해 이를 다 쓸 때까지 비행할 수 있는 거리를 의미한다. 백령도 무인기는 항속거리가 180∼300㎞로 추정됐다.
인제에 추락한 무인기는 전체 비행거리만 약 490㎞에 달했다. 그만큼 엔진 성능이 향상됐다는 얘기다.
백령도 무인기의 경우 엔진 출력이 35㏄였지만, 인제 무인기는 체코산 2행정 2기통 50㏄ 엔진을 장착하고 있었다. 연료를 담는 엔진 탱크 용량도 7.47ℓ로, 백령도 무인기(3.4ℓ)보다 2배 이상으로 커졌다.
북한 강원도 금강군에서 이륙한 무인기가 후방 지역인 경북 성주군 상공까지 내려와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 사진을 10여장 촬영할 수 있었던 것도 엔진 성능 향상으로 비행거리를 크게 늘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인기에 장착된 2개의 배터리 용량도 5천300㎃h로, 백령도 무인기(2천600㎃h)의 2배 이상이었다.
엔진 연료는 오일 혼합 휘발유로, 백령도 무인기와 같았다.
인제 무인기는 백령도 무인기에 비해 엔진 성능이 눈에 띄게 향상됐지만, 추락 원인은 엔진 성능 결함 탓으로 분석됐다.
ADD 관계자는 “엔진 비정상으로 인해 비행속도 저하 및 연료 과다 소모가 발생했다”며 “연료 부족으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인제 무인기는 다섯 지점에서 속도가 시속 60㎞ 이하로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고도가 갑자기 낮아졌다가 높아지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5시간 30여분 동안 490여㎞를 비행한 이 무인기의 평균 속도는 시속 90㎞, 고도는 2.4㎞로 분석됐다.
엔진은 이륙한 지 약 11분 10초가 지나 목표 고도에 도달했고 수평 비행을 위해 엔진 출력 조절기(스로틀)를 60% 이하로 유지했지만, 점차 이를 높였고 이륙 이후 66분쯤 지난 시점에서는 최대 출력으로도 고도를 유지하지 못했다.
무인기에 장착된 비행조종 컴퓨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발진과 복귀 예정 지점인 북한 금강군 주변 8개의 항로점과 임무 비행경로상 18개의 항로점이 설정돼 있었다. 발진 지점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항로점의 거리는 266㎞였다.
무인기 비행조종 컴퓨터에는 위치, 속도, 고도를 포함한 52개 항목이 0.2초 간격으로 기록돼 있었다. 컴퓨터에 저장된 비행 자료는 1시간 42분 분량이었다.
비행경로는 금강군에서 경북 성주군 방향으로 직선인 것으로 조사됐다. 카메라 메모리에 저장된 사진 555장이 보여주는 경로와도 정확하게 일치했다. 인제 무인기의 주임무가 사드 기지 정찰임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인제 무인기에 장착된 카메라 메모리에서 나온 사진들 가운데 첫 4장은 이륙을 앞두고 지상 점검 중 찍은 것으로 추정됐다.
비행 중 촬영한 사진 551장 가운데 사드 기지를 찍은 것은 10여장이었지만 해상도는 7360×4912로, 백령도 무인기와 같았다. 구글 어스 위성사진보다 크게 나을 게 없을 정도로 낮았고 사드 기지의 발사대 등 핵심 장비가 흐릿하게 보이는 수준이었다.
무인기는 지난 5월 2일 오전 10시 정각 이륙해 같은 날 오후 1시 9분께 사드 기지를 촬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발견 당시 카메라 사진 촬영 시각이 초기화돼 있어 군 당국은 피사체 위치와 그림자로 파악되는 태양 방위각, 고각 등으로 촬영 시각을 추정했다.
카메라는 일본 소니사의 ‘A7R’ 기종으로, ‘35㎜ f2.8 렌즈’를 장착하고 있었다. 비행조종 컴퓨터의 명령에 따라 적외선 리모컨 신호를 통해 셔터가 작동하는 방식이었다.
날개 조종면을 움직이는 ‘서보 구동기’는 백령도 무인기와 유사한 것으로, 한국 제품으로 파악됐다.
무인기 무게는 남은 연료 1.3ℓ를 포함해 13㎏이었다. 전체 길이는 1.85m, 날개폭은 2.86m로, 백령도 무인기(날개폭 2.46m)보다 조금 컸다.
기체는 백령도 무인기와 같이 ‘폼 코어’와 유리섬유의 적층 구조였다. 활주로나 발사대에서 이륙하고 낙하산을 펼쳐 착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낙하산은 꼬리날개 바로 앞부분에 장착돼 착륙 직전 펼쳐지게 돼 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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