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후 금융자산 7900만원 “죽기 전까지 버텨야 한다”

[단독] 노후 금융자산 7900만원 “죽기 전까지 버텨야 한다”

입력 2020-10-04 22:24
수정 2020-10-05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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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은 왜 고위험 상품에 몰렸나

고령층은 왜 프라이빗뱅커(PB)의 말에 넘어가 부실 사모펀드나 파생상품 같은 고위험 상품에 투자했을까. 은퇴한 노후계층의 소득 구조를 살펴봐야 원인을 이해할 수 있다.

4일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가구주 기준) 가구의 평균 자산은 4억 2026만원이었다. 전체 가구의 평균 자산(4억 3191만원)보다 1000만원가량 적다. ‘노인들은 평생 번 돈으로 부를 증식했기에 젊은 세대보다 평균적으로 돈이 많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수치다. 40대는 평균 자산이 4억 6967만원, 50대는 4억 9345만원으로 60대보다 많았다.

특히 금융자산만 떼어 보면 고령층의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알 수 있다. 60세 이상 가구의 평균 금융자산은 7912만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1억 570만원)보다 2000만원 이상 적었다. 평생 모아 집 한 채는 마련했지만 현금은 자녀세대보다 적다는 얘기다. 임춘식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 회장은 “지금 노인층은 자녀 양육과 부모 봉양 등에 번 돈을 쓰며 정작 자신의 노후 대비는 못 한 세대”라면서 “노령연금 등 공적 이전소득을 제외하면 소득이 없어 얼마 안 되는 자산을 굴려 생활비라도 마련해 보려는 절박함이 있다”고 밝혔다.

라임CI펀드 등에 전 재산인 11억원을 투자했다가 환매 중단된 이모(72)씨는 “집 산 것 외에 평생 투자라고는 해 보지 않았는데, 은퇴한 뒤로는 ‘가진 돈으로 죽을 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었다”며 “병원에 갈 일도 많아질 텐데 자식들에게 짐이 되긴 싫어서 투자했다가 낭패를 봤다”고 말했다.

향후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 이들의 투자액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60세 이상 국민은 모두 1024만명인데 2030년에는 1726만 3000명, 2040년엔 2112만 2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계된다. 특히 초저금리 시대에 주식 등 직접 투자를 선호하는 젊은층과 달리 노령층은 정보 부족 등으로 펀드를 비롯해 간접 투자 상품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금융사의 기만적 상품 판매 관행이 계속될 경우 피해는 점점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별취재팀 유대근·홍인기·나상현·윤연정 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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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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